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우중의 감악산 번개산행

바위산(遊山) 2007. 9. 4. 16:15
여행지
제천의 명암계곡과 감악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09.02(일) 흐리고 비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하늘이 빵구가 났나 봐!

연일 계속되는 비로 산행도 못하고 헬스장에 가서 땀을 빼도, 영~ 서운한 것이 산에 중독이 되었나 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고스톱으로 시간을 보내다 무료충전 3회 다 까먹고 마누라 아이디 빌려 들어가서 또 다 까먹고 이번엔 포커판에 들어가서 또 다 까먹고 에라~이젠 무얼하나? 하다가 밖을 보니 비가 멈추었다. 울마눌도 좀이 쑤시는지 따분해 하니 산에나 가볼까 싶다. 벌써 5시가 다 되어 가는데 대충 비상용 우비와 헤드렌턴만 준비하고 가까운데 있는 감악산으로 향한다. 비 그친 하늘은 구름이 잔뜩하지만 시계는 아주 좋다. 늦었으니 차를 몰고 백련사까지 오른다. 백련사가 산의 7부 능선위에 위치하며 가파르게 올라야 하니, 오래타서 개비할 때가 다 된 고물차의 엔진에서 고약한 냄새가 풀풀나니 산을 좋아 하는 주인땜에 차도 이만저만 고생이 아닌가 싶다.

감악산은 원주와 제천을 경계로 치악산 동쪽에 있다. 높이가 945m로 정상 부근에 암봉이 3개 늘어서 있는 감악삼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림에서 찐빵으로 유명한 황둔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오르는 길과 제천의 명암계곡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특히 산행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감악산에 올라 주릉을 타고 석기암을 지나 재사동으로 걷는 길은 한적하면서도 짜릿한 맛을 느낄수가 있다. 명암계곡은 우기의 수량이 풍부한 계곡으로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수 있다하여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명암길은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며 백련사까지 포장이 되어 이미 산을 좋아하는 산객들의 산행코스로는 잊혀져 가고, 가벼운 산책코스로 많이 이용된다.
비는 그쳤지만 산의 중턱에 올라서자 감악산은 온통 운무에 휩쌓여 있어 가끔씩 빗방울도 흩뿌린다. 늦었으니 부지런히 산행을 서두른다. 백련사로 오르는 오른쪽 골짜기는 요부골이라 부른다. 요염한 여인을 일컷는 요부가 아니라 어질고 인자한 "요부"라는 사람이 살았다 하여 요부골이라 부른다 한다.
백련사는 감악산의 상층부에 위치한다. 신라말 경순왕때 왕사인 무착선사가 감악산이 수려하고 천년의 영기가 서림을 직관하고 수도도량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암자를 창건하고 앞에 연못을 파니, 연못에서 흰연꽃이 솟아나서 피어나 백련암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백련사를 통과하는 산행길은 막아 놓았다. 백련사를 조금 못미쳐 왼쪽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창촌의 "만남의 장소" 휴게소로 내려가는 길과 감악산으로 오르는 합수점이 있고 이곳에서 노송과 수목이 울창한 산길을 타고 오른다.
오늘은 부부산행에 특별손님이 동행하였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좋아하는 울집 강아지 "주주"다. "주주" 는 조막만큼 어릴적 부터 산에 데리고 다녀서 크고 작은 산들을 많이 올라 본 견공들 중에는 베테랑 산꾼이다. 좀 크자 2년전부터 다른 산객들에 피해를 주지 않고자 함과, 한번 다녀오면 털속에 달라 붙는 진드기 땜에 산행을 중단하고 부부만 다녔는데 저녁 늦은 시간인데다 궂은 날씨로 산객이 있을리 없으니 참으로 오랫만에 동행하였다.
백련사에 단순히 감악산 정상만 다녀오는 것은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조금 오르니 운무와 후두둑 거리는 빗방울이 제법이나 세찬 바람에 쏴아 쏴아 밀려오니 시원하기가 그만이다. 우거진 숲길을 걷다가 커다란 암봉을 만나게 된다. 암봉 아래로 통나무 다리를 건너면 석기암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는 북동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가 있으나 가득찬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전혀되지 않아 실망을 하게된다. 그러나 잠시 후 감악산으로 향하는 마누라를 다시 불러 내린다. 세차게 밀려가는 운무가 잠시 시야를 티우고 산을 타고 흐르는 멋진 운무의 향연이 나타난다. 순식간에 운무로 가득하다 밀려가면서 시야를 티우는 장면은 가히 일품이다.
급히 계속 눌러 댔는데 사진이 시원 찮네...ㅠㅠ
이곳에서 20분 정도 암릉을 타고 오르면 감악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은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암봉아래로 감악산 정상표지석이 있다. 밧줄을 잡고 암봉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두개의 크릭이 보인다. 그러나 그리 깊지가 않아 오금이 저릴 일은 없다.
암봉에 올라서면 빗방울을 조금 먹은 운무가 시원한 바람을 타고 밀려온다. 아! 이리도 시원 할 수가 있던가? 싶으니 하루종일 고스톱에 빠진 것이 영 아닌가 싶다.
맞은편 암봉은 직벽으로 되어 있어서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암봉사이에는 몇개의 통나무를 걸쳐 놓았으며 통나무다리는 비에 불어서 매우 미끄러우니, 아슬아슬 엉금엉금 기어서 조심스럽게 건넌다.(내 장바구리 머리 다 빠졌네...ㅠㅠ)
산은 온통 운무로 가득하고 몰려오는 바람을 타고 온몸을 때린다. 바로 앞에 있는 감악삼봉 중 2봉이 운무사이로 보이다 말다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무의 향연도 가히 일품이다. 가득한 운무가 바람을 타고 흩어질때마다 나타나는 주변의 풍경을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황홀하다. 운무가 가득하면 기다리다가 밀려가면 부지런히 셧터를 눌러댄다. 동영상까지 수없이 찍었는데 저녁 6시가 다 되었으니 사진도 시원치 않은데다 동영상은 어둡게 나와 올리지 못하였다. 
운무에 갇히고 벗어나는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잠시만 멈칫하여도 금방 운무로 가득해 진다. 운무가 잠시 걷히자 멀리 명암까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다 곧 묻혀 버리곤 한다. 제작년에 태풍속에 수리봉에 올랐을때의 거센 바람과 함께 용틀음치던 운무의 향연을 본 이후로는 처음이 아닌가 싶으니 저녁나절 산을 찾아 멋진 풍경을 보는 것에 기분이 절로 좋아 진다.
모처럼 동행한 주주 기념사진을 찍으려니 카메라를 보라고 가리키는데 이놈은 손끝만 쳐다보니...(엄니! 지금 뭐라카는거유?)
시간이 늦어 어둑어둑해지니 서둘러 하산을 서두른다. 올라 갈때 못보고 지나친 석문이 나와 담아오고 암벽아래로 사람들이 작은 돌탑을 쌓아 놓았다. 그래도 가장이라고 울마눌 나로부터 쭈욱 가족 수대로 돌을 쌓는데 정성이 영 부족한다.(오늘 내 주식 빠진것만 보아도 증명됨...)
이렇게 빗방울과 운무와 바람에 옷을 촉촉히 적시며 하산을 하니 순산행시간은 한시산이 걸렸다. 저녁나절 산책처럼 잠시 돌아 온 감악산은 운무의 향연과 함께 아주 좋았다. 아래는 2년전에 창촌에서 올라와 감악산 정상인 1봉에서 찍은 2봉과 3봉의 모습이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