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선생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산이 금수산이다. 금수산의 어느 곳이 비단을 펼쳐놓은 듯 할까? 개인적으로는 미인봉~학봉~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그첫째요, 산부인과바위와 소아릉을 지나 망덕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둘째요, 독수리바위 암릉길이 셋째요, 용담폭포 전망대와 독수리바위 전망대를 지나 망덕봉으로 오르는 암릉길이 네째며, 손목잘린바위와 작은산밭봉을 지나 망덕봉으로 오르는 능선이 다섯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객들은 상천이나, 상학에서 곧장 금수산에 오르고는 금수산에 대하여 혹평을 하게 된다.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다섯능선을 올라 보기전에는 금수산을 평가하지 마라.
불행한 것은 주먹바위와 족두리바위, 독수리바위를 품고 있는 독수리바위 암릉이 출입금지구역이다. 이 곳은 등산로도 안내판도 없는 원시의 암릉구간이다. 기암과 암릉과 단애가 수려한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으나, 매우 험준한 암릉길로 위험하여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전망대로 올라 바라만 보아야 했던 가고 싶었던 암릉이다. 그래도 한 번 가보자 하고 홀로 금수산을 찾아간다. 그러나, 폭염과 부실한 체력이 암릉으로 오르기를 망설이게 한다. 나이탓으로 껌먹껌먹 하는 머리를 짜낸 것은 독수리바위전망대로 오르다 중간에 독수리바위 능선으로 건너 가기로 하였다.
칠월의 하순이다. 일년중 가장 더운 계절에 암릉길을 오른다. 상천리를 출발하자 마을회관앞에 옹기 종기 모여 앉은 부락민들이 용담폭포까지 한시간 걸리는데, 다녀올 수 있겠냐며 걱정을 해준다. 젠장 내가 삭긴 많이 삭았어도 그렇게 삭았나 싶다. 아직 70도 안됐유! 퉁명스럽게 받아치고는 산을 오른다. 몇 번 다녀간 용담폭포전망대 암릉이지만 그늘이 많지 않은 암릉길은 내려쬐는 양광에 금세 지쳐간다. 철사다리와 암릉을 오르자면 거리에 비하여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위험구간에 추가로 철계단을 만들기 위하여 헬기가 자제와 물과 소주까지 군데군데 실어다 놓았다. 이것이 완성되면 이 암릉구간은 월악이 무색할 정도의 철계단 코스가 될 것 같다.
<철계단을 만들기 위하여 옮겨 놓은 자제들>
땀은 비오 듯 쏱아지고 물통은 거의 비어가고 철책은 불덩이 처럼 달아 잡을 수가 없다. 겨우 독수리바위전망대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살펴보니, 마지막 철계단 아래로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다. 누군가가 다녔으니, 출입금지라고 막아 놓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등산로 없는 숲으로 파고 들어가 불과 50~60m 요리조리 갔을까? 독수리바위 암릉이 나온다. 그러나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겨우 우회하여 암릉에 올라 섰으나 오금이 저리고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독수리바위는 전망대에서 본 것보다 멋지다. 그리고 그 웅장한 크기에 압도 당한다. 족두리바위까지 둘러보고 원점회귀한다. 조심조심 암릉을 타고 개척산행을 하고 싶으나, 체력이 거의 방전되었다. 더위와 나이 탓이리라.
<독수리바위 암릉 상단>
<독수리바위 암릉 단애>
<독수리바위와 족두리바위>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맡는 것 같다. 한 번은 가보아야지 하고 벼르던 좋은 풍경을 잘 보고 왔다. 체력만 남았 있어도 선녀탕에서 알탕이라도 하고 오는 것인데~ 방전된 체력으로 하산길이 힘겹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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