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눈의 고장 평창의 계방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9년 1월 17일 (토) 맑음
나의 평가
산행시간 5시간 30분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이 물러나고 날씨는 화창하고 포근해졌다. 기축년 새해에 시작하는 첫번째 원내산악회는 심설산행지로 많이 알려진 계방산을 택하였다. 망년회 등 연말의 바쁜 일정으로 12월 정기산행을 걸렀으니, 올해는 눈산행다운 산행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영동고속도로 속사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북으로 조금 더가면 운두령이 나온다.
운두령은 해발 1,089m로 우리나라에서는 정선의 만항재에 이어 차량이 오를수 있는 고개로는 두번째로 높은 고개다. 구불구불 운두령에 오르니, 이른 시간인데도 계방산을 찾아 온 산객들과 차량으로 가득하다. 등산로 입구에는 등산안내도가 한개 서있고 간이화장실과 매점도 있다. 겨울이면 그만큼 심설산행을 즐기려는 산객들이 많이 찾아 오는 곳이다. 들머리에서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20m쯤 올라서면,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오르게 된다.
수목은 온통 상고대가 달라 붙어 화사하게 꽃을 피워 놓았다. 오르다 보면 앞으로 1492봉과 계방산의 주능선이 백발처럼 하얗게 상고대로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 올려다 보인다. 산상의 상고대가 대단한 것 같은데, 오늘 날씨가 포근하여 우리가 오를 때까지 녹지 않고 기다려 주려나 모르겠다. 겨울철 상고대 산행은 상고대가 녹기전까지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다.
깔닥고개을 올라서서 잠시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가 비알이 더해지며 1496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 서면 소계방산 쪽으로 뻗어 나가는 능선이 하얗게 상고대를 뒤집어 쓴채 늘어서 있고 앞으로는 계방산이 부드러운 능선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산아래서 보이던 화사한 상고대는 이미 많이 녹아버렸다.. 한시간만 일찍 올라 왔어도, 산상을 뒤덮은 상고대가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게으른자에게 복이 올리 없으니, 다음부터라도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1496봉은 넓은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1496봉에서 북릉을 타고 조금 걸으며 계방산으로 오르기 전에 공터가 하나 나온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신제도 지내고 점심을 먹는다. 계방산은 산객들로 인산을 이루어 등산행렬이 끝없이 이어져 나간다. 우리도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밥과 함께 점심을 때우고 계방산으로 오른다. 공터를 떠나 가파른 비알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계방산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작은 케언이 하나 서 있다. 계방산 등산로마다 산객들이 가득하지만 정상에도 여지없이 산객들로 가득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군데군데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있고 산신제를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서 남동릉을 타고 하산을 한다. 남등릉길이 30분 정도 하산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주목군락과 심설산행을 하려면 북동릉을 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북동릉을 타고 하산한다.
정상에 서면 채 지지않은 얼마 않되는 상고대를 이고 부드러운 능선이 동북으로 뻗어 나간다. 계방산은 심설산행지로 태백산에 이어 두번째로 명성을 날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눈과 상고대 못지 않게 조망이 좋은 산으로, 구룡덕봉과 가칠봉, 구룡봉과 동대산, 거문산, 대미산은 물른 설악의 대청봉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날씨는 쾌청하나 지평선을 타고 깔려 있는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시원치 않아서 멀리 있는 풍경은 전혀 볼 수가 없다.
북동릉을 내려서다 산신제 지낼곳을 찾아 보나,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눈이 많이 쌓여 만만치가 않다. 별로 준비한 것은 없으나 깔개도 없이 눈위에 올려 놓고 간략하게 제를 올린다. 제물은 시원찮고 절차도 생략했으나, 축문만은 장대하게 써와서 축문을 읽는 최주임이 숨 넘어 갈까 걱정이다.
눈이 많이 쌓인 곳은 스틱이 다 들어 갈 정도의 북동릉을 타고 가면 주목이 군락을 이루는 삼거리 안부로 내려서게 된다. 계방산은 운두령이 이미 1089m이니, 448m만 오르면 되므로 심설산행으로 인한 피로와 시간을 덜 수가 있으며, 3월달까지도 눈이 쌓이는 곳으로 심설산행에 제격이다. 계방산의 주목군락은 태백산이나 함백산의 주목군락보다도 그 개체수가 많은 것 같다.
노동계곡은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수량도 풍부하고 물이 맑은 오지의 계곡으로, 계방산과 주변에 반공소년인 이승복의 생가와 전시관이 있으며, 피부병과 위장병에 좋다는 방아다리 약수와 신약수가 있기 때문이다. 울창한 낙엽송길을 지나 노동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야영장이 나온다. 기존의 야영장이 넓은데도 계속 증설을 하는 것으로 보아 하절기에 이곳을 찾아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야영장을 지나서10여분 정도 내려오면 이승복의 생가가 있다. 1968년 12월 산골마을 외딴집에 살고 있던 이승복의 가족 7명 중 할머니와 아버지는 이사짐을 날라 주려고 이웃에 가고 5명이 남았다. 산속에서 내려온 무장공비 잔당 5명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는 이승복 일가족을 살해하여 아이들 3명은 외양간 뒤 오지랖 물통에 쳐넣고, 어머니와 큰아들은 퇴비더미에 묻었으나, 공비의 칼에 36곳이나 찔린 큰아들이 정신이 돌아와 이웃집에 기어가 구출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생가는 비어 있어 소실된 것을 2000년에 고증을 거쳐 복원되었으며, 생가 옆으로 추모비가 서있다. 노동리 아랫삼거리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이승복을 기리는 전시관이 있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는 풍경에는 탱크나 헬기의 모습도 보이니, 시간이 나면 둘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좌파정부가 들어서고 한때는 조작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로 논란이 되기도 했던 이승복의 일화는 그시절 자나깨나 공비침투, 전방교전등 북한의 위협에 시달리며, 반공교육을 철저히 하던 상황에서 충분한 개연성이 있으며,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본다. 삼거리에 도착하니, 5시간30분을 소요하고 산행을 마친다. 역시 계방산은 심설산행지로서의 명성이 헛디지 않으니,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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