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기암과 암봉으로 아기자기한 저승봉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8년 6월 29일(일), 흐림
나의 평가
어제는 비가오니 산행을 포기하고 병원에 들러서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고, 저녁나절 한양에 유학중인 딸년이 방학이라고 찾아오니 좋아하는 고기라도 먹인다는 핑계로 소주잔을 벗삼으니, 몸이 영 찌부덩하다. 밤까지 내리던 비는 멈추고 하늘이 잔뜩 내려 앉아 흐리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밤늦게 컴하고 씨름하던 딸냄이가 일찍 일어나기는 어려울 듯하고,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을 다녀오자며 청풍호로 향한다. 청풍호반을 따라가다. 단양으로 넘어가는 영아치고개를 넘어서면 산골마을 학현리가 나온다. 아름마을 가든앞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를 타고 오른다. 가든옆 계곡에는 일찍 피서객이 자리를 피고, 스피커를 타고 구성지게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어제밤 마신 술탓도 있지만 아침밥을 두그릇이나 먹은 탓으로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는 무겁기만 하다. 잡목이 빼곡한 된비알을 오르다 보면 몇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지도상에는 말바위, 학바위, 물개바위, 못난이바위 등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으니, 등산로를 잘못들어 왔는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쉼없이 30분 정도 오르면 소나무가 어우러진 바위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면 학현계곡이 단양으로 넘어가는 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상학현으로 뻗어 올라 간다. 학련리는 골을 타고 길게 늘어서 있지만 가옥이 군데군데 있어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는 않은 듯하고 하학현 쪽으로는 몇개의 팬션과 가든이 자리잡고 있다.
잠시 쉬며 땀을 식히는 사이에 한팀의 부부산객이 뒤따라 오른다. 다시 잡목사이로 가파르게 오르다 보면 몇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 서면 미인봉이 서쪽으로 우뚝하게 마주 보이니, 그 웅장하고도 수려함이 아주 좋다.
전망바위에서 조금 더 오르면 신선봉과 미인봉으로 갈라지는 주능선 삼거리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미인봉으로 향한다. 이제껏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던 것에 비하여 능선은 부드러워 걷기가 훨씬 편안하다. 바람도 제법 불어오니, 시원한 능선을 걷다가 잠시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너럭바위에 오르게 된다.
너럭바위는 커다란 기암이 능선을 타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시원한 암봉슬랩에 않아 잠시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힌다. 바위에는 몇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이름모를 야생화가 피어 있다. 잎을 보면 진달래로 착각하게 되는 이 나무는 사철나무로 겨울에도 푸른잎을 떨구지 않는다. 청풍호반 주변산에는 유독 이 나무가 많아서 여름이면 화사하게 꽃을 피운다. 암반에는 생김새가 요상한 두개의 구멍이 있어서 물이 고여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아주좋다. 흐리기는 하지만 비온뒤에 산야는 티없이 맑게 보인다. 멀리 천등산을 지나 운무가 걸쳐 있는 백운산까지 조망된다. 다시 바위를 오르고 트레버스(횡단) 하기도 하고 우회도 하며 오르면 미인봉 정상에 오르게 된다.
미인봉은 학현리의 여근석을 비롯하여 봉우리마다. 여성의 몸을 닮은 기암이 유난히 많다. 능선이나 암릉도 오르고 내리고 굴국이 심하여 아기자기함이 여성을 닮은 산이며, 미인봉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편 미인봉은 저승봉이라고도 부른다. 미인봉 아래에 있는 저승골에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온 사람이 없어서 저승봉이라 부른다는 설도 있고, 유난히 멧돼지가 많아 이 산을 오르고 내렸다고 하여 돼지 저(猪)자를 써서 저승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하는데, 아마도 후자의 경우가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저승봉 정상에는 돌로 된 정상표지석이 있고 정상표지석 앞으로 두개의 젓가슴을 닮은 바위가 있다. 저승봉을 내려와 암릉을 오르고 내리다 보면 정방사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미인봉과 족가리봉에도 몇번 올라 왔던 곳이며, 신선봉에 오를때도 정방사쪽에서 올랐으므로 낮이 익은 길이다.
정방사는 신라 문무왕때(622년) 의상대사가 도를 통한 후에 절을 짖고자 지팡이를 던지니, 이곳에 날아와 꽂히고 그 곳에 절을 지어 정방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 크지 않으며, 임벽아래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는 절이다. 암릉을 오르다 보면 울창한 수목사이로 군데군데 시원하게 조망을 틔운다. 서북으로 청풍호가 시원하게 조망되고 앞으로 족가리봉이 우뚝하다.
