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설화가 만발한 제왕산.

바위산(遊山) 2009. 2. 3. 04:18
여행지
상고대가 만발한 심설산행지 제왕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9년 02월 01일 (일) 밁음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봄을 부르는 듯한 포근한 날씨가 눈산행을 방해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그래도 3월까지는 눈이 쌓인다는 대관령인데 하는 반신반의로 대관령을 찾아 간다.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가 눈을 녹여 꽤나 질척거리게 한다. 대관령은 쌓인 눈으로 주차를 하는 것만도 거사를 치루는 것과 같다. 겨울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이곳은 눈산행과 함께 상고대를 보러 밀려드는 산객들의 행렬과 양떼목장을 구경하러 온 인파로 북적 거린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선자령으로 향하고 일부는 능경봉이나 제왕산으로 오른다.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선자령으로 향하는 길이고 동쪽으로 전나무를 식재하고 방풍대를 설치한 108계단을 타고 오르면 능경봉과 제왕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눈이 쌓여 계단임을 무색케 하는 108계단을 올라서면 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기념비 한옆으로 포장을 치고 등산도구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다. 간이매점을 지나면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숲은 상고대가 만발하여 화사하게 꽃을 피워 놓았다.
 
 
 
제왕산 2.7km, 능경봉 1.8km, 대관령박물관 7.6km라는 라는 낡은 안내표지를 지나면, 상고대가 만발한 부드러운 능선길은 밀려드는 운무와 함께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능선길이 부드러워 걷기가 좋은 탓인지 노(老)산객들이 많이 보이고, 탄성과 함께 사진촬영에 바쁘니, 가끔씩 트레픽을 만들기도 한다. 500m쯤 능선을 걷다보면 울창한 잣나무 숲을 뚫고 나 있는 임도가 나오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무인감시초소에서 가끔씩 안내방송이 나오고 앞으로 등산안내판이 서 있다. 이곳이 능경봉으로 오르는 길과 제왕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부드러운 오르막길을 올라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상고대가 만발한 수림사이로 무덤이 한기 나온다. 무덤을 지나면 다시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제왕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서면 제왕산으로 오르는 주능선 길이다.계단을 올라 뒤돌아 보면 온통 상고대를 뒤집어 쓴 능경봉으로 오르는 부드러운 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상고대가 덕지덕지한 설화를 보며, 잠시 오르면 작은 헬기장이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풍차가 늘어선 선자령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나, 오늘은 운무가 가득하여 조망은 전혀 되지 않는다.  
 
 
 
 
산은 온통 눈과 상고대로 화사하게 장식하였다. 운무와 바람이 만들어 내는 상고대의 화사한 모습이야 말로 자연이 만들어 내는 위대한 예술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설화가 만발한 능선을 걷다 보면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오르지 자연과의 동화로 몸과 마음이 모두 가벼워짐을 느낀다. 참으로 좋은 풍경이고, 좋은 기분이다.
 
 
능선을 타고 작은 케언이 있는 암봉에 올라서면 눈이 쌓여 직진하기는 어렵고 암봉의 하단을 우회하여야 한다. 심설산행을 하기 위하여 많은 산객들이 찾아 왔으나, 가끔은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아 버벅거리며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줄줄이 걸려 있는 모자를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는 바람에 입구에서 하나 구입하긴 했지만, 심설산행에서 아이젠과 스팻츠, 방한모와 방한수갑은 필수품이 아닌가 싶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아저씨 한분이 우회로를 내려서다 구르자, 겁먹은 노산객 몇분은 되돌아 가는 모습도 보인다. 
 
 
 
 
 
설화의 터널을 지나 능선으로 좀더 오르면 제왕산이 올려다 보인다. 군데군데 바위지대와 고사목이 어울려 있고 제왕솟대바위가 서있다. 솟대바위를 지나면 능선길은 잠시 가파라 지면서 고사목과 함께 분재처럼 멋지게 자란 노송들이 군락을 이루는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고사목을 감싸고 있는 돌무지 옆으로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상고대를 잔뜩 뒤집어 쓴, 이곳의 노송들은 그 크기도 대단하지만 아주 멋지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이곳까지 오르는데는 겨우 한시간이 조금 더 걸렸으니, 조금은 싱겁기도 하지만 포근한 날씨로 인하여 적지 않은 땀을 흘린 것 같다. 
 
 
 
 
정상을 조금 지나면 전망대가 나오고 삿갓바위가 있으며, 시원하게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운무가 심하여 조망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설화가 만발한 능경봉으로 치켜 올라가는 능선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터널이 조망되고 우리가 타고온 능선을 기준으로 한쪽은 청명, 한쪽은 운무에 휩쌓여 있어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에서 대관령박물관으로 향한다면 급경사로를 내려서서 지류를 타고 5.3km를 더 가야하며, 총산행거리는 7.6km로 산행시간은 4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눈이 쌓여 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비좁은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사진촬영에 바쁘다. 우리는 점심을 가져가지 않았으니, 간단하게 빵과 계란으로 허기를 메꾼다. 대관령박물관까지 길게 가보고 싶지만 차가 대관령휴게소에 있으니, 아쉬움이 남지만 원점회귀를 하여야 한다.
 
 
제왕산은 해발 841m로 고산준령이 늘어선 이곳에선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옆에 있는 능경봉이 해발 1,123m로 등산거리는 짧으나  일부 구간을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것에 비하면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산행을 할 수가 있는 곳으로, 가벼운 심설산행지로는 선자령의 단로움에서 벗어 난, 아기자기하고, 멋이 있는 산행코스다. 오후가 되자 날씨는 봄 날씨를 방불케하여 땀이 줄줄 흐르고, 상고대도 녹아서 뚝뚝 떨어진다. 심설산행에서 멋진 상고대를 보고 싶다면 일찍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제왕산에 올랐다가 원점회귀를 하는 시간은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먹고 쉬고 느긋하게 다녀온다 하여도 3시간이면 족할 것 같다. 제왕산은 눈과 상고대로 가득하여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가볍고도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37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