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십이선녀탕과 대승폭포를 돌아오다.

바위산(遊山) 2007. 9. 24. 08:50
여행지
폭포들의 축제~설악의 대승령과 십이선녀탕계곡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09.22(토)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어머님 병환과 투자부실, 연일 계속되는 궂은 날씨와 일주일이 넘도록 세력을 줄이지 않는 감기 등... 연이은 악재로 요즘은 산행도 제대로 못하고 블로거에 들어 온 것도 보름이 넘지 않았나 싶다. 추석연휴를 맞아 설악산 용아장성을 돌아 오고자 근무를 마치고 몇몇 동료직원들과 늦은 밤에 설악을 찾아간다. 설악이 가까워지자 연휴내내 청명하리라던 일기예보는 빈번한 오보를 증명하듯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감기에 초심자들도 있으니, 야심한 밤에 비를 맞으며 용아장성을 걷기는 부담스럽다. 급히 방향을 바꿔 십이선녀탕으로 향한다. 한계령 장수대분소에 차를 세우고 대승령으로 오른다. 어둠속에 헤드렌턴에 의지하여 골을 타고 오르다 보면 가파른 철계단을 만나게 된다. 주변의 풍경을 볼 수는 없지만 암릉위로 놓여진 철계단 주위로 멋지게 자란 소나무들이 이곳의 풍치를 말하고 있다.

 

동쪽하늘에 여명이 밝아오고 이곳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비는 그리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세력을 줄이지 않는 감기로 연신 흘러 내리는 콧물과 기침과의 전쟁이다. 큰 맘 먹고 구입해서 오늘 처음 신고 온 등산화는 앞쪽이 조여서 발이 영 불편하다. 혹시나 하여 신던것을 배낭에 달고 올까 하다 말았는데 역시나다.

가파른 철계단을 거의 올라서자 희미한 여명을 뚫고 흰 암벽과 함께 대승폭포가 올려다 보인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사면을 타고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는 계곡이라고 없는 산상에서 떨어지는 듯한 착각을 이르키게 한다.
 

대승폭포는 높이가 88m로 개성의 박연폭포와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폭포의 하나로 산상에서 쏟아 내리는 듯한 물줄기가 나라안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궂은 날씨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여명으로 뚜렷하지 못한 것을 밝게 편집하여 화질이 좋지는 않다.

 

원래는 한계폭포라 불렀는데 이곳에 대승이라는 청년이 살았는데 가난하여 절벽에 밧줄을 매고 석이버섯을 따다가 생계를 이어 갔다고 한다.

 

어느날 절벽에 밧줄을 매고 석이버섯을 따고 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대승아! 대승아!" 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급히 올라가 보니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커다란 지네가 동아줄을 쓸어서 거의 끊어져 가고 있었다 한다.

 

