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성주봉, 운달산 종주산행기

바위산(遊山) 2008. 6. 15. 23:48
여행지
성주봉 암릉과 운달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8년 6월 14일(토) 맑음(약간의 개스)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오늘은 어데로 갈까? 토요일만 되면 산행지를 택하는 어려움이 있다. 자주 가 본 산에 오르는 것은 식상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 가려니 산행지가 자꾸 멀어져 간다. 울마늘 경치도 좋고 힘들지 않은 곳을 가자고 하니, 문경의 성주봉을 찾아간다. 성주봉은 운달산의 지봉이며, 높이가 961m의 암산으로 암봉산행의 최적지다. 두발로 걷는 산행보다는 네발을 사용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전신운동도 되는 것 같다. 느지감치 출발한 탓에 성주봉의 들머리인 당포리에 도착하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당포리쉼터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아름드리 느티나무 20여그루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았고, 간단한 휴게시설과 족구장도 조성하여 놓았다. 청원군 미원의 옥화9경중의 하나인 금관숲을 연상시킨다.
 
 
 

당포리는 1670년경 마을이 생기고 "고주부부사"가 서당을 짖고는 "당포"라 불렀다고 한다. 쉼터숲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 안동김씨 서당이 있고 깔끔하게 지어놓은 마을회관을 못미쳐 성주사 입구에 주차를 한뒤에 성주사로 오른다. 작은 절인 성주사에는 몇개의 돌탑을 쌓아 놓았고 돌탑앞으로 치성을 드리는 제단을 만들어 놓았다. 돌탑옆으로는 화단을 조성하여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아늑한 곳에 자리잡은 성주사는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하다.

 

성주사 주차장은 깨끗하게 시멘트로 포장을 하여 놓았고 시멘트바닥을 뚫고 꽃나무가 자라서 화사하게 꽃을 피워 놓았다.

이넘들이 콘크리바닥을 뚫고 올라오느라 정신이 나갔던지, 아직은 꽃을 피울철이 아닌 코스모스꽃도 보인다. 성주사 뒤쪽으로 희미하게 등산로가 보인다. 잡목과 돌들이 널려있는 들머리를 지나면 눈앞에 슬랩지구와 함께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다.

 
 
 
주봉인 운달산은 부드러운 육산으로 보이지만 성주봉은 몇개의 암봉과 암반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암봉을 오르내리며, 암릉산행을 하여야 하므로 높이에 비하여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위험성이 높아 암봉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심하여야 한다. 운달산까지 돌아오려면 보조자일 한개쯤은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위돌을 지나면 광활하고 거대한 바위슬랩이 나타난다. 포암산의 베바위슬랩이나 천주산의 암봉슬랩도 성주봉의 슬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구간마다 밧줄이 매달려 있고,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슬랩은 정상부근까지 이어져서 힘좀 빠지게 한다. 울마늘 밧줄을 잡고 오르라 해도 막무가내 바위슬랩을 네발로 기어 오른다. 저러다가 여차하면~ 새장가?
 
 
바위슬랩을 오르면 잡목숲을 우회하여 밧줄을 잡고 암봉에 올랐다가 5분쯤 걷다보면 종지봉에 오르게 된다. 종지봉은 성주봉의 첫번째 암봉으로 우뚝하니 위풍당당한 면모를 보여준다. 종지를 엎어 놓은 것 같다하여 종지봉이라고 부르며, 사방이 확트여 있어 일망무제로 조망이 터진다. 남서로는 웅장한 주흘산이 마루금을 이루고, 북서로 베자치를 널어 놓은 것 같이 흰 바위슬랩을 드러낸 포함산이 보인다. 포함산 너머로 월악의 영봉이 오똑하게 튀어 올라와 있고, 왼쪽으로 조령산이, 오른쪽으로 대미산이 멀리 보인다. 정상에는 누군가가 작은돌을 주어다 "종지봉"이라고 써 놓았다.
잠시 종지봉에서 몰려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조망을 즐긴다. 아래로는 굽이굽이 이어진 산맥사이로 분지를 이루고 있는 갈평리와 용언리, 당포리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종지봉을 떠나 20m 세미클라이밍 지대를 밧줄에 의지하고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면 무명봉에 오르게 된다.
 
