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홀로 걷는 보배산, 보개산

바위산(遊山) 2008. 5. 12. 23:34
여행지
쌍곡계곡과 괴산명산 보개산, 보배산.
여행기간
2008.05.10(토) 맑음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요즘 어머님 병환으로 산행도 못하고 휴일이면 고향으로 향하기가 바쁘다. 어머님이 입원하신 작은 1인병실은 간병인 두어명도 들어서기 비좁다. 멀쭉하니 복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울마늘 산에나 다녀 오란다. 슬그머니 병원을 빠져 나와 어데로 갈까 망서리다, 무장적 차를 몰고 조령산으로 향한다. 괴산을 지나 쌍곡에 이르자 군자산이 우뚝하니 앞을 가로 막는다. 군자산 들머리인 쌍곡계곡 소금강에서 잠시 망서린다. 괴산명산이 즐비한 이곳에는 어느곳에서도 명산을 접할 수가 있다. 조령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군자산과 칠보산도 올라보았으니, 아직 미답인 보배산을 택한다.

 
시루떡을 닮았다하여 떡바위라 부르는 쌍곡계곡 떡바위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을 가로건너 들머리로 들어서니, 대학생들이 MT를 왔는지 왁자지껄한 소음이 몰려오고, 아직은 물속에 들어가기가 이른데, 하나둘씩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든다. 그 모습이 너무도 생기있고 즐거워 보이니, 젊음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아! 저리도 좋은 젊음인데, 벌써 지천명을 훌떡 넘겨 버렸다. 그리운 시절, 그리운 친구들인데 이제는 돌아 갈 수도 없고,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들머리인 지계곡 암반에는 아주머니 몇분이 소풍을 나와 있다. 중년에서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소풍객들은 이미 취기로 얼큰한지 노래가락과 함께 막춤사위도 보인다. 취기때문인지, 홀로 산행을 하는 남자를 보니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노년의 아주머니 한분이 말을 걸어 온다. "오빠 한잔하고 가세요" 오빠라? 내가 보기에는 수양어머니 삼았으면 딱인 듯 싶은데~ㅎ, 문득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님이 생각난다. 몇년만이라도 더 건강하시면 모시고 여행도 다니고 얼마나 좋을까 싶다.
모처럼 배낭도 스틱도 없이 달랑 물한병 들고 오르는 산행길은 가쁜하다. 칠보산으로 오르는 이길은 예전에도 몇번 와본적이 있으며, 비교적 비알이 급하지 않아 오르기가 좋다. 피로함도 적고 아기자기함이야 나라안에서 칠보산만한 산도 드믈지 않나 싶다. 목조다리를 타고 오르면 커다란 암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바위를 돌아 오르면 산은 조금씩 비알이 급해진다.

통나무로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분홍색 참철쭉꽃이 피어있다. 이미 대부분 지고, 게으른놈만 늦게 꽃을 피운 것 같다. 잠시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칠보산과 보배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안부에 오르게 된다. 칠보산은 몇번 올랐으므로 보배산으로 향한다. 특별히 눈에 띨만한 기암들은 없지만 능선길은 아기자기한 멋이 잇다. 칠보산이 일곱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보배산도 몇개의 암봉을 오르내려야 한다. 오히려 암봉의 오르내리는 것은 칠보산보다 비알이 가파른 듯하다.

