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암봉과 노송이 아름다운 월악의 박쥐봉
여행기간
2007.11.17(토) 흐림
나의 평가
제천의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 같다 한다. 바람도 제법불고 하늘이 잔뜩 흐린 것이 금새 비라도 뿌릴듯한 쌀쌀하고 스산한 날씨다. 병원증축공사장에 잠시 들렀다가 아내와 함께 월악을 찾아간다. 자주 월악을 찾아 갔으나 아직도 미답지가 몇곳 있으니 월악의 수려한 산들을 모두 둘러 볼까 한다.
송계계곡을 따라 하늘재로 올라가다 보면 만수골앞에 만수휴게소가 나온다. 넓은 주차장이 만원인 것이 서울에서 모 대통령후보 지지자들의 단체에서 만수봉 산행을 하기 위하여 관광버스 10여대에 가득 채워온 산객들을 쏟아내니, 만수휴게소는 금방 북새통을 이룬다. 원로 정치인의 인사말로 시작하여 유세장인지 산행행사장인지 모호한 행사로 시끄럽다. 북새통을 빠져나와 휴게소 뒤쪽으로 송계계곡을 건너면 연내골로 들어서게 된다. 연내골은 협곡처럼 좁은 계곡으로 갈수기라 그런지 계곡물은 별로 없다. 연내골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다 갑자기 가파른 등산로를 치고 올라야 한다. 박쥐봉이 워낙 오뚝하니 정상까지 경사가 심한 된비알은 계속된다.
오르다 보면 박쥐봉의 암사면에 분재처럼 아름답게 자란 소나무가 암벽과 어우러져 좋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산은 이미 겨울로 향하는지 된비알을 치고 오르는데도 바람이 쌀쌀하여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르는 도중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작은 암봉을 만나게 된다. 암봉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자라서 바위를 갈라놓고 있다. 저 열악한 환경에서 저정도로 자라려면 얼마나 긴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까 싶다. 고목이 쓰러져 누운 슬랩지구를 타고 오른다. 가파르지만 그리 험한 길은 아니어서 걷기가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가파르게 치고 올라 박쥐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제대로 된 정상표지석은 없고 누군가가 넙적한 돌을 주워다 박쥐봉이라고 써 놓았다. 높이가 782m로 암봉이 많고 바위틈에는 유독 굴이 많아 박쥐들이 많이 살고 있어 박쥐봉이라고 부른다고도 하고, 송계에서 바라보면 박쥐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박쥐봉이라고도 부른다 한다. 국토지리원 1/50,000 지도에는 별도의 이름이 없고 782봉으로 표기되어 있고, 연내골을 타고 솟아 있어 연내봉이라고도 부른다 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월악의 주봉들이 연봉을 이루고 멀리 주흘산과 부붕을 연결하여 조령산과 마패봉, 신선봉이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북으로 흰 암벽을 드러낸 북바위산과 용마봉이 내려다 보인다. 모두가 수려한 암봉을 자랑하는 월악군의 산들이다.
박쥐봉을 내려서서 암릉을 타고 745봉으로 향한다. 암릉구간은 가끔 버벅대야 할 곳도 있으나, 박쥐봉 등산로에는 밧줄이 전혀 없다. 정상표지석도 없고 밧줄도 없는 것이 이곳이 정규산행코스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745봉에 오르면 기암과 분재같은 소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박쥐봉의 암사면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만수휴게소가 내려다 보인다. 서울 산행팀들이 산행은 하지 않고 오락을 즐기는지 노래소리와 함께 진행자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이곳까지 들려온다.
아래가 745봉에서 올려다 본 박쥐봉의 모습이다. 745봉에서 다시 안부로 내려가 773봉으로 향한다. 773봉은 수직과 같은 봉우리를 가파르게 타고 올라야 한다. 773봉 허리로 등산로가 있으니 울마눌은 우회를 한다고 그곳으로 향하고 나는 가파르게 773봉에 오른다. 그러나 우회로로 알았던 등산로는 첨성대바위를 지나 지릅재로 향하는 길이다. 본의 아니게 생이별을 하고 아무리 소리쳐 불러 보아도 대답이 없다. 너무 멀리 갈라진 모양이다. 핸폰으로 연락하니 벌써 첨성대바위 아래까지 내려갔다 한다. 다시 원점회귀를 시키고 질러오는 길이 있나 싶어 마누라 찾아 내려가 보나 길은 없고 산판만 헤메였다.
다시 안부로 내려서서 715봉을 향한다. 박쥐봉은 지릅재~만수휴게소 코스, 박쥐봉에서 곧바로 팔랑소로 내려가는 가파른 코스, 745, 773, 715 봉을 지나 북바위산으로 돌아 오는 길과 사시리계곡으로 하산하여 팔랑소로 향하는 길이 있다.
한낮이라 그런지 쌀쌀한 날씨는 조금 풀어졌으나 가끔씩 스산한 바람이 몰아쳐 온다. 능선은 곧게 잘 자란 적송들로 빼곡하다. 715봉까지는 이렇게 울창한 송림사이를 부드럽게 걸어야 한다.
773봉과 715봉은 잡목이 빼곡하여 조망은 거의 되지 않고 715봉을 내려오다 보면 하늘재로 이어지는 지릅재가 구불구불 내려다 보인다.
715봉에서 520m 높이의 사시리고개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느릅재 화악산장에서 사시리고개로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사시리계곡을 타고 수목들의 우량종자를 채취하는 채종원이 있기 때문이다.
정원수처럼 잘 가꾸어 놓은 리기다소나무길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키를 잘라 놓아 옆으로 넓게 키운 일본잎갈나무(낙엽송)가 늘어선 임도를 걷게 된다. 가장 늦도록 가을단풍을 지키는 낙엽송은 노송이 어우러진 북바위산 암사면 아래로 넓게 분포하여 단풍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작년 늦가을에도 북바위산을 돌아 사시리계곡으로 내려오면서 낙엽송단풍이 좋아 오늘도 이길을 택하게 되었다.
낙엽송 숲에는 바람이 불어 올때마다 실처럼 가느다란 단풍잎이 싸락눈처럼 우수수 흩어져 날린다. 채종원이 끝나면 임도가 끝이나고 이곳부터는 다시 등산로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이곳부터는 낙엽송 단풍길이 끝이 나고 잡목이 빼곡한 골을 타고 내려오게 된다.
등산로는 낙엽이 수복하고 산객들이 밟지를 않아서 가끔은 길을 찾아 두리번 거려야 할때도 있다. 하산중에 너른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의 합수점에 다다른다. 암반에 자리한 작은 소에는 낙엽이 둥둥 떠있고 몇마리 작은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산행의 날머리인 팔랑소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산행은 4시간이 소요되었고 차가 있는 만수골까지는 2.2km로 30분 정도를 도로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먼곳에서 오시는 분들이라면 박쥐봉과 북바위산이나 용마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한다면 좋을 산행이 될 듯하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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