 
 

무명봉을 내려서다 보면 희뿌연 바위벽이 내려다 보인다. 무명봉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쉰다. 무명봉 능선끝에서 다시 30m 세미클라이밍지대를 밧줄을 타고 내려오면 안부로 내려서게 된다. 지그재그로 밧줄도 잡고 바위벽을 우회하여 오르면 성주봉에 오르게 된다. 오늘 성주봉산행은 우리뿐인가 했는데, 청주에서 오셨다는 부부팀이 따라 오른다.

성주봉도 용아장성만큼이나 네발산행을 하여야 한다. 땀은 줄줄흐르고 물을 세통이나 준비하였으나 절반도 오르지 않고 두통을 비워버렸다.

여름산행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물을 많이 섭취하므로 생기는 전해질의 불균형을 막기 위하여 나트륨, 칼륨등을 보충할 수 있도록 이온음료나 소금등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주봉은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이 신주처럼 받들어 성주봉이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조선후기 대 문장가이며, 학자이며, 시인이었던 "옥소" 선생은 화지동(현 당포1리 고주골)에 은거하면서 이일대의 고지도를 남겼다고 한다. 성주봉에서의 조망도 종지봉의 조망처럼 시원하게 펼쳐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서 흐른땀을 식혀주니 상쾌하기가 그지없다.
 
 
성주봉정상에는 작은 돌로 된 성주봉 표지석이 있다.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안내도에는 2.5시간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무명봉에서 점심을 먹은 탓으로 조금 더 지연된것 같다.
 
 
성주봉에 서면 동으로 운달산이 우뚝하게 올려다 보인다. 부드러운 육산처럼 보이지만 수목아래로 암릉과 바위들이 능선을 덮고 있어서 능선으로 직등을 하려고 하면 자일과 암벽장비가 없이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성주봉만을 산행하는데는 5시간 안팍이 걸리지만 운달산을 같이 한다면 산행시간은 7~8시간으로 늘어나니, 그리 녹녹치 않은 산행길이다.
 
 
종지봉에서 다시 밧줄에 의지하고 암벽을 내려선뒤에 우회를 하여 통나무 다리를 건너서 밧줄을 잡고 안부로 올라서게 된다. 안부에서 당포리로 하산을 하는 반석골과 운달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왕 온김에 운달산도 돌아보기로 하고 운달산으로 향한다. 운달산 능선의 끝으로 커다란 암벽이 우뚝하니 앞을 막고 있어서 암벽장비가 없다면 직등은 불가능하다. 운달산 서릉을 따라 암벽을 우회하여 오른다.
 
 
운달산과 성주봉을 잇는 안부에서 반석골로 하산하는 길에 법장터가 있고, 법장터 북쪽으로 반석폭포가 있다. 옛날 이곳에는 장수의 투구와 병서가 숨겨져 있었으며, 용마가 자주 나타나는데, 장수가 용마를 타고 달리다 낙상을 하여 무릎이 깨지는 중상을 입는 바람에 중상골이라 부르기도 하며, 반석폭포 상단에는 장수가 넘어질때 생긴 바위구덩이가 있다고 한다. 법장터에는 옛날에 절에 빈대가 들끓어 절을 폐쇄하고 지금의 김룡사를 지어서 이전하였다는 전설도 있다.
 