그때부터 죽어서도 아들의 위험을 알리려 했던 어머니의 자식사랑을 기려 대승폭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남한에서 최고의 폭포를 보았으니 기념촬영 한번 아니할 수가 있던가? 원래는 인물 좋은 친구들인데 어둠과 카메라 조정을 잘못하여 무장공비 같이 만들어 놓아서 미안~
대승폭포는 신라 경순왕의 피서지였다고도 전하며 암벽릿지를 즐기는 크마이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대승폭포에서 대승령으로 오르는 길은 원시림처럼 수목이 울창한 완만한 등산로를 한시간 반쯤 올라야 한다. 가끔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의 모습도 보이고 천년은 묵음직한 주목의 모습도 보인다. 산은 오를수록 운무가 밀려오고 빗줄기도 기세를 더한다. 대승령에 오르면 이곳에서 중청으로 향하는 길과 십이선녀탕계곡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대승령은 몰아치는 바람과 운무와 비로 인하여 추위를 느께게 된다. 모두 점퍼를 꺼내 입고는 잠시 쉬며 통조림에 라면을 넣어 끓인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인다.
대승령은 중청으로 향하는 길과 십이선녀탕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이곳에서 중청으로 향하는 한팀의 산객을 만난다. 대승령에 올라서면 가리산과 주걱봉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하나, 운무로 구분하기 힘들다. 설악은 온통 운무로 가득하고 세찬 바람을 타고 몰려가는 운무는 산상을 가렸다 벗겨주고를 되풀이 한다. 산에 오르다 보면 가끔은 고약한 날씨가 멋진 풍광을 만들어 주니~ 이것이야 말로 편안하게 안방에 앉아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아니던가?
대승령에서 십이선녀탕계곡으로 향한다. 능선에는 비에 젖은 이름모를 야생화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띤다. 힘든 산행중에 만나는 야생화는 유난히 정감을 더하니, 산행의 피로를 달래주 듯하다.
울창한 수림속을 걷다보면 안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안산으로 향하여야 하는데 그냥 지나쳐서 아무리 안산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안산에 가고자 했던 오랜 소망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산행기 올리다 보니 이정표 기둥에 <안산갈림길>이라는 글씨가 보이니...ㅠㅠ)
하산중에 올려다 보이는 안산은 웅장한 암봉으로 그 기세가 등등하다. 저곳에 로프를 잡고 오르면 설악에서 손꼽히는 멋진 조망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허긴 운무로 조망이 될리 없겠지만 아쉬움이 크다.)
능선을 벗어나 수목이 울창한 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물소리가 들리고 계곡이 나오니, 십이선녀탕계곡의 상류에 다다른다. 계곡을 가득채운 울창한 숲은 진녹이 퇴색되어 벌써부터 가을의 냄새가 풍긴다. 모두들 피로한 듯하다. 그도 그럴것이 산행초보 두명, 감기환자 두명, 디스크환자까지 합세하여 잠 한숨 못자고 설악을 찾아 왔으니, 용아장성으로 갔다면 영낙없이.....상상불가다.

 

내려 올 수록 계곡은 조금씩 수량을 더하며 풍치를 보여준다. 정과장 왈~ 모자를 안쓰고 와서 빗물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색안경을 쓴다는데.... 비오는 날에 색안경이라.....?

이곳에서 잠시 쉰다. 십이선녀탕은 이곳부터 폭포와 탕을 연속하여 12폭포와 12탕으로 이루어져 있고 밤이면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을 하였다고 하여 십이선녀탕이라고 부른다 한다. 폭포와 소도 좋지만 주변에 어우러진 울창한 수목과 암벽으로 계곡미를 더한다.

잠시 밧줄구간을 지나 하산을 계속한다. 그런대로 산행을 자주하는 친구들은 배낭이나 준비물이 그럴싸 한데, 오늘 처음 따라나선 서보호사의 배낭이 영 아닌것이 뒤로 매달려 엉덩이 밑으로 축 처진데다

굶어 죽을까 싶어 먹거리까지 잔뜩 담아오니 보기가 민망스럽고 영 불편해 보이나 평소 운동을 자주 하여서 인지 제법 앞장서서 잘도 걷는다.

