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바람과 눈과 풍차가 있는 선자령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9년 2월 21일(토) 맑음
나의 평가
2주전에 찾아 왔던 대관령은 온통 눈과 상고대로 가득하여 진풍경을 만들어 놓았었다. 제왕산의 상고대가 좋아 몇몇 직원들과 제왕산을 찾아 갔으나, 대관령은 쾌청한 날씨와 함께 상고대는 커녕 눈조차 모두 녹아 버렸다. 눈과 상고대가 없는 제왕산이나 능경봉은 고무줄 없는 팬츠요,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이 없으니, 차라리 시원한 조망과 풍경이 좋은 선자령에 올라 보기로 하고 초원과 풍차가 있는 선자령으로 향한다.
눈과 상고대는 보이지 않고 찬바람만 몰아치는 선자령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산객들로 붐빈다. 콘크리트 포도를 따라 초입에 들어서서 조금 오르면 국사성황당이 숲사이로 보이고, 괭과리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인왕산의 국사당과 함께 산중굿이 공인된 곳으로 무형문화제로 지정된 무속인들이 국사서낭제를 올리는 곳이다. 콘크리트 포도를 타고 오르다 보면 통신시설이 나온다. 통신시설을 지나 키작은 진달래가 몽우리를 키워가는 포도를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선자령은 해발1,157m로 대관령에서 곤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상에 부드럽게 솟아 있는 산이다. 이미 대관령이 해발 840m이니, 부드러운 구릉지대를 오르락 내리락 300m 정도의 고도를 오르면 되어 힘들지 않은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이다. 바람이 많아 풍력발전기가 많고 겨울철 차가운 북서풍이 해안의 따듯한 공기와 만나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은 적설량을 보여주는 곳이다. 겨울이면 3월까지도 눈이 1m씩 쌓일때도 있다는 선자령은 눈도 거의 없고 상고대는 커녕 찬바람만 몰아치고 있다.
바람이 많은 선자령은 낙엽송 가지가 모두 북동방향으로만 뻗어 있어 바람의 산임을 실감할 수 있다. 첫번째 능선에 올라서면 앞으로 선자령을 장식하고 있는 풍력발전기가 보이고 되돌아 보면 횡계와 용평이 내려다 보이고, 오똑하게 솟아 오른 발왕산 정상에서 용평스키장의 흰 슬로프가 아래로 뻗어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봉우리에 올랐다가 안부로 내려서면 새봉으로 오르는 길과 새봉을 우회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새봉으로 오른다.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전망대가 있는 새봉에 오르게 된다. 새봉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강릉시가지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동으로 제왕산과 갈라져서 백두대간길이 능경봉을 일구어 놓고 고루포기산으로 뻗어 나간다. 북으로는 선자령의 봉우리와 함께 풍력발전기가 줄줄이 서있는 모습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오를수록 바람의 세기가 더하고 제법 차가운 바람이 이마를 시리게 한다.
새봉의 북사면을 내려서는 길은 아직도 눈이 남아 있어 조금은 미끄럽다. 관목이 우거진 안부로 내려섰다가 부드럽게 능선을 타고 오른다. 아침나절의 차가운 날씨와는 다르게 오후의 햇살을 받아 남향의 등산로는 눈이 녹아 줄줄 흐르고 질척하다. 가끔은 엉덩이에 진흙을 바른 산객들이 종종 보이니, 미끄러져 넘어진 사람들이다.
능선의 바람은 점점 거세어 지고 차갑다. 선자령은 겨울이면 아이젠과 함께 방풍복과 항한모, 마스크는 필수로 챙겨야 하는 곳이다. 풍차가 가까와 지자 바람소리와 함께 풍차 돌아 가는 소리가 시끄럽다. 풍차를 보며, 바람이 몰아치는 능선을 걷는 것은 아주 좋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구릉과 초원, 그리고 느긋하게 돌아가는 풍차의 모습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 온다. 선자령은 눈과 상고대가 일품이나, 이러한 이국적인 풍경으로 들꽃이 피어나는 봄철과 푸른 초원을 걷는 여름산행에도 좋은 곳이다. 더구나 힘들지 않은 부드러운 산행길은 가족이나 연인들의 산행길로 아주 좋을 듯하다.
선자령은 강릉과 평창을 잇는 경계지역으로, 대관령에서 남쪽으로는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져 나가며, 북으로 새봉과 선자령을 거쳐 곤신봉으로 뻗어 나가다 소황병산을 지나 노인봉으로 이어져 나간다. 선자(仙子)란, 신선 또는 아름다운 용모의 여자를 말하기도 하는데, 선자령이 부드러운 여성의 육체를 닮아 붙혀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보현사에 올려다 보면, 떠오르는 달과 같이 보여서 붙혀졌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선자령의 서사면으로는 한일목장이 있고, 북서로는 차를 타고 둘러 보아도 2시간 가까이 소요 된다는 삼양목장이 소황병산 아래까지 광활하게 펼처져 있다. 삼양목장에서 7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으므로 입장료를 내고 차를 타고 삼양목장을 둘러보고 도보로 푸른초원의 백미라는 소황병산에 오를수도 있다.
풍차가 휙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풍차 아래를 지나 초원이 펼쳐지는 능선을 오르면 선자령의 정상이다. "백두대간선자령"이라는 커다란 돌탑이 서있는 정상에는 산객들로 만원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조망을 즐긴다. 끝없이 펼쳐지는 구릉과 풍차, 그리고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동해바다와 함께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능선의 바람은 매우강하고 차다. 밥을 먹고 사진을 찍다 보니, 손이 시럽다. 산 아래도 바람은 부나 이처럼 차지는 않았는데 꽤나 매서운 바람이다. 전에 올라 왔을때는 눈이 내려서 상고대와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어 놓았지만 눈때문에 시계가 좋지 않아 멀리 있는 풍경을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눈과 상고대가 없는 대신 일망무제의 조망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멀리는 황병산의 군사시설물까지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조망이 좋다.
선자령 산행코스가 조금은 단조로워서, 곤신봉과 고구려의 후예인 발해의 대조영이 쌓았다는 대공산성에 올랐다가 보현사로 하산하려 하였으나 등산로가 폐쇄 되었다. 선자령 하단 안부에서 초막골로 향하는 길도 마찬가지로 폐쇄가 되었다. 산불예방기간으로 5월 초순까지는 주등산로를 빼고는 산행을 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오던길을 되돌아 와 대관령으로 원점회귀를 한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을 돌아 원점회귀를 하는데는 3시간 30분~4시간이 소요된다. 하절기에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올랐다가 푸른초원이 펼쳐지는 곤신봉과 소황병산을 거쳐 노인봉에서 소금강으로 하산하는 장거리 코스를 1박2일코스로 걷는다며 초원과 들꽃과 풍차와 함께 소금강의 수려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산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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