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월악의 포암산과 만수계곡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10.27(토), 맑음
나의 평가
포암산은 월악산 남쪽의 하늘재를 경계로 하여 월항삼봉(탄항산)과 마주하고 있다. 해발 961.7m로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하여 월악산과 주흘산, 조령산, 신선봉과 함께 조령5악으로 불리운다. 백두대간의 주능선상에 있어서 대간종주를 하시는 분들은 조령산과 월항삼봉을 지나 하늘재에서 오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문경쪽에서 보면 흰바위 암벽이 베를 널어 놓은 것 같다 하여 포암산(베바위산)이라 부른다 한다.
요즘 3주째 월악을 찾아오고 있다. 당일 다녀오기에 부담이 없는 산을 찾다보니, 인근에 아니 오른 산이 별로 없고, 월악에 수려한 암산이 즐비하니, 월악쪽을 자꾸 기웃거리는 것 같다. 청풍호반도로를 타고 포암산을 찾아가는 길은 만수위의 호반과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송계계곡을 타고 올라가다 미륵사지터가 있는 하늘재 초입에서 오르면 된다. 주차장에서 주차료를 받고 있는데 기본료가 천원이고 한시간마다 얼마씩 추가란다. 산을 좋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더니, 절간에서는 문화재관람료 인상하고, 국립공원관리소에서는 주차료를 올리니, 세상 돌아가는 꼴이 영~아닌 듯 싶다. 굳이 주차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니 주차장은 휭하니 비어 있는데도 모두 길옆에 주차를 하고 산에 오른다.
조금 오르다 보면 미륵사지터가 있는 세계사가 나온다. 미륵사지는 4천여평에 이르는 대찰이었으며, 나라 잃은 설음을 안고 하늘재를 넘어 이곳에 머물던 신라의 마지막 왕세자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애달픈 사연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절은 모두 소실되고 미륵사지터와 하늘재원터 그리고 몇몇 불상과 탑들이 남아 있다. 2006년 문화재청의 승인으로 복원공사가 한창이니 한옆에서는 기계소리가 소란하고 한옆에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흘러 나온다. 위 사진이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불상이고 아래는 기도하는 개 진구가 스님과 보살님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미륵사지를 떠나 하늘재로 향한다. 사람들은 많이 찾아 왔으나 가을을 만끽하려는 산책인들이 대부분이고 포암산을 오르려는 산객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숲이 빼곡한 하늘재 탐방로를 오르는 길은 쾌청한 날씨와 함께 가을을 만끽하며 산책로 처럼 편안하게 걸을 수가 있다.
미륵사지에서 30분쯤 탐방로를 걷다 보면 해발 625m의 하늘재 정상에 오르게 된다. 하늘재는 조선중기에 조령이 뚫리기 전에는 한반도의 남북을 잇는 주요 교통로로 삼국의 분쟁과 왜란과 호란등 외침의 통로로 우리역사의 애환이 묻어 있는 곳이다. 조령이 뚫리면서 교통로의 가치를 차츰 상실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미륵사지터에서 오르는 길은 자연학습탐방로를 만들어 놓았으나 문경에서 오르는 길은 포장도로를 만들어 놓아 차량을 끌고 이곳까지 오를 수가 있다. 하늘재에서 바라보는 포암산은 흰 암벽을 드러내고 우뚝 서 있고 산아래로는 단풍이 아름답다.
하늘재에서 포암산을 한시간 정도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산은 단풍으로 아름답고 날씨는 쾌청하니 산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들머리에 들어서면 수로처럼 파 놓은 방공호가 나온다. 방공호를 따라 오르다 보면 소실된 돌성을 만나게 되고 돌성을 지나면 비알이 급해지고 바위와 돌들이 널려 있는 가파른 등산로를 버벅대며 올라야 한다. 오르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앞으로 암봉이 보이고 앞으로는 월항삼봉과 주흘산이 우뚝하게 올려다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 다시 가파르게 암릉을 타고 올리야 한다. 암릉 주위로 곳곳에 구불구불 자란 멋진 노송들을 볼 수 있다. 8부능선에 다다르면 포암산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준 흰 바위슬랩이 길게 내리 뻗어 있다. 바위슬랩의 사면을 타고 오르다 보면 밧줄구간이 나온다. 뒤로 한팀의 부부산객이 뒤따른다. 나도 부부산행을 많이 하지만 부부가 다정하게 산에 오르는 모습은 보기만 하여도 흐믓하다.