 
운달산의 서릉은 공룡능선을 닮았다하니, 온통 암릉과 암봉위로 수목이 무성하여 암릉을 타기는 힘들고, 대부분 암릉 아래로 등산로가 발달해 있다. 암릉밑으로 우회를 하다보면 암벽의 중간으로 동굴이 한개 나온다. 이 동굴은 아래와 위로 바위틈이 연결되어 있다. 동굴앞에 서니, 박쥐 한마리가 소리도 없이 날아서 바위틈으로 사라진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는 키다리 참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상부근까지 이어지는 철쭉군락은 꽃이 필 무렵에 찾아온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개화가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음은 철쭉보다 키가 큰 갈참나무가 철쭉군락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잡목과 참나무를 제거하여 햇볕을 잘받게 해준다면 두위봉이나 서리산에 못지 않은 철쭉동산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암릉의 하단부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954봉을 넘어서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운달산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운달산은 높이가 1,097.2m로 "구름에 가 닿는다"라는 뜻으로 이는 곧 하늘로 가는 길이란 뜻이 담겨있다고한다.

한편으론 해탈에 경지에 달하여 운달계곡에 김룡사를 창건한 운달조사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운달산에서 조망은 시원치 않다. 전면을 비워놓고 삼방이 수목으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이다. 정상석 앞으로 바위가 하나 있어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면 전면으로 석봉산이 내려다 보이고 산허리를 타고 굽이굽이 조항령이 올라간다. 산상에는 활공장이 있고 몇개의 행글라이더가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

 
 
올라갈때는 철쭉군락이 참나무 아래로 군락을 이루더니 하산길에는 참나무 아래로 유독 많은 단풍나무가 자라고 있다. 가을단풍철에 이곳을 찾는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숲의 바닥에는 말풀등 부드러운 풀잎들이 비단결 같이 깔려있고 쏴~쏴 밀려오는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흔들린다. 소시적에 본 "나자리노"란 영화속에서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남자가 그를 죽이려하는 마을사람을 피해 산으로 도피하고, 사랑하는 여인은 위험에 처한 연인때문에 괴로워하는 애뜻한 영화로 기억이 된다. 늑대인간이 사람들에게 �기는 달빛이 휘영청한 언덕에서,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밀리는 초원의 풍경이 환상적이었는데, 오랜 기억이 되살아 난다.
 
 
수풀속에는 군데군데 야생화가 피어 아름답다. 운달산에서 조항령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주변에 조령산과 월악산, 주흘산등의 명산들에 가려 그리 알려지지 않은 운달산은 산객들의 발길이 뜸하여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시원하게 몰려오는 바람을 맞으며 능선의 울창한 숲과 수풀사이를 걸는 것이 너무 좋으나, 울마늘 무릅이 아프다 한다. 보조를 맞추느라 걸음이 느려진다. 그러나 저러나 조항령은 어데 있길래 이리도 안나오는지?
 
 
운달산에서 조항령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1068봉, 1007봉, 990봉, 950봉을 나란히 넘어서 부드럽게 내려서면 조항령에 다다른다. 조항령에는 깨끗한 정자가 하나 있고 주변에 산딸기가 많다. 이곳에서 산딸기를 따 먹으며 잠시 쉰다. 문경대간의 중간에 위치하는 운달산은 문경팔경 중에 하나라는 운달계곡에 있는 신라 진평왕(588년)때 운달조사가 창건을 하였다는 김룡사에 주로 오른다고 한다. 성주봉에서 오르는 서릉길이 험하고 멀기 때문이다. 콘크리트포장길인 조항령을 타고 내리는 길은 지루하다. 속리의 말티고개처럼 굽이굽이 내려가는 조항령은 발 아래로 도로가 겹쳐 보일 정도다. 질러가 보려고 한구간을 직하해보나 도로개설로 잘라놓은 잡목과 돌들로 인하여 더 힘들고 위험하다. 다리가 아프다는 마누라를 떼어놓고 홀로 부지런히 하산하여 차를 몰고 다시 마누라를 찾으러 간다. 성주봉과 운달산 산행시간은 7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하산을 하니, 곳곳에 만개한 밤꽃이 비릿한 내음을 풍기고 산골마을에 땅거미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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