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월악의 용하구곡과 시루봉을 찾아가다.
여행기간
2008.05.31(토) 맑음
나의 평가
지난밤 동이 터오를때까지 잠못이루다, 아내가 아침밥을 지으려 일어날때야 잠시 눈을 붙혔다. 병원일도 정리가 안되고 어려운데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까지, 온갓 상념이 잠못들게 한다. 아침을 먹고나니, 울마눌 "이제 갈때가 없어 졌으니 어떻게 하나"
한다. 틈만나면 산이나 부모님께 달려가다 이제 모두 돌아가시니, 갈때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래! 산에나 가자. 산처럼 말없고, 욕심없고, 묵묵한 친구가 어데 있기나 하던가?
월악의 명산 암봉을 모두 돌아보겠다며, 한동안 월악을 밥먹듯 드나들다, 잠시 한눈을 팔았으니, 월악산 시루봉에 올라보기로 한다. 월악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송계계곡이 하늘재를 향하여 뻗어 올라가고, 동쪽으로는 구불구불 30리길 용하구곡이 뻗어 올라간다. 계곡은 오랜 가뭄으로 수량이 별로 없다. 월악의 유명봉들의 이름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시루봉산행은 용하구곡을 타고 들어가다 억수상회 앞에서 용하구곡지류를 타고 올라야 한다.
들머리 앞에는 화장실이 있고 바위로 뒤덮인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숲이 빼곡한 등산로는 그늘을 만들어 놓은데다, 바람마져 살살불어와 시원하기 짝이 없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수량은 적지만 계곡이 수려하여 힘들지도 않고 지루함도 없다. 등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나, 연인, 가족끼리 오손도손 오른다면 더없는 산책코스가 될 것 같다.
이곳에는 계곡의 경치도 수려하지만 물이 티없이 맑다. 계곡주변에 농경지나 인가도 없으며, 산객조차 많지 않아, 심산유곡의 청수는 아무곳에서나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티없이 맑고, 소에는 꽤나 많은 물고기때들이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이놈들에겐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다. 하기야 아무리 미물이라도 근심이 없을 수 없다는데, 너희들 고민을 내 어찌 다 알수 있겠냐만......
한시간쯤 오르다 보면 "수곡용담"이 나온다. 수곡용담은 높이가 5m쯤 되는 폭포다. 넓은 암반이 폭포를 만들며 물줄기가 휘돌아 내린다. 옛날 이곳에서 용이 솟았다 하여 용소라고도 하며, 가뭄때면 개를 잡아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개의 피를 바위에 발라 놓으면 용이 조화를 부려 비를 내려 더러움을 씻어 주었다고 전하며, 물굽이가 마치 용이 꼬리를 튼 모양을 하고 흘러 내리고 있다. 그러나 수목에 가려져 좋은 풍경을 사진에 담기는 매우 어렵다.
폭포의 위쪽은 넓은 암반위로 티없이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가끔 살랑살랑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물소리가 아니라면 계곡은 적막으로 가득하다. 탐욕의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 너무좋다. 이곳에서 다만 며칠이라도 지내다 간다면 욕망에 찌들은 마음이 조금은 깨끗해질 것도 같은데... 암반의 옆쪽으로 "아들바위"가 있다. 아들바위는 여인이 아기를 없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진이 시원찮아 올리지 못한다.
조금 더 오르면 "용소폭포"가 나온다. 계곡옆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오를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내려오다 발견하였다. 계곡은 수려하고 한적하다. 오늘 산행중에 단 한팀의 산객도 만나지 못했으니 고요를 즐기기에는 이만한곳도 드믈것 같다. 그러나 등산로는 잘 발달되어 있어서 길을 잃거나 할 염려는 없다. 용소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갑자기 수목사이로 거대한 절벽이 앞을 떡하니 가로막는다. 이것이 시루봉산행의 백미인 수문동 폭포다.
수문동 폭포는 높이 10m, 넓이가 100m쯤 되는 기다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무 길어서 어떠한 방법이든 한장에 사진에 담기는 어려워 짜집기를 해본다. 긴가뭄으로 수량은 적어서 찔찔거리고 흘러 내리지만 우기에 찾아온다면 장관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겨울철에는 폭포가 연꽃잎처럼 얼어붙어 올라가며, 얼음탑과 눈이 동굴을 막아, 동굴은 아늑하게 바뀐다고 한다. 세상만사 모두 잊고 이곳에서 며칠 푹쉬며 도나 닦아 볼까나....허기야, 울마눌이 그리 내비두지도 않겠지만, 즐겁던, 괴롭던 내 평생 내 할일은 다하고 살자하였으니, 허우적 거리는 한이 있어도 속세에 빠져 살아감이 내 운명은 아닐런지?
동굴은 천연동굴로 폭이 30m 깊이가 5m의 넓은 개방형동굴로 한번에 200명 정도가 �거나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동굴안에는 치성을 드리는 제단이 있다. 향로와 촛대도 있으며, 불심 가득한 불자가 가져다 놓았는지 목탁도 있다. 기상악화나 우천시에는 취사도 하고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인 듯하다. 동굴을 나와 폭포를 우회하여 가파르게 오르면 수문동폭포의 상단에 오르게 된다.
하산길에 들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산행중에 만나는 야생화는 유독 외로워 보이고, 그래서인지 정감도 많이 간다. 수문동폭포까지만 돌아오는데는 2시간 30분이면 족하다. 가까운곳에 계신분들은 산책삼아 가볍게 다녀올 수 있고 계곡과 폭포도 구경하니, 좋을 듯하다. 옥수상회 앞에서 수문동폭포를 지나 만수봉에 오를수도 있다. 거리가 6.2km이니, 그리 길지도 않고 송계계곡에서 오르는 만수봉길이 가파라 힘을 빼놓으니, 이곳으로 오른다면 더 아기자기한 산행이 될 것 같다. 하산 후 수안보에서 기다리는 친구부부와 상봉하여 한잔, 두잔, 술잔을 기울이며, 밤을 지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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