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단풍과 함께 인생여정을 돌아보는 구봉대산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8년 10월 18일(토) 맑음
나의 평가
원내 산악회 정기산행지로 석화봉을 택하였으나 10월이 지나면 단풍산행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단풍산행으로 좋은 구봉대산으로 급히 산행지를 변경한다. 차량문제로 멀리는 가지 못할 것 같고 가까운 곳에서 찾다보니, 몇 년 전 가을에 찾아 갔던 구봉대산의 단풍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봉대산은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에 있는 법흥사의 서쪽을 에워싸고 있는 산이다. 법흥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이 자리하고 있다. 법흥사 일주문으로 들어서면 일주문 옆으로 콘크리트로 포장된 농로가 나온다. 이곳이 구봉대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이곳에서 구붕대산으로 오르지만 이길은 9봉부터 1봉으로 꺼꾸로 돌아 오는 길이며 된비알이 계속되어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일주문을 지나면 멋지게 자란 노송군락 너머로 연화봉이 올려다 보인다. 법흥사 경내로 들어서서 법흥사를 한바퀴 돌아보고 절골로 향한다. 절골 입구에 연화봉을 돌아 사자산으로 오르는 오른쪽 길과 구봉대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 계곡을 건너면 구봉대산의 들머리다.
절골로 들어서자 단풍으로 울긋불긋 물들은 빼곡한 수림이 주위를 감싼다. 두개의 작은 계곡을 지나 마지막 계곡까지 완만하게 오르면 "마지막 계곡"이라는 표찰이 붙어 있다. 식수를 준비하지 산객은 이곳에서 수통을 채우고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구봉대산이 단풍산행지로 알려져 있으며 구봉대산에서도 단풍의 백미는 들머리에서 1봉으로 이어지는 안부까지로 단풍철이면 최고의 절정을 만들어 놓는 곳이다.
계곡까지 완만하던 등산로는 차츰 비알을 더해가고 화사한 단풍으로 뒤덮힌 산판은 불이 붙은 듯 눈을 부시게 한다. 어느 곳에 눈길을 주던 단풍으로 눈이 시린듯한 풍경은 모든 사물들마져 울긋불긋하게 보이는 듯하여 "참으로 좋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단풍으로 화사한 산판은 가을을 노래한 "구로몽"의 "시몬 너는 들리는가? 낙엽 밟는 소리가" 라는 쓸쓸한 싯귀 보다는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 나는 붉은 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 그대 오는 길목에서 / 불붙은 산이 되어야지" 라고 노래한 "가을날"이란 싯귀가 어울려 산을 뒤덮은 단풍길을 걷노라면 기분도 좋아지고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날 듯 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듯 화사한 단풍숲을 걸으며 기념사진 한장 남기지 않을 수 있을 수가 있나? 산이 온통 붉으니 땅도 사람도 모두 붉은 기운이 감돈다. 사정이 있어 갑자기 산행에 참석하지 못 한 사람들은 두고두고 한이 맷힐 풍경이라 하여도 결코 허풍쟁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같다.
경사로를 따라 안부로 올라서는 길은 비알이 완만하고 주변의 풍광이 수려하여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다. 천하복지 명당터라하는 법흥사는 북으로 치악산에서 뻗어 나온 사자산이 웅장하게 둘러싸고 있으며 동으로는 겨울철 눈꽃산행지로 이름이 알려진 백덕산이 좌청룡의 역할로 감싸고 있으며 서로는 아홉개의 작은 봉우리가 올망졸망 이어져 나가는 구봉대산이 우백호의 역할을 하며 법흥사를 에워싸고 있다.
완만하던 오름길은 갑자기 비알이 급해지며 울창한 수목사이로 하늘이 내다 보인다. 밧줄이 늘어서 있는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1봉으로 향하는 안부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몇발짝을 옮기면 낮아서 봉우리임을 실감하기 어려운 1봉에 도착한다. 1봉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조금 더 전진하면 2봉에 오르게 되고 2봉을 내려와 다시 암봉으로 이루어진 3봉에 오르게 된다. 3봉은 전망대의 역할을 하여 아래로는 화사하게 물들은 산자락의 끝으로 법흥사가 내려다 보이고 앞으로는 사자산과 백덕산이 서서히 색깔을 더하며 그 웅장함 과시하듯 우뚝 서있다.
구봉대산은 아홉개의 봉우리에는 잉태로부터 윤회까지 이어지는 인생사의 사연이 담겨 있다. 1봉은 "양이봉"이라 하여 부모의 몸을 빌어 잉태함을 말하며, 2봉은 "아이봉"이라 하여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출생을 의미한다. 3봉은 "장생봉"이라 하여 청장년기를 말하며, 4봉은 "관대봉"이라 하여 벼슬길에 오름을 말한다.
