여행지
고행으로 오르는 괴산명산 중대봉
여행기간
2008년 08월 10일(일) 맑음
나의 평가
이글거리는 태양과 바람 한 점 없는 공기가 숨막히게 하는 날이다. 소백산 자락의 형제봉이나 둥지봉 산행을 해볼까 하다 폭염속에 장시간 산행은 무리인 듯하여 급히 방향을 바꿔 중대봉으로 향한다. 쌍곡계곡을 지나면 계곡을 찾아 온 피서인파도 많으나 계곡산행을 겸할 수 있어 여름산행에 좋은 칠보산을 찾아 온 관광버스로 주차장이 만원이다. 자녀가 어린 젊은층은 주로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가고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산을 찾는 것 같다.
송면까지는 잘 갔으나 송면에서 중대봉 들머리를 찾기가 어렵다. 몇번을 오락가락하다 겨우 농바위마을 입구를 찾았다. 송면에서 상주와 화북으로 가는 592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송면중학교가 나온다. 학교를 조금 못미쳐 왼쪽으로 꺽어 들면 농바위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농바위마을은 지반이 모두 맥반석으로 되어 있고 주민들은 백반석에 솟아 나오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마을은 장수마을로도 유명하다. 농바위 마을 입구에 주차장이 있으나 만원이고 마을 끝까지 진입하면 500년 묵은 느티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느티나무 아래로 공간이 있으나 이곳도 차량으로 만원이다. 주민들의 휴식처로 의자와 평상이 놓여 있다. 주차공간이 없어 평상과 의자를 한옆으로 밀고 간신히 주차를 한 후 산을 오른다.
벼 이삭이 피어나는 농로를 따라 조금 걸으면 밀재에서 흘러 내리는 농바위골을 따라 숲길을 걸어야 한다. 계류를 흐르는 물은 티없이 맑고 몇마리의 물고기와 올갱이도 보인다. 그러나 아침을 먹지 않아서 인지 더위 때문인지 발걸음도 무겁고 땀은 줄줄 흘러 내리고 컨디션은 제로다. 초반부터 땀에 젖은 바지는 다리에 척척 감겨서 걸음을 방해한다. 훌떡 벗어 버리고 반바지로 갈아 입으니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그 사이 먼저 올라간 마누라를 따라 잡는다고 걸음을 재촉하니 온몸이 땀과 열기로 훅훅 달아 오른다.
밀재로 향하다 작은 언덕마루에 올라서면 리본이 덕지 덕지 달라 붙은 산길로 들어선다. 안내판은 있으나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다.(괴산군수님 요것 좀 고쳐주쇼) 잠시 숲길을 타고 오르면 서서히 바위들이 나타나고 곧바로 암벽산행을 하여야 한다. 하드장수 한분이 20kg짜리 하드통에다 개인사물까지 챙겨서 끙끙거리며 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야산이나 칠보산으로 갈 것이지 사람도 별로 없고 계속 암벽을 타고 올라야 하는 중대봉은 왜 왔느냐 물으니, 길을 잘 못들어서 대야산으로 가려다 이리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분은 중간에서 포기를 하고 하산을 하였으니, 하드도 못 팔고 고생만 하고 하루를 공치고 말았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장화처럼 생긴 장화바위가 나온다. 장화바위를 내려서면 초반부터 밧줄에 의지하여 슬랩지구를 오르는 세미크라이밍이 시작된다. 초반부터 지쳐버린 나는 마누라 따라 잡기도 힘겹다. 슬랩지구를 올라서면 서남으로 조망이 시원하다.가까이로 대야산이 오똑하게 올려다 보이고 멀리 백악산과 가령산 도명산등 괴산의 명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잠시 숲을 지나 다시 밧줄이 매달려 있는 바위지대를 통과하면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이곳부터는 흰 화강암반으로 이루어진 대슬랩지구가 펼쳐진다. 이 곳에도 밧줄이 매달려 있고 경사가 완마하여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슬랩을 타고 오르다보면 찜통더위에 가끔이 바람이 불어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중대봉은 몇년전까지만 하여도 등산로가 없어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던 곳인데 거대한 바위와 암벽으로 이루어진 슬랩지구마다 로프를 달아 놓아 바위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놓았다. 대야산과 이웃하고 있는 중대봉은 대야산의 명성에 가려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은 아니지만 바위산행을 즐기는 산객들에겐 더 없이 좋은 산행코스다.
