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끄적휘적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바위산(遊山) 2007. 12. 25. 20:02

 동절기를 맞이하여 거실에 들여 놓은 화분에 여름에 꽂아 놓은 엔젤트럼펫과 행운목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지난겨울 동사한 행운목을 뽑아버리고 엔젤트럼펫가지 두개를 잘라 꽂고, 말라버린 행운목가지에 물기가 남아 있어 혹시나 하여 같이 꽂아 놓았는데 그중에 엔젤트럼펫 한개만 싹을 티워 무럭무럭 잘 자라고 나머지 두개는 몇달이 지나도 싹이 트지 않고, 마르지도 않더니만 겨울이 되어 거실로 들여 놓은 화분에서 남은 엔젤트럼펫과 행운목 가지에서 싹이 돋아나고 있다.

 

볼적마다 틀렸구나 싶어 뽑아 버릴까 하다 몇달을 그냥 두었는데, 새삼 기다림이란 이렇게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급증에 안달이 나서 우왕좌왕 살아가는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소시적에 심취했던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망>에 등장하는 난세 3웅이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오다 노부나가" 그리고"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인물이 "이에야스"다. 어려서 부터 유난히 총명하였으며 기다림의 슬기로움으로 결국 일본천하를 통지하며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그야말로 3웅중에서도 으뜸이 아닌가 싶다.

 

많이 알려진 일화로 "오다 노부야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그냥 죽여 버렸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강제로 새를 울도록 만들었으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때까지 기다렸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야스"의 슬기로움과 총명함이 더욱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은 그의  "기다림의 미학"이다.

 

식물의 씨앗에는 "돌씨"가 있다.

화산등으로 일어나는 고열이나 빙하기등의 저온속에서 잘 견디고 지표의 심층부에서도 썩지 않고 견디다가 조건이 좋아지면 몇년, 또는 몇백년, 심지어 몇만년후에 싹을 틔우고 종을 번식해 나가는 것이 "돌씨"다. 참으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세월을 견디며 기다린다. 그렇치 아니하고 섣불리 싹을 틔우면 악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멸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주위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하여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세태이며, 급변하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이시대의 현실적인 대안이며, 달리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빠른 성과를 기대하여 빨리빨리라는 조급증으로 안달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 보아야 할 것 같다. 가끔은 한발 물러서서 기다림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키워나가는 여유한번 부려봄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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