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병환과 투자부실, 연일 계속되는 궂은 날씨와 일주일이 넘도록 세력을 줄이지 않는 감기 등... 연이은 악재로 요즘은 산행도 제대로 못하고 블로거에 들어 온 것도 보름이 넘지 않았나 싶다. 추석연휴를 맞아 설악산 용아장성을 돌아 오고자 근무를 마치고 몇몇 동료직원들과 늦은 밤에 설악을 찾아간다. 설악이 가까워지자 연휴내내 청명하리라던 일기예보는 빈번한 오보를 증명하듯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감기에 초심자들도 있으니, 야심한 밤에 비를 맞으며 용아장성을 걷기는 부담스럽다. 급히 방향을 바꿔 십이선녀탕으로 향한다. 한계령 장수대분소에 차를 세우고 대승령으로 오른다. 어둠속에 헤드렌턴에 의지하여 골을 타고 오르다 보면 가파른 철계단을 만나게 된다. 주변의 풍경을 볼 수는 없지만 암릉위로 놓여진 철계단 주위로 멋지게 자란 소나무들이 이곳의 풍치를 말하고 있다.
동쪽하늘에 여명이 밝아오고 이곳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비는 그리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세력을 줄이지 않는 감기로 연신 흘러 내리는 콧물과 기침과의 전쟁이다. 큰 맘 먹고 구입해서 오늘 처음 신고 온 등산화는 앞쪽이 조여서 발이 영 불편하다. 혹시나 하여 신던것을 배낭에 달고 올까 하다 말았는데 역시나다.
대승폭포는 높이가 88m로 개성의 박연폭포와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폭포의 하나로 산상에서 쏟아 내리는 듯한 물줄기가 나라안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궂은 날씨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여명으로 뚜렷하지 못한 것을 밝게 편집하여 화질이 좋지는 않다.
원래는 한계폭포라 불렀는데 이곳에 대승이라는 청년이 살았는데 가난하여 절벽에 밧줄을 매고 석이버섯을 따다가 생계를 이어 갔다고 한다.
어느날 절벽에 밧줄을 매고 석이버섯을 따고 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대승아! 대승아!" 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급히 올라가 보니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커다란 지네가 동아줄을 쓸어서 거의 끊어져 가고 있었다 한다.
그때부터 죽어서도 아들의 위험을 알리려 했던 어머니의 자식사랑을 기려 대승폭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내려 올 수록 계곡은 조금씩 수량을 더하며 풍치를 보여준다. 정과장 왈~ 모자를 안쓰고 와서 빗물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색안경을 쓴다는데.... 비오는 날에 색안경이라.....?
잠시 밧줄구간을 지나 하산을 계속한다. 그런대로 산행을 자주하는 친구들은 배낭이나 준비물이 그럴싸 한데, 오늘 처음 따라나선 서보호사의 배낭이 영 아닌것이 뒤로 매달려 엉덩이 밑으로 축 처진데다
굶어 죽을까 싶어 먹거리까지 잔뜩 담아오니 보기가 민망스럽고 영 불편해 보이나 평소 운동을 자주 하여서 인지 제법 앞장서서 잘도 걷는다.
산행로 : 장수대 - 대승폭포 - 대승령 - 십이선녀탕 - 남교리 (산행사간 : 8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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