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
여행기간
2007.09.29(토), 흐림
나의 평가
강원도의 오지라는 정선에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우면 하늘이 멍석만하게 보인다고 말한다. 그만큼 겹겹히 태산준령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동강이 뱀처럼 구불구불 사행천이 되어 흐르고 있다. 구불구불 아름다운 자태로 흘러 내리는 동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백운산이다. 백운산은 높이가 882.4m로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을 이웃하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 가파른 암벽옆을 타고 오르내려야 하므로 위험하기도 하지만 가파라서 그리 녹녹치 만은 않은 산이다.
백운산 산행은 미탄면 문희마을에서 정상에 오른뒤 칠족령으로 하산하는 길과 신동면 점재마을에서 올라 칠족령을 돌아 오는 길이 있다. 오늘 산행은 문희마을에서 부터 시작한다. 예전에는 4륜구동차도 들어가기 힘들었다 하는데 지금은 문희마을까지 포장이 되어 있고 주차장도 잘 정비되어 있다. 동강의 강변마을인 문희마을은 몇안되는 민가와 요즘은 산장이나 민박집들이 들어서 있어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는 등산로를 찾기 어려워 강변을 오락가락하다가 마을 뒤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찾을 수 있었다. 들머리는 전형적인 육산에 잡목이 빼곡한 길을 타고 올라야 한다. 조금 오르다 보면 골을 타고 오르는 3.2km 거리의 완경사로와 능선을 치고 올라야 하는 1.1km 거리의 급경사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급경사로를 타고 오른다.
이길은 능선까지 계속되는 된비알길로 한시간 이상을 헉헉대며 올라야 한다. 능선에 오르면 갈참나무와 굴참나무가 우거진 숲 아래로 키작은 싸리나무가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싸리밭을 보니, 오래전 비무장지대에서 군생활을 하며, 낮이면 수색을 하고 밤이면 매복을 하면서 후방에 있는 자매결연 학교에 싸리비를 선물하기 위하여 몇날이고 싸리밭을 찾아다니며 싸리비를 매던 기억이 새롭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조금 걷다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칠족령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200m 쯤 가볍게 오르면 백운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백운산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나란히 돌무지가 하나 있다. 돌무지 뒤로 가을 들꽃이 피어 삭막함을 덜어 준다. 이곳에서 점재마을 쪽으로 몇발작을 나가면 시원하게 조망이 펼쳐진다. 주변에 첩첩이 늘어선 고산들이 우뚝하게 보이고 멀리 함백산까지도 조망이 된다.
아래로 굽이굽이 뱀처럼 휘돌아 흐르는 동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니, 백운산의 진가는 아름다운 동강을 조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선의 조양강과 동남천이 합류하여 동강을 만들고 굽이굽이 영월로 흘러가다 서강을 만나서 남한강을 만들어 놓는다. 된까리부터 동강의 백미라는 어라연으로 이어지는 동강은 산행을 하지 않고 트레킹으로 동강의 절경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정상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칠족령으로 향한다. 완만하던 등산로는 갑자기 경사를 급히하여 걷기가 매우 불편하다. 등산로 옆에 있는 참나무가 살아 온 길이 순탄치 않은지 구불구불하게 자란데다 피부암까지 걸리고 생둥치에 다른나무까지 기생을 하니 이 나무 사주팔자가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다.
비는 오지 않지만 날씨가 흐리고 가끔 천둥치는 소리도 들린다. 칠족령으로 향하는 길은 암벽 끝으로 나있는 다섯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야야 한다. 백운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곧바로 내려설 것 같으나 막상 길을 걸어보면 가파르고 위험하여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곳곳에 절벽쪽으로 접근함을 자제토록 추락위험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눈이나 비가 내릴때에는 미끄러우니 산행을 자제토록 하여야 할 것 같다.
칠족령으로 향하다 보면 군데군데 조망이 좋은 곳이 있어 동강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산행의 끝인가 싶으면 또하나의 봉우리를 올라야 하고 내리면 또 올라야하니 백운산 주봉을 포함하여 여섯개의 봉우리를 가파르게 오르고 내려야 한다.
가파른 철계단길도 나오고 위험지구에는 대부분 굵은 밧줄을 매어 놓았다. 하산을 하다 올려다 보는 백운산의 사면은 수백길 단애로 절벽의 끝자락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산행중에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칠족령에서 문희마을로 향하는 부드러운 산행길에는 봄이면 꽃들이 화원을 이룬다 하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많을 꽃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가파르게 오르내리다 보면 추모비가 나온다. 1969년 모산악회 소속의 산을 좋아하던 30살 꽃다운 나이에 산행을 하던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곳이다. 추모비의 뒤쪽을 내려다 보면 아찔할 정도의 수백길 절벽이 곧바로 강물로 내리꽃혀 있다.
동강 가운데 만들어 진 삼각주도 보인다. 지금은 레프팅을 즐기며 동강을 내려오나 예전에는 떼꾼들이 생계를 위하여 뗏목을 타고 내려왔던 동강이다. 특히 꺼꾸러질 듯 물살이 가파른 된까꼬리에는 전산옥 여인이 운영하던 객주집이 있었으며 워낙 유명하여 떼꾼들의 노래속에서 지금까지 전하여 온다고 한다. <눈물로 사귄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정은 잠깐이라네~ / 돈쓰던 사람이 돈떨어지자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맞은 국화라~ / 놀다가세요~ 자다가세요~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가세요~ / 황새여울 된까꼬리에 떼를 띄워 놓았네~ / 만지산의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나~>
이렇게 봉우리를 넘고 넘어 칠족령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제장으로 향하는 길과 문희마을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칠족령은 칠목령이라고도 부른다. 문희마을과 점재마을은 이웃하고 있지만 강과 산이 가로막아 왕래를 하려면 몇백리 길을 돌아야 할 만큼 교통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 살던 한 선비가 옻을따서 항아리에 담아 두었는데 하루는 기르던 개가 보이지 않아 찾다보니 옻항아리에 들어 갔다 나온 개가 옻묻은 발자국을 남겨 놓아, 선비가 개를 찾아 옻칠이 묻은 곳으로 따라간 곳으로 길을 낸 것이 지금의 칠족령이라는 전설이 있다.
위 사진이 칠족령에서 바라본 백운산의 모습이다. 칠족령에서 문희마을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등산로를 편안하게 걸을 수가 있다. 산행은 4시간 남짓하게 소요되나 나름대로 뻐근한 산행인 듯하다. 동강은 수석처럼 예쁘고 깨끗한 돌밭과 모래와 맑은 물이 어우러지고 주변에 수려한 산세가 가세를 하니 잠시 세수도 하고 여유를 부려보나,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니 서둘러 떠나온다. 시간이 난다면 수려한 동강트레킹 코스를 걸어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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