밧줄구간을 지나 다시한번 밧줄이 없는 슬랩지구를 엉금엉금 기어서 오르면 포암산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는 대충 쌓아 놓은 작은 케언이 하나 있고 케언 앞으로 정상표지석이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남으로 월항삼봉을 지나 주흘산과 부봉이 연봉을 이루고 서남으로 조령산의 신선암봉과 마패봉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용아릉을 닮은 박쥐봉 암봉을 필두로 북바위산과 용마산이 늘어서 있고 북으로는 웅장한 월악산이 용암봉, 만수봉과 덕주봉을 거느리고 있다. 모두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수려함으로 자태를 자랑한다.
산은 단풍으로 울긋불긋 아름답다. 새싹이 돋아나 연록의 부드러움이 꽃처럼 화사하게 보이던 봄날이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산은 깊은 잠에 들어 갈 채비를 하고 있으니, 해가 갈 수록 세월의 빠름이 더하게 느끼고 어지럽게 휘둘리는 듯하다.
정상에는 한팀의 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하산은 만수계곡으로 향한다. 북쪽 능선을 타고 만수봉으로 향하다 보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골을 타고 내려온다. 만수골의 화사한 단풍을 기대했건만 산상은 이미 퇴색되어 앙상하게 낙엽진 수목들로 삭막하다. 지난주만 하여도 월악의 단풍이 이른가 싶었는데 불과 일주만에 다시 찾아온 월악은 영 달라진 모습들이다.
그러나 만수골의 단풍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중턱으로 내려서자 산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아름답다. 지난해에도 만수봉에 올랐다가 만수골로 내려오며 단풍을 보았으나 이미 한물 간 뒤였으나 오늘은 단풍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름드리 낙옆송이 빼곡하고 낙엽송 사이로 단풍이 지천이다.
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수량 적은 물이 흐르는 암반을 만나게 된다. 만수계곡은 곳곳에 너른 암반이 골을 이루고 있다. 골의 위쪽에는 이미 단풍이 지고 썰렁해 보이지만 아래쪽으로는 단풍이 절정을 이고 있다.
암반이 늘어선 계곡에 작은 굴이 하나 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굴은 그리 깊지 않고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곳이 심산유곡처럼 조용하고 계곡과 수목이 울창하니 누가 도라도 닦을려고 거처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
골은 단풍으로 가득하여 눈이 부시다. 이곳에서 잠시 쉰다. 오늘은 나홀로 산행이다. 울마눌 단풍구경 한다고 별렸는데 벌써 며칠째 감기몸살로 끙끙대며 누워 있다. 마눌은 아프다고 누워 있는데 혼자 산행하기가.....^^*
잠시 쉬며 점심 대신 싸온 군계란으로 시장기를 때운다. 배낭도 없이 물 한병에 계란 몇개를 점퍼에 넣고 홀로산행을 하다보니 과속을 한 것 같다. 컨디션도 최상으로 발걸음이 가벼우니, 앞서 산행을 하던 산행팀들을 모두 제끼고 홀로 걷는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등산로와 계곡은 단풍진 낙옆이 덮혀 길을 찾느라 두리번 거려야 할 때가 많다. 수목에도 땅위에도 단풍으로 울긋불긋하고 골짜기의 소에는 물에 떠 있는 단풍잎으로 울긋불긋하니 세상이 모두 울긋불긋하다. 골을 타고 내려오다 목조다리를 건너면 이쯤부터는 만수봉으로 오르는 산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산에서는 자주 만나기 힘든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산행객들이 대부분이다.
화사한 단풍터널을 빠져 나오면 앞으로 박쥐봉이 올려다 보이니, 산행의 날머리가 다가오고 송계가 가까워진 것 같다. 이곳에는 산행은 하지 않지만 단풍구경을 할겸 가을 나들이를 나온 제법 많은 탐방객들을 만날 수가 있다.
만수골 계곡에는 산행을 마친 산객들이 세수도 하며 쉬고 있다. 하늘재와 포암산을 돌아 만수계곡을 타고 하산하는데는 3시간이 조금 더 걸린 듯하다. 오늘은 홀로 과속을 하였으나 여유롭게 걷는다고 해도 4시간이면 족할 것 같다. 이곳에서 차를 세워 놓은 하늘재 초입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홀로 터덜터덜 걸어 올라가다 보니 꽤나 많은 차량이 월악을 찾아와 모처럼 국립공원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단풍이 절정을 이룬 월악의 포암산과 만수골 홀로산행은 아주 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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