보통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한시간쯤 걸으면 몸이 풀리곤 하였는데 찜통더위에 흘러 내리는 땀때문인지 좀체로 몸은 풀리지 않고 오를수록 기력이 빠지는 것 같다. 더구나 바위산행을 좋아하고 밧줄만 잡으면 신바람이 나는 내가 요모양이 되었는지? 여름이 되면 가끔 여름산행의 마에 빠질때가 있는 것 같다. 제작년에는 알바와 찜통더위로 석화봉에서 고행을 겪었으며, 작년에는 십자봉에서 알바와 더위로 고생을 하였는데 , 올해는 중대봉에서 마에 걸리고 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모두 봉이네? (내년 여름엔 봉은 빼고 산에만 가던지.....ㅠㅠ)
대슬랩을 타고 오르다 보면 곰바위가 나온다. 커다란 바위돌이 곰처럼 앉아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곰보다는 토끼를 닮은 것 같다. 누가 "곰바위"라 이름 지었는지 곰처럼 미련스러워 보인다. 앞으로는 "토끼바위"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대슬랩을 오르면 대야산이 눈앞에 서있는 듯 가깝게 보인다. 슬랩을 타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잠시 숨통을 틔우는 것 같다. 슬랩의 중간 옆으로 길게 크랙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꼭 바다사자나 괴물이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는 듯하다.(아님~ 말구....ㅎㅎ)
곰바위를 지나면 밧줄이 필요없는 완만한 바위슬랩이 이어지고 중간에 침니구간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아주 좋다. 중대봉은 바위슬랩을 오르는 구간이 많아 산을 오르다 중간중간 시원한 조망을 즐길수가 있다. 바위슬랩의 끝으로 평탄한 숲길이 잠시 이어진다.
부드러운 숲길도 잠깐으로 숲의 끝머리로 거대한 바위벽이 앞을 막는다. 이 바위는 거의 수직에 가까워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외줄이 길게 매달려 있고 밧줄구간이 너무 길어서 밑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려오는 사람과 오르는 사람이 중간에서 교차하여 올라야 한다.
밧줄을 잡고 낑낑대며 오르다가 내려오는 팀과 마주쳐 중간에서 잠시 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야산도 좋지만 대머리 같은 중대봉이 비스듬히 올려다 보이니 그 모습이 웅장하고도 멋지다. 슬랩의 중간에 서니 고도와 막힘이 없어서 바람도 제법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명산으로 유명한 괴산과 문경의 산들이 사방으로 하늘금을 이루고 멀리 속리산까지 조망이 되고 지척으로 대야산이 우뚝하고 대야산 뒤로 희양산의 커다란 흰 화강암봉이 보인다. 전에 대야산에 오른적이 있으나 운무에 쌓인 우중산행 탓으로 대야산의 모습을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에서야 대야산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대야산 정상엔 많은 산객들이 올라와 있다. 수려한 용추계곡과 용소로 인하여 계곡산행과 암봉산행을 겸할 수 있는 대야산은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산객들이 찾아 온 것 같다. 대야산이 만원인 것에 비하면 중대봉은 몇명의 산객만이 올라와 쉬고 있어 한산한 모습이다.
중대봉에서 대야산까지는 50분 거리고 지척으로 마주보고 있다. 중대봉이 해발 830m이니 900m가 조금 넘는 대야산의 아우격인 산이다. 산악회에서 온다면 용추계곡으로 대야산에 올랐다가 중대봉에서 슬랩지구로 하산하면 좋은 코스가 될 것 같다. 서북으로 중대봉만을 오를 경우 하산길로 많이 이용하는 농바위가 있는 능선이 내려다 보인다.
점심때가 많이 지났으니 정상밑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지친탓에 배는 고파도 식욕이 없다. 그래도 먹어야 하니 얼음물 한통에 밥을 말아서 억지로 우겨 넣는다. 하산길은 잠시 가파르게 내려서서 부드러운 숲길을 걷다가 다시 암벽구간이 나오고 밧줄을 잡고 내려서면 다시 부드러운 숲길을 걷게 된다.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내려 앉은 능선이 다시 가파르게 치켜 올라가고 능선에 오르면 농바위가 나온다.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는 상단으로 부드럽고 넓은 슬랩을 만들어 놓아서 그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이곳에 서면 중대봉이 능선을 따라 올려다 보인다.
주변에는요상한 바위가 많다. 코끼리를 닮은 바위도 있고 낙타의 등처럼 패인 낙타바위와 비행접시를 닮은 E.T바위도 있다. E.T바위는 흔들면 흔드려서 흔들바위라고도 부른다. 이곳의 풍광이 좋으니 잠시 구경하며 휴식을 취한다. 누구나 이곳에 서면 시원한 조망과 좋은 풍광에 배낭을 풀고 쉬어가게 마련일 것이다. 잠시 쉬고 길게 숲길을 빠져 나오면 풀 한포기 없이 흰 마사토로 덮혀 있는 백무덤(?) 나오고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길게 숲길을 빠져 내려오면 농바위골에 도착하고 하산을 완료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폭염, 그리고 땀으로 지쳐버린 산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들 계곡으로 들어선다. 계곡은 맑고 수려하나 더위가 심한 탓인지 계곡물마져 미지근한 느낌이다. 이곳에서 물도 끼�고 발도 담그고 잠시 쉬어 하산을 한다. 주차를 하여놓은 느티나무 아래 도착하니 가득하던 주차장엔 달랑 우리차만 남아 있다. 나무 아래는 서울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찾아 온 부자(父子)산객이 대야산을 거쳐 중대봉으로 하산을 한 뒤 더위와 피로로 걷기가 힘들다며 교통편이 좋은 곳까지 합승을 부탁한다. 암봉슬랩으로 멋진 중대봉은 참으로 좋았으나 여름이면 한번씩 겪는 고행산행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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