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끄적휘적

누구를 선택하여야 하는가?

바위산(遊山) 2007. 11. 28. 20:15

옛날 중국에 "진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용모에다 재주까지 겸비하였으니, 시쳇말로 팔방미인이다. 그러나 "진평"의 집은 가난하였으며, 부모를 일찍 여의고 형님집에서 살면서도 농사일을 하는 형에게 별 도움도 못주고 공부를 한답시고 빈둥거리니, 주위에서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한다. 하루는 마을 아낙네들이 진평의 형수를 보고 넌지시 떠보았다. “댁은 시동생을 얼마나 잘 거두기에 저렇게 살만 피둥피둥찐대요?” 진평의 형수왈 “거두긴 누가 거둬유, 허구한 날 놀기만 하여 미워죽겠는데, 아무것이나 주어도 잘 먹으니, 살만 피둥피둥 찌지 뭐유?” 이 말을 들은 이웃 사람들은 그 형수가 시동생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그 형은 단 하나뿐인 시동생을 구박하다 못하여 남한테까지 험담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는 아내를 나무라다가 결국은 내쫓아버리고 말았다.

 

그 후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사방에서 영웅들이 일어나 진시황이후의 독재자를 축출하였으나, 중국 천하를 먼저 차지하려고 영웅들끼리 각축을 벌였다. 이 때 "진평"은 위나라 왕을 찾아 갔으나 뜻이 맞지 않아 나오고, 다음에는 초패왕 "항우"를 찾아갔으나 역시 여의치 않아, 위나라에 있을 때 가까이 지내던 "위무지"라는 사람의 추천으로 한왕 "유방"을 찾아갔다. 그러자 "유방"은 그와 대화를 해 본 뒤에 그를 즉석에서 군대의 장교인 도위 벼슬을 준 뒤에 "유방"이 타는 수례를 함께 타고 다니도록 하였다. 그 때 "유방"의 측근 신하들이 불평을 하였다. “대왕께서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저 사람을 신분도 모른 채 높은 자리에 올라 앉혀서야 되겠습니까? 신들이 듣기에 저 사람은 고향에 있을 때 그 형수와 간통하고, 또 이곳에 온 뒤에도 여러 사람들에게 뇌물로 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 진평"의 형수가 헛소문에 쫓겨 난 것과 신하들의 "진평"에 대한 불평은 "네거티브"다.

 

한왕은 그를 추천한 "위무지"를 불러 나무랐다. “되지 못한 인간을 왜 추천하였나?”

“소신은 다만 그의 재능만 믿고 추천하였지 그가 모범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추천한 것은 아닙니다.”

한왕이 이번에는 당사지인 "진평"을 불러 나무랐다. “그대는 신의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데다가  또 부하들의 금도 받았다면서?” 이에 "진평" 왈 “소신이 섬긴 임금들 중에 위왕은 족히 말할 것도 없습니다만, 초패왕 "항우" 는 인자함은 가지고 있으나 공을 이룬 자에게 베푸는 상은 너무도 인색합니다. 그러나 대왕께서는 거만스러운 데가 있기는 하지만 공과에 대한 상벌이 분명하다고 하여, 소신이 품고 있는 재주를 시험해 보려고 대왕을 찾아온 것이고, 부하들의 금을 받은 것은 갑자기 이 곳에 정착하려다가 보니 밑천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받았습니다. 대왕께서 신을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에 물러나겠으며, 받은 금은 아직 그대로 있으니 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한왕은 그의 솔직함과 재능을 인정하여 그대로 등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포지티브"이다.

 

그 결과 뒷날 "진평"이 내 놓은 결정적인 계책을 여섯번 실행하여 모두 성공하였으며, 한왕이 초패왕을 물리쳐 나라를 평정하고 안정시키는데 커다란 공을 세우게 된다. "진평"은 뒷날 한왕조의 최고의 요직인 좌우승상을 두루 거치면서 다른 공신이 다 역모로 몰려 죽는데도 끄떡없이 영웅으로 남게 된다.

 

연말 대선열기가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구분하기도 모호한 보수와 진보, 수구와 개혁 등의 이념논쟁도 예전 같지는 않고, 정책대결도 별로 찾아 보기 힘들다. 그저 "네가티브" 공방으로 상대방의 흠집을 잡아 깍아 내리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굳이 "마키아벨리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나라의 지도자는 애국애민사상이 투철하여야 하며, 백성을 이끌어 나라를 융성케하여 외침이나 내란에 휘둘리지 않고, 백성이 스스로 열심히 하여 그 성과를 고루 누리어, 배부르고 등따시게 하여 평온함 삶을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나라가, 이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 독재자의 압재에 백성이 시달리고 있다면 민주화를 이끌어 낼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고, 법질서와 도덕이 무너져 사회적 혼란이 문제라면 이를 바로 잡아 줄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며, 나라가 내외란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면 군사전략전술에 뛰어난 군인출신의 지도자가 좋을 것이며, 경제가 어려워 백성이 궁핍하고 힘이 들다면 이를 해결해줄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다. 무릇 이를 판단함에는 유권자 개개인의 역할일 것이다. 자칫 나라와 시대가 필요로 함을 저버리고 모호한 이념이나, 지방색이나, "네거티브"에 집착을 하거나 휘말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나라, 이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웅을 만들고 그를 앞장세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얻어 내야 한다. 그것은 민주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능력있는 어떠한 후보도 유권자의 "네가티브"의 시각으로는 영웅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며, 훌륭한 영웅의 자질을 갖춘자라도 일개 졸개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각 후보의 장점과 능력을 파악하여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는 "네거티브"에서 벗어나 "포지티브"의 시각으로 이 시대에 맞는 후보를 분석하고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백성은 곧 군주이며, 대통령은 백성을 위하여 일하는 일꾼일 뿐이다. "진평"을 바라보는 "한왕"의 "포지티브"가 영웅을 만들었고 "진평"의 재능이 한왕을 천하를 얻은 군주로 만들었듯이 우리는 나라의 주인과 일꾼으로서, 주인이 일꾼을 영웅으로 만들고, 영웅 된 일꾼이 주인을 영웅으로 만들어 가는 멋진 조화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신이 개인적으로 일꾼을 고용한다면, 그 일꾼이 나를 위하여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하여 "포지티브"의 시각으로 접근을 하고 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선을 접하는 주인된 의무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민주국가의 성숙한 유권자가 가져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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