계곡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가끔씩 올려다 보면 암봉의 모습들도 보인다. 설악은 어느 곳을 가도 멋진 암봉을 볼 수 있어 그 명성이 헛디지 않으니, 사람들이 설악을 자주 찾는 이유일 것이다.
십이선녀탕은 군데군데 수마가 할키고 간 흔적으로 폐허처럼 되어버린 곳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흘림골이나 주전골처럼 심하지는 않은 것이 이곳이 견고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그런대로 고유의 폭포와 탕의 모습은 대부분 소실되지 않았으나 아직 정비가 끝나지 않아 출입을 금하고 있다.
군데군데 암봉이 올려다 보이고 계곡의 지류는 산사태로 인하여 새로운 폭포를 만들어 놓기도 하고 흙과 수목이 쓸려 내려간 자리엔 새로운 암벽을 만들어 놓으니, 설악은 오랜 세월 수마의 고통을 되풀이 하여 이렇듯 멋진 풍광을 만들어 놓지 않았나 싶다.
폭우가 휩쓸고 간 계곡은 흙이 쓸려가고 허연 암반이 속살을 내보이고 있는데, 소나무 한그루가 암반위에 안간힘을 쏟아 뿌리를 들어 낸체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상태로 보아 얼마 견디지 못할것 같으나 앞으로도 긴 세월 그자리를 지켜 끈질긴 생명의 승리의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울창한 수림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서서히 흰 암반위로 멋들어진 폭포와 탕(선녀가 목욕을 하였다 하니 소라 부르지 않고 탕이라 부른다,)의 모습이 드러난다. 워낙 단단한 암반으로 되어 있어 폭포와 탕은 그리 훼손되지 않았으나 등산로는 폐허가 되어 지금도 보수가 한창이다.
두문폭포, 복숭아탕, 용봉폭포등 12개의 폭포와 12개의 탕이 있다고 하나 오늘은 용아장성을 돌아 오기로 하였으니, 십이선녀탕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수마로 훼손되어 보수중인 출입금지 구역에 안내판이 제대로 서 있을리도 없다.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멋있는 폭포와 탕의 연속을 감상하며 내려온다.
폭포와 계곡이 어우러진 옆으로 거대한 암벽이 고개를 들게한다. 암벽밑으로 이어지는 폭포는 가히 절경이다. 폭포와 소와 수목이 가을단풍으로 어우러 진다면 이보다 좋은 풍광을 만날수 있을까 싶다.
이곳부터 연이은 폭포와 소는 십이선녀탕의 절정인 듯하다. 과연 선녀가 목욕을 하러 내려 올만한 풍광과 티없이 맑은 물과 암반은 족히 나라안의 최고의 계곡임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수마가 할키고 간 등산로는 이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장수대부터 대승령까지는 일부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복구가 완료 되었으나 십이선녀탕계곡은 대부분 복구가 되지 않았다. 산행중에는 몇군대의 복구중인 철다리가 나오고, 미완성 철다리를 아슬아슬 건너야 한다. 처음에는 모두 아슬아슬 잘 건넜지만 두번째부터는 위험하여 계곡으로 건넌다.
앞서가던 서보호사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다가 그만 풍덩~ 뛰따르던 신참인 장보호사가 고참의 풍덩에 왜 저리도 좋아하는지? 산이라고는 난생 처음 따라 나섰다는 왕초보인데 힘들어 하면서도 그럼대로 잘 참고 걸어주니 오늘 산행은 왕초보의 승리가 아닌가 싶다.
유실된 등산로 때문에 가끔은 등산로를 찾아 두리번 거려야 할 때도 있다. 십이선녀탕은 수량이 적은 갈수기에는 산행을 하기 좋으나 수량이 늘어나는 장마철에는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아직 계곡을 가로지르는 교각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계곡이 길고 폭이 좁아 폭우에 휩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수대에서 대승령에 올라 십이선녀탕으로 돌아 오는데는 식사,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8시간 안팎이 걸린다. 40~50분만 더 투자를 하면 안산을 다녀 올 수가 있는데 안산에 오르지 못한 것이 오늘 산행의 가장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일당직에 연장근무에 잠한숨 못자고 따라나선 연과장은 감기까지 나한테 옮았는지 컨디션 제로로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다. 이 친구가 산을 무척 좋아하는데 몸이 넘 무거우니 쉽게 피로를 느끼는 듯하다. 나도 새로 산 등산화와의 트러블로 인하여 발이 심각할 만큼 고통을 가져다 준다.
찾아와서 걸을때는 다시는 안온다고 하고 돌아가면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이 설악이라 하던가? 설악은 어느곳을 찾아가도 산행이 녹녹치 않으나 그 수려함이 다시 찾게끔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하다.
"한찬석"씨가 펴낸 <설악산 탐승인도지>에 이르기를 "설악이 어드메뇨? 누가 묻거든 십이선녀탕의 절경을 돌아보기 전에는 설악을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하니, 그 수려함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 가을에 이곳을 찾는다면 폭포와 탕과 암벽과 어우러진 단풍으로 산수화를 능가하는 절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감할 수가 있다. 용아장성과 안산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수려한 대승폭포와 선녀탕으로 대신하고 몰려드는 피로를 가득 안고 설악을 떠나온다.

산행로 : 장수대 - 대승폭포 - 대승령 - 십이선녀탕 - 남교리 (산행사간 : 8시간 소요)

 
37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