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영월의 법흥사와 사자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11.25(일)
나의 평가
오전 10시가 넘었는데도 자욱한 안개가 걷히지 않는다. 치악산향로봉, 남대봉이나 사자산에 오른다면 멋진 상고대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어제는 생질놈 결혼식에 참석하고 모처럼 초딩친구들 모임에 참석하여 주(酒)님과 사생결단을 낼 듯하고는 비몽사몽간에 마눌님께 마부 신세를 지고 새벽에 올라 왔으니, 숙취로 인하여 몸은 천근만근이고 어리버리하나, 하루를 할일 없이 그냥 보내기는 영 아쉬움이 남아 사자산으로 향한다.
최과장을 살살 꼬셔서 영월군 수주면에 있는 법흥사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었다. 안개도 걷히고 햇살도 따스하게 화창한 날씨로 바뀌었다. 이곳의 지리가 어느 정도는 눈에 익어 지도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화근이다. 법흥사 옆으로 등산로를 타고 오르다 보니 구봉대산으로 가는 길이라 한다. 오른쪽으로 골을 타고 희미한 길이 보여 그리로 오른다. 숲은 원시림처럼 우거지고 골은 음습하다.
골을 타고 오르다 보니 길은 보이지 않고 바위돌이 널려 있어 골은 점점 험해진다. 허! 이거야 말로 난감하니 능선을 탈출구로 삼아 가파르데 치고 오른다. 그러나 경사가 너무 심하고 바위와 잡목이 우거져 있어서 두발로는 도저히 오르기가 힘들다.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오른다. 어제 저녁부터 밥을 거르고 밤늦도록 퍼댄 술로 컨디션은 제로이고 땀은 줄줄 흘러 내리는데,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의 길이니, 삼십년만의 유격훈련 이랄까?
바위가 나오면 우회를 하고 오르지 능선을 향하여 직등한다. 능선에 오르면 구봉대산과 사자산과 백덕산을 연결하는 등산로가 나올 것 같다.
제작년에 아홉개의 봉우리로 연결된 구봉대산에서 멋진 단풍을 구경하였고, 지난 겨울에는 백덕산과 사자산에 올랐다가 눈이 푹푹 빠지는 등산로도 없는 백년계곡으로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4시간이 넘게 사투를 벌인 기억이 있다.
한시간이 넘게 등산로도 없는 가파른 산판을 엉금엉금 기어 올라서야 능선에 다다른다. 능선길을 따라서 사자산을 찾아 간다.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었는데 사자산의 정상은 나오지 않는다. 나무가지 사이로 1125봉 뒤로 당재쪽의 암벽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사자산은 표지판이 없어 어느 곳인지 알쏭달쏭하다. 1089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니 삼거리가 나오고 하산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하산을 택한다.
내려오다 보니 판돌을 쌓아 놓은 듯한 커다란 암봉이 나온다. 암봉의 끝에는 누군가가 쌓다만 미완성 케언이 하나 있다. 암봉 아래로 석축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누군가가 주거를 한 흔적이 있다.
암봉 아래로 계곡이 나오고 수량은 적으나 티없이 맑은 물이 흐른다. 허공다리폭포 아래로 계곡이 깊다. 제법 발달된 등산로를 보아 이곳이 정규 등산코스인 것 같다.
사재산은 동칠, 서삼, 남토, 북토를 갖추고 있어 사재산이라고도 부른다. 동쪽에는 옻나무가 많고, 서쪽에는 산삼이 많이 난다고 하며, 남북으로 전단토(흉년이 들때 기근을 면하기 위하여 먹을 수 있는 흙)가 있어서 사재산 또는 사자산이라 부른다 한다.
사자산은 법흥사 소유로 영월군에서는 관리 권한이 없다고 한다. 사찰소유인데다 법흥사 뒤쪽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사대적멸보궁에 속하는 적멸보궁이 있어서 등산객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제대로 된 안내표지석은 없고 곳곳에 <위험, 등산로 없음>표지판이 서있다.
서쪽으로는 구봉대산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홉개의 봉우리마다 잉태에서 출생으로 시작하여 유년기부터 노년기를 맞아 사망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경로를 봉우리마다 설정하여 인생을 뒤돌아 보며 산행을 할 수가 있다. 구봉대산에서 법흥사로 향하는 길에는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에 단풍산행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내려오다 보면 연화봉이 올려다 보인다. 사자산은 우리가 내려온 길로 올라가서 1160을 돌아 연화봉 아래로 연결된 등산로를 타고 하산하는 것이 정석인 듯하다. 산행안내사이트의 산행지도에는 1160봉이 사자산이라고 되어 있으나 정상표지석은 암봉이 있는 1125봉에 있으며, 법흥사에서는 백덕산을 사자산이라고 부른다 하니, 사자산의 정상은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못하여 자칫 헷갈리기가 쉬우니 주의를 요한다.
노송이 빼곡한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법흥사가 나온다. 법흥사는 대찰로서 꽤나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아직도 중창이 한창이다.
법흥사 뒤로 200년 묵은 밤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적멸보궁과 함께 부도와 탑등이 많아 절을 찾는 이들도 많지만 구봉대산과 사자산, 백덕산을 찾아오는 산객들도 아주 많다.
저녁나절인데도 산은 개스로 뿌연하다. 사자산만 오면 헷갈리고 헤메는데다, 어제밤의 폭음과 끼니를 거른 탓으로 뱃속에서는 아우성이다. 돌아와서 뒤풀이를 하는데, 그래도 술이 술술 넘어가는 것을 보니....요것이 주당인지? 중독인지?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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