맞은 편에 있는 작은동산이나 동산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른 것 같고 신선봉으로도 올랐는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미인봉이나 신선봉에 오를때 학현리에서 오르게 된다. 학현리 길보다 정방사길이 부드럽고 아기자기하나 , 정방사까지 이어지는 능강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이 소형차는 오르기 좋으나 대형차는 접근이 어려워 포장도로를 길게 타고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암봉사이를 돌아서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울마눌 암봉에 올라가 볼 모양인데 그리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내가 올라서보니, 지나와서 찍은 바로 옆의 사진의 바위꼭대기에 오르게 된다. 칼등바위에 올라서면 거시기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오금이 저려서 얼른 내려온다.
다시 또 하나의 암봉에 올라선다. 하도 바위가 많으니 이게 어느 것이 먼저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구먼~ 하여간 이 바위의 모습도 예의 없이 여자의 거시기를 조금 닮은 것 같다. 예전에 올라 왔을때는 구멍 아래로 말풀이 자라고 있어 더 그럴듯 하였던 것 같다.
암봉을 오르기도 하고 우회나 횡단을 하다보면 지루함이 없다. 궁뎅이바위, 쪼가리바위, 물개바위등 기암이 많다고 하는데, 이놈들이 명찰을 달고 있지 않아서 어느 놈이 어느 놈인지 구분이 안간다. 허긴 평소에도 길눈이 어두운 것과 나의 둔감한 예술적 감각 탓일지도 모른다.
바위 위에 분재같은 소나무가 한그루 자라고 있고 멀리 신선봉으로 향하는 암봉이 올려다 보인다. 이곳에서 신선봉으로 오르는 암릉길은 아기자기하고 스릴이 있다. 기암과 암릉이 늘어서 있고 암릉의 끝으로 30m 이상되는 침니구간의 직벽을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고 내려야 한다. 예전에 저곳에 오를때 홀로 오신 산객이 커다란 세퍼트를 끌고 왔는데 이 개가 홀로 직벽을 오를 수 없으니, 아저씨가 자기만큼이나 커다란 개를 등에 업고는 끈으로 묶고서 밧줄을 타고 낑낑대며 직벽을 오르는 웃지 못할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신선봉은 저 봉우리에서 한참을 더 가야하니. 산행시간도 6시간 안팍으로 그리 녹녹치 않은 산행을 하여야 한다. 신선봉의 오른쪽으로는 망덕봉이 우뚝하고 뒤로는 운무에 가린 금수산이 올려다 보인다.
암릉을 우회하며 길게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족가리봉에 오르게 된다. 족가리봉은 조를 베어 낟가리로 쌓아 놓은 형상이라하여 족가리봉, 또는 조까리봉이라고 부른다. 하여튼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은 기암이 많은 미인봉 옆에 조까리봉이 있다는 것은 뭔가 오해를 사기에 좋을 것 같다.
족가리봉의 정상은 수목으로 인하여 조망이 쉽지 않다. 몇개의 작은 바위사리로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수간에 나무로 만들어진 표지판에 "족가리봉, 582m"라고 명찰처럼 매달려 있다. 족가리봉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청풍리조트로 향하게 되고 북릉을 타면 학현리로 하산을 하게된다. 이곳에서 북릉을 타고 학현리로 향한다. 북릉은 가파르고 잡목이 우거져 있으나 몇대의 암봉을 만나게 되는 암릉길이다.
하산을 하다 암봉에 올라서면 청풍호반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비온뒤의 시계가 좋은 탓으로 청풍호반을 지나 멀리 월악이 운무에 가린체 조망되고, 호반의 나루터엔 관광유람선이 미끄러지듯 유유히 호반을 누비고 들락거리고 있다.
세개의 암봉에 나란히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우회를 하면 마지막 암봉을 끝으로 암릉이 끝이 나고 잡목사이를 걸어 하산을 하여야 한다. 지도에는 하산길의 바위가 궁뎅이바위라 표시되어 있는데, 위치를 잘 못 잡아서 그런지 궁뎅이, 방뎅이? 아무리 보아도 닮지 않은 것 같다. 허기야, 하나의 사물이나 사안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느낌이 각각 다르기도 하니~
아스팔트포장도로인 영아치로 내려서니 3시간을 조금 넘기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이곳에서 주차를 해 놓은 들머리의 팬션앞까지는 30분쯤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길지 않은 산행이지만 그래도 땀을 흘리며 산행을 하고나니, 찌부덩하던 몸이 개운해짐을 느끼니, 역시 산 중독에 걸린것이 확실한 것 같기는 하다.
도로를 타고 오르다 보면 마을 입구의 계곡에 여근석이 있다. 여근석이 아니라 여반석이 맞을 듯 한데, 바위 위에는 누군가가 노골적으로 XX바위라고 형편없는 졸필로 써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기암에 몹쓸짓을 한 것 같다. 여근석 옆에 남근석이 있었으나 폭우로 유실되고 새로 남근석을 주워다 세워 놓았는데, 이왕 새시집 보낼려거든 그럴듯 한 것으로 짝지어 줄 것이지, 저것이 크기만 왕대물이지 생긴것은 영 아닌듯하다. 하기야 생김새는 별로 상관이 없을 듯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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