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장쾌한 치악의 향로봉과 비로봉 능선을 돌아오다.
여행기간
2008년 01월 05일(토) 맑음
나의 평가
꽤나 차가운 날씨지만 햇살이 화창하다. 치악산의 상고대가 보고싶어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하여도 울마눌 따라 나설 생각이 없는 듯하다. 몇달째 침묵으로 이젠 끝인가 싶었던 빨갱이의 기습에 당혹스러웠던 것인지? 그러나 결국은 등산복을 챙겨 입고 따라 나선다. 치악은 동서로 장쾌하게 늘어선 산맥이 편서풍을 맞아 겨울철 상고대로 아름다운 산이다. 지난 겨울에는 남대봉, 시명봉에 올라 환상적인 상고를 보았는데 오늘은 향로봉의 상고대를 기대해 본다. 원주시 행구동 원주공고 뒤쪽으로 국향사가 있다. 지금은 폐쇄된 치악산관리사무소 앞에 주차를 하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타고 오른다. 오르다 올려다 보는 산상은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 있다. 화사한 햇살이 걱정이긴 하지만 부지런히 오른다면 상고대를 만날 것 같은 희망을 안고 부지런히 오른다.
그러나 "악"자 붙은 산이 "악"소리를 내게 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워밍엎이 안된 상태에서 처음부터 급경사을 치고 올라야 하니, 숨은 턱에 차고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다행이 많은 산객들이 찾아와 지루함을 덜 수가 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 끝으로 보문사가 나온다. 이곳에 다다르면 향로봉의 절반은 오른셈이 된다. 신라 경순왕때 조성되었다는 보문사에는 1970년에 발견하여 복원을 해놓은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청석탑이 있다. 청석탑은 고려시대에 유행하던 탑의 유형이라 하며 탑의 몸돌에는 네면에 "범자(梵字)가 새겨져 있다.
보문사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나무가지 사이로 원주시가 한눈에 들어 온다. 이곳에서 철다리를 타고 얼어 붙은 계곡을 건너면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든다. 산은 모난 돌들이 많고 경사가 급하여 다리힘께나 써야 한다. 급경사면를 낑낑대며 30분쯤 오르면 지능선 안부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서 단체로 치악산극기체험을 하고 있는 KTF 신입사원들을 만나게 된다. 향로봉으로 올라 비로봉으로 향하는 극기체험단의 구호로 산판은 시끌하다. 산행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이들의 걸음은 느리고 피곤해 보이지만 씩씩한 모습이 대견하다. 어려운 일이 닥칠때마다 극복하고 노력하여 앞으로 회사와 사회의 중추적인 인재로 거듭나길 바란다.
지능선 안부에서 서쪽으로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길을 로프에 의지하고 잠시 오르면 향로봉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는 호국의 성지로 신라 문무왕때 축조하였다는 영원산성 안내판이 있다. 향로봉(1,043m) 남쪽 2.2km에 위치하며 후삼국시대의 "양길"이 이곳에 기거하며 "궁예"로 하여금 주위의 주헌, 예성 등의 고을 지키게 하였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아주좋다. 서쪽으로 남대봉과 시명봉을 지나 1187 봉으로 치악산맥이 장쾌하게 뻗어 내려가고 북으로는 원주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동북으로는 치악산 중에서도 암봉으로 수려한 삼봉과 토끼봉이 조망되나 삼봉, 또끼봉 구간은 자연휴식년제로 입산이 통제된 구간이다. 동남으로 나무가지사이로 비로봉이 우뚝하게 보인다. 기대했던 상고대는 화사한 햇살과 바람에 모두 사라지고 삭막한 능선에는 찬바람만 몰려온다. 한시간만 일찍 올라 왔으면 상고대를 볼 수 있었겠지만 게으른자에게 소득이 있을리야....ㅠㅠ, 고둔치로 하산할 계획을 바꾸어 비로봉까지 가 보기로 하고 동쪽으로 향한다. 억새가 있고 작은 마당을 이룬 고둔치에서 원통재 향한다
고둔치를 지나 조릿대가 무성한 비알길을 올라서면 원통재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도 삼봉과, 투구봉, 토끼봉과 쥐너미재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쥐너미재는 쥐떼가 넘어간 고개라 하여 쥐너미재라 부른다 한다. 옛날 범골에 "범사(凡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쥐가 너무 많아 스님들이 쥐떼의 등쌀을 못이겨 모두 절을 떠났다고 하며 그 이후로는 이 절을 찾는 이들이 없어 절은 폐사되었다고 전한다. 이곳에서는 비로봉이 우똑하게 올려다 보인다.
원통재를 지나 눈이 녹지 않은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걷다보면 비로봉 아래로 계곡길로 갈라지는 안부에 다다르게 된다. 안부에서 계단을 타고 가파르게 오르면 비로봉 정상에 다다른다. 향로봉에서 비로봉까지는 5.4km 정도이니, 벌써 3시가 다 되어 가는데 점심을 먹지 못하였다. 향로봉만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점심을 챙기지 않았으니, 배속은 허기가 밀려오고 기진맥진이다. 배낭을 뒤지니, 비스켓 한봉지가 나온다. 잠시 쉬며 비스켓과 따끈한 커피한잔으로 허기를 때우니 조금은 기운이 나는 듯하다.
비로봉은 해발 1288m로 정상에는 3개의 케언이 있다. 신선탑과 용왕탑이 있고 동쪽으로 따로 떨어진 케언이 하나 있다. 이곳에는 치악의 명성을 말하 듯 꽤나 많은 산객들이 올라와 사진을 찍고 있다.
하산은 미답지인 사다리병창으로 하여 구룡사로 향하고 싶으나, 주차를 하여 놓은 행구에서 너무 멀어지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 입석사로 하산하기로 하고 주능선으로 되돌아 간다. 원통재를 못미쳐 입석사가 있는 골을 타고 내려온다. 하산길도 가파르고 모난 돌들이 많아 걷기가 불편하다. 이미 다리도 아프고 모처럼 하는 장거리 산행에 울마눌은 무릅통증을 호소한다.
가파르게 버벅대며 내려오다 보면 작은 절 입석사가 나온다. 입석사 오른쪽으로 암봉이 솟아 있어 신선대라 부르며 오른쪽으로 커다란 입석이 하나 서있고 미륵좌불상이 있다. 이곳에도 보문사의 청석탑과 매우 흡사한 청석탑이 서있다. 입석사 아래로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협곡을 빠져 나오면 입석골을 지나 황골에 다다른다. 울마눌 무릅이 많이 아픈지 가끔은 뒤로 걸으며 내려온다. 산행은 7시간을 조금 넘기고 마무리 한다. "악"자가 들어 간 악산의 악명과 함께 "치악산을 찾아와 치를 떨고 간다"는 말이 있더니만 역시 치악은 된비알과 돌들과 싸워야 하는 그리 녹녹치 않은 산임을 실감한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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