첫번째 봉우리에 오르면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북서로 쌍곡계곡을 건너 남군자산과 군자산이 마루금을 이루며 늘어서 있고, 동남으로 덕가산과 악휘봉이 희양산을 향하여 뻗어 나간다. 멀리 아스라히 대야산쪽을 향하여 장성봉과 막장봉이 우뚝하고 막장봉서릉이 제수리제로 이어 진다. 모두가 아름다운 괴산의 명산들이다.  산판은 연록이 차츰 색을 더하여 온통 싱그러움 가득하니, 5월은 약동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보배산은 높이가 750m로 높이 780m의 보개산을 지나 칠보산까지 연봉을 이루고 있다. 대야산, 희양산, 칠보산을 북쪽으로 군자산과 덕가산 사이에 있으며, 주위의 산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100대명산에 속한다. 그러나 보배산이나 보개산은 정규탐방로가 아니며, 특히 주등산로였던 태성리 각연사코스가 자연휴식년제에 묵여있어 주변의 유명산보다 덜 알려져 있으며, 산객도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늘도 들어리에서 여산객 3명이 스치고 지난것 외에는 산객을 만나지 못하였다.
봉우리에는 고사목들이 보이고 멋지게 자란 노송들도 보인다. 능선은 암를길에 수목이 울창하다. 암릉을 지나 가파르게 밧줄을 잡고 오르면 보개산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오늘은 보개산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고, 지도도 없이 즉흥적으로 찾아 왔으니, 보개산을 보배산으로 잘못 알았다. 보개산을 지나 다시 봉우리를 한개 넘으면 보배산이 우뚝하니 앞을 가로 막는다.
북쪽으로 진행을 계속하다보니, 주차를 해놓은 떡바위쪽에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계속 능선의 끝까지 가다가 차를 얻어타고 되돌아 올것인지, 아님 쌍곡으로 발길을 돌려 하산을 할 것인지에 잠시 갈등한다. 능선길은 암릉을 오르고 내려야 하지만 그리 힘들거나 어려운 구간은 없다.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산행으로 흘러내린 땀을 식혀주니 상쾌하기가 그지없다. 
 
능선의 동쪽으로 각연사가 내려다 보인다. 충청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는 각연사는 지금도 중창을 하는지, 보수를 하는지 망치소리가 산상에까지 들려온다.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515)때 유일화상이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유일화상이 쌍곡리 절골에 절을 짖고자 공사를 하고 있던 중에 까마귀때들이 날아들어 대패밥이나 나무부스러기들을 물고 날아가, 기이하게 여겨 까마귀를 따라 가보니, 지금의 각연사 자리에 연못이 하나 있고 연못을 들여다보니 연못속에 석불이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고 한다. 유일화상이 이 연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절을 지으니 연못을 보고 깨닳았다하여 깨닳을 "각"자에 연못 "연"자를 붙혀 각연사라 불렀다고 전한다. 사찰 동남쪽 1km 동남쪽에는 통일대사탑비가 있다.
능선에는 이미 세력을 잃은 키다리 참철쭉과 키작은 개철쭉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보개산을 보배산으로 잘못알고 보배산 정상을 눈앞에두고 하산을 서두른다. 주차지와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등산로도 없는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내려온다. 비알이 너무 가파른데다 잡목과 낙엽이 수북하여 줄줄 미끄러진다. 죽은 나무가지 하나를 잘라 지팡이를 만들어서 지탱을 하여 보려하지만 그리 녹녹치 않다. 
내리기가 오르기보다 더 힘이든다. 끊임없이 앞만보고 오르다 어느날 내리막길에 서면 버려야 할 욕망을 덜어내지 못하고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치고 있지는 않은지? 부질없고 끝도 없는 욕망으로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지 말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부질없는 탐욕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볍게 함이 현명한 삶은 아닌가 싶다. 재물도, 권력도, 명예도, 신앙도, 많음이 부족함만 못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노력함에 비례하여 비움으로 마음을 가볍게 하고 덕을 쌓아감이 각박한 이시대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쌍곡계곡에 도착하니 3시간 30분을 소요하고 산행을 마친다. 계곡에서 맑은물에 세수를 하고, 발도 담가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너른 암반위에 누워 오수를 즐기고 싶으나, 귀가를 서두른다. 벌써 4시가 다 되어가는데 점심을 먹지 못하였음으로 뱃속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을 잠재워야 할 것 같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물놀이를 하는 성급한 나들이객들의 모습이 여유로운 풍경을 만들어 놓아 수려한 쌍곡계곡의 명성을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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