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낙영산, 쌀개봉 암릉 산행기

바위산(遊山) 2008. 4. 1. 11:08
여행지
괴산명산 낙영산과 쌀개봉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8.03.29(토) 흐리고 비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나의 아버님은 7년전 위암진단을 받고 어떠한 치료도 병원행도 거부하시고, 아프다는 말씀 한번 하시지 않으시고 조크와 유모어를 던지시는 여유로움을 보이며 지내셨다. 수발을 하시던 어머님의 병환이 악화되시자 곡기를 끊으신체 일주일을 누워 계시다 향년 86세의 연세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셨다. 어머님보다 먼저 가실려고 작정하신 것이 눈에 보이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흐트러짐 하나 없는 강건함과 멋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셨다. 아버님 장례와 어머님의 병환으로 한동안 정신없이 보냈다. 어머님을 뵈러 청주에 들린김에 잠시 짬을 내어 괴산명산 낙영산을 찾아간다.
 
낙영산은 괴산35명산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올랐던 산이다. 청주에서 접근성도 용이하고 2시간 남짓이면 돌아 올 수 있는 산이며 산세가 수려하여 지루함이 없기 때문이다. 청천에서 서쪽으로는 옥화9경이 자리하고 동으로는 화양구곡과 선유구곡, 갈미봉, 도명산, 가령산이 늘어서 있고 보은 방면인 남으로 직진을 하면 사담마을이 나온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꺽어 들면 오래된 고찰인 공림사가 나오고 공림사가 낙영산 산행의 들머리다.
 
공림사는 신라 48대 경문왕때 고승 자정선사가 암자를 짖고 정심수도를 하던 중 그 법력과 덕화가 세상에 두루 알려지자 왕이 선사를 국사에 봉하고 입궐을 청하였으나 이미 속세를 떠난 사람이 다시 세간에 나갈 수 없다하여 사양을 하였다 한다. 왕이 이에 감동하여 국명으로 사원을 창건하고 "공림사"라 명하였다 한다. 조선조 정종때 중창을 하고 임진왜란때인 선조 20년 왜군이 절의 웅장함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화살에 불을 붙혀 쏘았는데 절이 불에 타던 중 불길이 대웅전으로 접근하자 갑자기 바람이 불어 불길을 돌려 대웅전과 요사체 한동이 보존되었다고 전한다. 6.25동란때 인민군이 절에 거주하는 바람에 국군이 불을 질러 소실된 것을 1965년과 1981년에 중건하여 1993년에 완공을 하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공림사 왼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이용한다. 그러나 쌀개봉과 낙영산의 안부로 올라서는 이길은 잡목이 우거지고 볼만한 풍경도 별로 없다. 공림사 대웅전 뒤쪽으로 들어가면 기죽은 개구리 바위가 보이고 절 뒤쪽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들머리로 접어 들면 작은 바위돌들이 박혀있는 산판에 송림이 빼곡하게 우거져 있다. 송림을 빠져나가면 바위들이 앞을 가로 막으며 곧바로 바위산행을 시작하여야 한다.
 
낙영산은 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암반 슬랩과 기암과 노송이 어우러져 있으나 산이 크지 않아 먼데서 오신 분들이 낙영산만 돌아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낙영산 산행은 대부분 도명산과 가령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하는 것이 좋으며, 시간은 5~6시간쯤 소요된다. 또한 조봉산에 올랐다가 쌀개봉을 지나 낙영산에 오른 뒤에 공림사 뒤로 하산을 하는 것도 4시간 안팍의 좋은 암릉산행 코스가 될 수 있다.
 
날씨는 잔뜩 흐리고 후질근히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추고 찬바람이 살살 몰려오는 제법이나 스산한 날씨다. 가파른 바위군락을 오르자면 군데군데 밧줄구간이 나온다. 밧줄에 의지하고 전망대에 오르면 노송들이 잘 어우러진 거대한 바위슬랩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낙영산의 백미다. 군데군데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있고 때이른 진달래도 몽우리를 터트리고 있다.
 
