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산은 제천의 진산 금수산을 마주하고 청풍호반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여섯 봉우리 암릉이다. 옛날 마고 할미가 이 산에 놀러 왔다가 반지를 잃었다. 그 반지를 찾으려고 산의 모든 능선과 골짜기를 샅샅이 찾아다니다가 아흔 아홉번째 골짜기에서 반지를 찾게 되었다. 마고할미가 반지를 찾고서는 “이 산에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한양이 들어설 골짜기인데, 내가 이곳에 눌러 앉아 살려고 해도 한양이 될 땅이 못되니 떠나가겠다”는 말을 남긴채 떠났다고 해서 `가는 산`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골짜기가 많다는 뜻이다.
산이 그립다. 그렇지만 옆지기는 산행이 그리 달갑지 않은 눈치다. 그래도 배낭을 챙기니 기꺼이 따라 나선다. 아니 가본 곳도 찾기가 어렵고 가은산이나 올라볼까 싶어 상천을 찾아간다. 가은산의 백미는 물개바위와 정오바위에서 곰바위 전망대가 있는 2봉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풍경과 조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고 산행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모처럼 땀을 흘리는 것도 매우 좋다. 혈당이 쑥쑥 내려가는 느낌이다.
상천주차장에서 사과가 발갓게 익은 과수원을 지나 2봉으로 오르는 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암릉길이다. 그래도 밧줄을 잡고 낑낑대며 오르던 이 곳에 지금은 철계단을 설치하여 오르기가 쉬워졌고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놓았다. 철계단을 타고 오르다보면 전망대가 나오고 다시 철계단을 타고 오르면 정오바위가 나온다. 정오바위 위로 위험한 전망대가 나오고 전망대에 서면 금수산과 망덕봉 그리고 청풍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정오바위를 지나면 물개바위가 나온다, 물개바위보다는 연어를 닮은 것 같다. 누군가 이 바위에 물개바위라고 명명한 사람은 연어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물개바위부터는 험한 암릉을 타고 올라야 한다. 옆으로 우회로가 있고 대부분 우회로를 이용한다. 암릉의 끝으로 가은산의 백미인 암봉군락이 나온다. 이 곳이 2봉 곰바위 전망대다. 이 곳에서는 구담봉과 옥순봉, 옥순대교, 청풍호를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호수를 유유히 유영하는 유람선의 모습도 선경으로 다가온다. 참으로 좋은 풍경이다.
곰바위에서 네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면 가은산 정상이다. 가는 도중에 기와집바위, 석문, 촛대바위, 굴바위등을 만나게 된다. 먼 곳에서 오신 분들은 새바위와 둥지봉을 같이 산행하는 것이 좋다. 정상에서 초경동으로 하산하여 상천주차장까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중간에 탈출구가 두어 곳 있지만 길이 희미하고 위험하여 산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나도 예전에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기와집바위와 굴바위
석문과 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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