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8. 02. 16 (토) 맑음
나의 평가
참석자 : 창민산악회원 14명
날씨가 화창하여 그리 춥지는 않으나 2월 중순의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다. 오늘은 원내 산악회의 두번째 산행으로 대둔산을 택하였다. 제천에서 멀기도 하고 가파른 등산로가 다리힘께나 써야 하겠지만 산행코스가 짧고 수많은 암봉의 도열을 보느라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리라는 생각때문이다. 가뜩이나 찾아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은 대둔산은 차량알바로 인하여 11시가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완주쪽 집단시설지구에 들어서니 수려한 암봉군락이 올려다 보이는 대둔산의 풍경은 아!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 나오도록 한다.
집단시설지구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행들머리에 접어들면 동학전적기념비가 나온다. 대둔산은 조선조 후기 동학농민혁명군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일본침략에 저항하여 대둔산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3개월간 투쟁을 한 곳이다. 석주골에서 25명의 지도자급이 끝까지 싸우다 작열한 죽음을 맞이한 곳으로 이때 동학점주 김석순이 여아를 품에 안고 150m 절벽으로 뛰어 내렸다고 하는 애절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동학전적비를 지나면 돌들이 깔려 있는 가파른 등산로를 본격적으로 타고 올라야야 한다. 요즘 전혀 운동을 하지 않고 술을 벗한 탓인지 다리도 무겁고 숨도 차오른다.
문이 닫힌 첫번째 휴게소를 지나 금강통문으로 오르다 보면 동심바위가 나온다. 석봉위에 또하나의 석봉을 올려 놓은 듯한 동심바위다. 신라 문무왕때 국사 원효대사가 처음 이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이 바위 아래서 지냈다고 하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금강통문을 지나다 위를 바라보면 대둔산의 명물인 금강구름다리가 올려다 보인다. 이길은 산행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처음 오르다보면 계속되는 가파른 너덜길이 다리를 무겁게 하는 길이다. 대둔산이 암봉으로 오똑하니 오르고 내리고가 없고 경사의 완급이 반복되지 않아 짧은 산행코스임에도 지치기 쉬우니, 느긋하게 페이스를 조절하며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금강구름다리에는 많은 산객들로 트레픽이 심하다. 길이가 50m이고 높이가 50m인 금강구름다리는 200명 이상 한번에 건너지 말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다리를 건너다 아래를 바라보면 오금이 저린다. 짓꿋은 남자산객들은 장난삼아 흔들어 보기도 하고 뜀뛰기도 하여 보지만 곧이어 겁먹은 여자산객들의 비명소리와 원망이 뒤따른다.
금강다리를 건너 입석대 위에 올라서면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삼선구름다리 위로 개척탑이 서있는 마천루가 우뚝하게 올려다 보인다. 삼선암으로 오르는 삼선구름다리를 오르는 것도 재미 있지만 고소공포증이나 간이 작은 사람에게는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다. 산객의 다소와는 무관하게 가끔씩 트레픽이 걸리는 것은 겁먹은 사람들들의 더딘 발걸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도 가끔씩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방어기재가 발동되고 해결하려는 고통과 고민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보면 두려움이나 불안을 떨구는 방법은 도피보다는 적극적인 도전이 원만한 해결방법이고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되지 않나 싶다. 차라리 두렵다면 위만 보고 걷는 것이 나을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들어선 외길 인생길에서 멈출수도 없고 떨어져 봐야 뒤따라 오르는 사람들 머리위가 아니던가?
개척탑이 서있는 마천루에 오르면 사방의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은 넓지 않아 산객들로 비좁으나 아래로 임금바위와 동심바위, 입석대, 삼선암이 침봉을 이루고 있고 동쪽으로 왕관바위가 수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마천대는 하늘과 맞닿았는 뜻으로 마천대라 부른다 한다. 장군바위 근처까지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서 편도 3000원의 요금을 받고 20분 간격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 가파른 너덜길에서 다리품을 파는 것이 걱정되는 분들이 이곳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마천루에 올랐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하산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천루에서의 시원한 조망은 일품이다. 칠성봉을 타고 흘러내리는 암릉이 희끗희끗 눈덮힌 산맥을 다시 일구어 놓았으며, 우의정 "김석주"가 글을 짖고 이조판서 "홍계희"가 썼다는 <대둔산안심사비>가 있다는 안심사 방향으로 흘러내린 능선도 암봉으로 아름답다. 날씨가 좋은 날 대둔산에 오르면 가슴이 시원할 정도의 조망이 언제이고 좋은 것 같다.
가을단풍이 암봉과 어우러지면 설악산과 금강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절경을 만들어 놓는다는 대둔산은 높이가 878m로 그리 높지 않고 크지 않으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똑하게 서있다. 호남과 충남의 소금강이라 불리우며 1980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모두 오르느라 고생들 하셨으니 기념촬영 한번 해보고(안 웃는 사람은 힘들었나?)
마천대에서 낙조대로 향하려 하였으나 초보자들이 힘들어 하기도 하고 길이 미끄럽다. 남사면의 눈은 대부분 녹았으나 북사면은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럽다. 모두들 아이젠을 차안에 두고 왔으니 강행을 하기에는 무리다. 3월산행까지는 산행의 필수물인 아이젠을 챙겨야 한다는 경험은 망각과 안일함으로 인하여 또한번의 실수를 만들어 놓는다. 눈이 덥힌 미끄러운 길을 버벅대며 서릉을 타고 용문골로 향한다. 산죽이 빼곡한 용문골 초입에서 잠시 휴식과 함께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나는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올랐는데 예상밖으로 푸짐한 준비가 산에서라면 진수성찬이라 할 수 있다.
용문골 상부는 가파른 된비알이 눈과 얼음으로 얼어 있서 철책을 잡고 더듬거리며 내려서야 한다. 가파른 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웅장한 칠성봉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용문골이 나온다. 당나라 정관12년 선도대사가 이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때 용이 이 바위를 열고 승천하였다하여 용문골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용문을 빠져나오면 칠성봉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일곱개의 침봉이 늘어선 아래로 장군바위가 내려다 보인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권율장군이 이 바위에서 전투지휘를 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하며 바위의 모습이 갑옷을 걸친 장군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장군봉이라 부른다 한다.
칠성봉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칠성봉의 모습은 대둔산의 절경중에서도 백미가 아닌가 싶다. 석봉 일곱개가 병풍처럼 아름답게 늘어서 있으며, 용문골에서 용이 승천하기 직전에 일곱개의 별이 떨어져다고 하여 칠성봉이라 부른다고 하는 칠성봉은 가히 금강이 부럽지 않은 절경을 이루고 있다. 가을단풍철에 이곳에 선다면 더욱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망대에서는 잘보이지 않지만 바위위로 조금 올라서면 대둔산의 동릉이 살짝 올려다 보인다. 전망대 옆에 있는 암봉에 핀이 박혀 있는 것으로 보아 릿지꾼들이 올라가서 조망을 즐긴 흔적들이 있다. 위험하겠지만 칠성봉전망대를 조금 더 높은 곳에 설치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산행시간은 3시간 30분에서 4시간이면 족하다. 모두들 용문과 칠성봉전망대를 그냥 지나쳐 먼저 골을 타고 하산을 하고 4명만이 칠성봉전망대에 올라 넉을 잃고 구경하다 시간이 지체되어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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