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소조령의 탁사등봉 눈산행
여행기간
2007.12.30(일) 눈
나의 평가
서해안과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다는 대설주의보는 호남을 강타하는 오보로 끝났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은 조금 흩뿌리고 말았다. 이정도라면 조령산의 코끼리바위 암릉코스를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화령터널을 지나기 전에 신풍리로 내려서면 조령산과 신선암봉으로 오르는 산행기점인 에바다기도원이 나온다. 그러나 제천과는 다르게 조령은 눈발이 흩날리고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에바다기도원으로 가는 길은 미끄러워 차를 끌고 들어갈 수가 없다. 줄줄 미끄러지니 후퇴를 하여 신풍리에 차를 세우고 탁사등봉으로 향한다. 눈이 계속 내리기도 하고 쌓인 눈의 정도를 보아, 코끼리바위 암릉코스를 타는 것은 위험하고 힘들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신선암봉에 올라 얼어붙은 로프를 잡고 칼바람을 맞은 기억이 더욱 망설이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탁사등봉은 조령의 신선봉과 마패봉을 지나 깃대봉과 신선암봉으로 이어져 수려한 조령산을 마주하고 있으며, 산 사이로 조령고개를 넘어 충주로 이어지는 소조령이 구불불 이어지고 있다. 모텔과 주유소가 있는 신풍마을 구판장을 지나면 축사가 하나 보인다. 축사를 바라보며 골을 타고 오르면 마지막 축사옆에 마른 고염이 새카맣게 다닥다닥 달려 있는 고염나무가 한그루 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축사에서 길을 막고 소들의 이탈을 막기 위하여 전기철선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전기철선을 넘지 않으면 산으로 집입하는 길은 없다. 길도 시원치 않은데다 바람도 불고 눈발도 흩날리니, 울마눌 산행이 귀찮은지 되돌아 가자 한다. 전기철선을 넘어 임도를 타고 오른다. 그러나 임도는 산허리를 지그재그로 돌뿐 아무리 찾아 보아도 등산로가 보이지 않는다.
탁사등봉은 주변에 수려한 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저 있고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산이기도 하지만 육림작업으로 잡목을 베어 놓은 것이 이리저리 엉켜 있는데다 눈이 덮혀 있으니 등산로가 보일리가 없다. 울마늘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는 내려 갈테니 혼자 다녀오란다. 보나마나 등산로도 없는 눈덮힌 산판을 그냥 치고 오를것이 뻔한데 고생길이 훤한것을 그동안 따라 다니며 당한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리라.
조령은 운무에 가려 있어 꽤나 많은 눈이 내리는것 같으나 이곳의 눈발은 거의 멈추었다. 아내는 다시 임도를 타고 하산을 하고 혼자 골을 타고 들어간다. 골짜기의 끝까지 들어가 가파르게 산판을 기어 오르면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골의 끝에서 산판을 타고 오르는 것은 고행의 길이다. 경사가 80도 가까이 될 듯한 산판에는 잡목을 베어 놓아 이리저리 엉켜있는데다가 낙옆위로 쌓인 눈은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다. 한발 오르면 주루룩 미끌어지고 한발 오르면 미끄러지니, 후퇴냐? 전진이냐? 갈등을 하면서도 한발한발 산판을 헤집고 오른다. 가끔은 얇은 돌판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보이고 푸석한 바위위에 쌓인 경사로를 밟으면 주루룩 미끌어져 내린다. 울마눌 되돌아 가길 잘했지 따라 왔다면 또한번 푸닥거리를 할뻔했다.
이렇게 한시간쯤 버벅거리며 엉금엉금 기어 오르다 보면 능선길에 오르게 된다. 능선에는 희미하지만 등산로가 나있다. 능선을 타고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정상에 오르게 된다. 무너진 벙커옆으로 수간에 달아 놓은 정상표지석에는 "괴산의 명산 마등봉"이라고 써있다. 지도에도 탁사등봉이라고 써 있는데 마등봉이라? 하여간 워찌 되었든간에 괴산의 명산이라는데 괴산군은 곳곳에 안내판좀 달아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정상에는 수목이 우거져 있어 조망은 좋지가 않고, 나무사이로 조령산이 올려다 보인다. 눈은 그치고 능선에는 찬바람이 몰아친다. 탁사등봉은 높이가 700m로 그리 높지 않으며 산행시간도 3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여 겨울산행에 좋을 것 같다. 마주보이는 조령산 코기리바위 암릉코스로 올라 신선암봉을 돌아 오는 것은 암릉코스로 겨울철 심설산행으로는 위험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이곳에는 위험구간이 없어서 등산로만 제대로 �아 오른다면 가볍게 눈산행을 즐길수 있을 것 같다.
정상에서 소조령으로 향한다. 경사가 급한 눈길을 버벅대고 내려오다 보면 송림이 빼곡하고 부드러운 길을 걷게 된다. 고행길인 알바로 잠시 잊고 있던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소조령으로 하산을 할터이니 차를 끌고 소조령으로 오라고 한다.
울창한 송림사이를 걷는 것은 힘도 들지 않고 좋으나 발자욱 하나 없는 눈쌓인 등산로는 헷갈리기 딱이니, 가끔은 길을 찾아 오락가락 하기도 한다. 소조령에 도착하면 아름들이 노송에 새끼줄이 걸려 있는 성황목이 나온다. 예전에 간이매점이 있던 공터는 울타리를 치고 사과나무를 심어 놓았다. 소조령의 아래쪽으로는 이화령터널이 지나간다.
"조령은 웬 고갠고~구부야 구부야 눈물이 난다." 추풍령과 죽령을 사잇길이라 부를만큼 조령은 조선조에 영남인들이 한양으로 향하는 대표적인 험난한 고개로 힘들게 넘어 다니다가 일제때 이화령이 뚫리면서 차츰 교통로의 역할을 상실하고 역사와 추억의 뒤안길로 잊혀저 가고 있다. 소조령은 내린눈이 반들반들 얼어 있어 어쩌다 마주치는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있다. 터덜터덜 소조령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조령의 산들은 웅장함과 수려한 모습으로 유혹을 하고 있다. 봄이 오면 코끼리바위 암릉을 다시 찾으리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안고 얼어 붙은 소조령을 떠나온다.
200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계획했던 무자년 신년 일출산행은 장모님 생신덕으로 포기하고 1월 1일 아침 아파트 베란다에서 본 일출의 모습입니다. 새해에는 나라와 사회가 좀 더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모두 넉넉한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찾아 주시는 분들 모두 소원성취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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