산이 크지 않으니 배낭도 스틱도 없다. 달랑 물병하나 주머니에 챙기고 여유롭게 오른다. 등산로는 잘 발달되어 있고 대부분의 슬랩지구와 바위지대에는 우회로가 있으나 자일이 없어도 그리 위험하지 않은 슬랩을 엉금엄금 기어 오르는 것도 또 다른 산행의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몇차례의 밧줄구간과 슬랩지대를 번갈아 오른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송글송글 품어내는 땀방울 식혀주니 산행을 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다. 암릉을 오르다 보면 동으로 백악산이 길게 누워 있고 멀리 장성봉과 막장봉 서릉이 마루금을 이루고 뒤로는 오똑하게 솟아있는 대야산까지 조망된다. 날씨가 좋다면 속리산의 서북능선까지 조망이 되나 오늘은 흐린 날씨로 인하여 조망할 수가 없다. 운무로 뒤덮인 장성봉과 대야산은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낙영산은 높이가 684m(산행사이트에는 대부분 740m라고 표기됨)로 신라 진평왕때 당고조가 세수를 하기 위하여 세숫물을 받아 놓으니 세숫물에 아름다운 산의 그림자가 비치는 것이 이상하여 신하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뒤 찾아 보도록 하였으나 나라안에서 찾지 못하던 중에 어느날 동자승이 나타나서 이산은 동방 신라국에 있는 산이라 일러주어 신라로 사신을 보내어 찾아보도록 하였으나 찾지 못하던 중 홀연이 도승이 나타나 이산의 위치를 알려주어 찾게 되었다고 전하며 "산의 그림자가 비추다, 떨어지다" 라는 뜻으로 낙영산이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오르다 보면 정상쪽으로 2개의 기암이 올려다 보인다. 쉼없이 한시간쯤 오르면 헬기장에 다다르게 되고 서쪽을 제외한 삼방이 시원하게 터있어서 좋은 조망을 즐길 수가 있다. 아래로는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이 공림사를 향해 뻗어 내려가고 흰 화강암벽을 드러낸 가령산과 도명산을 비롯한 주변의 산들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모두가 아름다운 괴산의 명산들이다.
 
정상을 못미쳐 암벽훈련장이 나오고 몇개의 기암이 노송들과 어우러져 있다. 기암을 지나 잠시 오르면 낙영산의 정상이다. 정상엔 작은 말목처럼 생긴 정상표지석이 있다. 잡목으로 인하여 조망은 좋지 않으나 서쪽으로 쌀개봉과 함께 뾰족한 조봉산이 건너다 보인다.
 
공림사 앞으로는 작은 골짜기가 있고 숲이 우거진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 내린다. 주변의 유명한 계곡인 화양구곡이나 선유구곡, 청천 앞뜰이 있으나, 번잡하지 않고 숲이 우거져 사람들의 이목이 걱정되지 않아 고기도 굽고 취사도 하기에 좋아서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여 이곳을 찾아 온다.
 
정상에서 쌀개봉 안부로 내려선다. 이곳은 공림사와 도명산 낙영산과 쌀개봉으로 갈라지는 사거리다. 이곳에서 낙영산으로 하산하는 길은 잡목만이 우거져 경치는 볼폼이 없다. 서쪽으로 길게 뻗은 소실되어 가는 낙영산성을 따라 오르면 쌀개봉의 코기리바위에 오르게 된다.
 
아래가 쌀개봉이다. 주변에 명산들이 즐비하여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용아릉처럼 암봉과 기암이 늘어서 있어 밧줄을 잡고 암봉을 오르고 내리는 재미가 좋다.
 
코끼리 바위에 올랐다가 몇개의 암봉을 오르고 내리고를 거듭하다보면 초심자들에게는 조금 두려움을 가져다 줄만한 구간들이 있다. 상신리에서 조봉산에 올랐다가 암릉구간을 지나 쌀개봉 암릉을 타고 상신리로 하산하는 방법도 좋은 산행길이 될 것 같다.
 
마지막 암벽구간에 서면 작은 이정표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암벽을 오르면 공림사로 향하는 길이며 서쪽으로 곧바로 하산을 하면 조봉산의 들머리인 상신리로 향하게 된다. 마지막 암벽구간을 지나서 구불구불하게 자란 소나무 사이로 쌀개봉의 남릉을 타고 하산을 한다. 날머리에는 작은 계곡이 있다. 이곳에서 세수도 하고 흐른 땀을 식힌다.
 
아래가 코끼리 바위인데 방향을 잘 못잡아 코키리를 닮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산행시간은 쉼없이 걸어서 3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공림사 입구에는 산수유가 화사하게 피어 있어 봄을 말하고 있다. 절에서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가 못마땅하여 산행 중에 절을 만나도 시주를 하지 않은지가 꽤나 된 것 같은데, 오늘은 대웅전에 입실하여 모처럼 시주도 하고 아버님의 극락왕생과 어머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오배하고 낙영산을 떠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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