3봉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구봉대산의 상단부는 단풍이 지천으로 산자락에 불이 붙은 듯 눈이 부시도록 절경을 만들어 놓았다. 4봉을 지나 우뚝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5봉에 이르게 된다. 5봉은 그 웅장함 처럼 "대왕봉" 이라 부르며, 인생의 절정기를 뜻한다고 한다.
5봉을 내려서서 밧줄구간을 지나며 암릉을 타야 된다. 숲에 가려져 있어 겉으로는 느끼기 어려우나 암릉구간은 꽤나 길고 위험한 곳도 있다. 능선을 계속 고집하며, 암릉을 오르락 하다 보면 지치기 쉬고 위험성도 있으니 가능하면 암봉 밑으로 발달된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5봉과 6봉사이에 작은 헬기장이 있고 헬기장 아래로 몇걸음 내려서면 전망바위가 나온다. 전망바위에 서면 4봉에서 깍아 내린듯 한 단애가 조망된다.
헬기장에서 부드럽게 내려서면 다시 암릉이 나온다. 5봉에서 6봉으로 향하는 암릉은 다른 봉우리 보다 길어서 자칫 표지판이 없어졌나 싶다.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곳곳에서 전망을 할만한 장소가 나온다. 6봉은 암봉으로 오똑하다. 지친몸을 쉬어 간다고 하여 "관망봉"이라 부르는데 인생의 절정기인 5봉에서 6봉까지가 먼것은 인생의 절정기를 오랫동안 누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6봉도 암봉으로 한옆으로 기암이 서 있고 바위 뒤쪽으로 고사목이 한그루 서있다. 다른 봉우리들이 노송이나 수림에 갇혀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기 쉬운데, 6봉은 나무가 없고 사방이 시원하게게 트여 있어 가슴이 후련한 조망을 맛 볼 수 있다. 이곳에 서면 법흥사와 함께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는 신선바위봉이 백덕산과 사자산으로 이어지며 치악으로 내뻗는 장쾌한 능선의 마루금을 조망이 일품이다.
6봉을 내려와 7봉으로 향하는 길도 단풍으로 아름답고 암릉도 있으나 구봉대산의 아홉 봉우리를 잇는 암릉은 높이가 낮고 아기자기 하여 그리 힘들지 않은 산행을 할 수 있다. 7봉은 "쇠봉"이라 하여 병들고 늙음을 말하고 7봉에서 잠시 안부로 내려 섰다가 8봉에 오르게 된다.
8봉은 "북망봉"이라 하여 인생을 마감하고 사망에 이르는 봉우리다. 그래서 그런지 8봉에는 작은 케언이 하나 서있다. 인생을 마무리하고 이승을 떠나는 착잡함에 추모를 하기 위함인지 사람들은 작은 돌을 주어 케언에 올려 놓는다. 8봉을 내려서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평소에 점심을 가져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구시렁대던 총무의 눈초리가 제대로 먹혔는지 오늘은 모두 몇인분씩은 싸들고 온 것 같으니 차안에 덜어 놓고 왔는데도 먹거리가 지천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산행의 피로가 식곤증과 더하여 나른함이 몰려온다. 한숨 자고 싶은 충동을 물리치고 9봉으로 오른다. 9봉은 높이가 900m로 구봉대산의 정상이며 "윤회봉"이라 부른다. 불교의 윤회설에 근거하여 산을 좋아하고 덕을 베푼 사람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산을 좋아하기는 좋아 한 것 같은데 베푼것은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걱정되네...... ^^*
정상에서 기념촬영 한 번 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암릉과 단풍이 잘 어우러진 길을 길게 걷다보면 830봉에 오르게 된다. 830봉으로 향하는 암릉길도 단풍으로 아름답고 완만하여 걷기가 좋다. 구봉대산은 가족단위의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무명봉인 830봉을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대부분의 산객들이 이곳으로 오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체력이 소모되고 9봉부터 꺼꾸로 돌아야 하니 법흥사로 들어가 절골로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늘 구봉대산은 단풍을 보러 온 산객들이 꽤나 북적대고 떠드는 소리로 시끄럽다. 구봉대산의 단풍을 보고 싶다면 절정기는 지났지만 이번 주말까지는 유효할 것 같으니 한번 다녀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면서 이어지던 등산로가 차츰 완만해지고 음다래골 지계곡이 나온다. 이곳에서 세수를 하고 두개의 작은 계곡을 더 지나면 억새가 활짝핀 억새군락지를 지나 주차장에 다다른다. 산행시간은 쉬는 시간까지 5시간이 소요되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룬 구봉대산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알릉길을 그리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으며, 지금껏 살아 온 인생을 되돌아 보게하고 남은 인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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