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도계읍 육백산(1,244m)은 그 옛날 산정이 평평해 조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1960년대까지 호랑이가 출몰하던 첩첩산중이다. 그래서 이 곳 주민들은 호환을 막기 위해 돌담을 높이 쌓아 올렸다고 한다. 이 육백산 허리춤의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에 무건리 이끼계곡이 꼭꼭 숨어 있다. 태곳적 신비를 고이 간직한 채. 여름날 초록의 숲과 이끼와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폭포수가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올들어 가장 뜨겁다는 초여름 날씨는 육백산 중턱길도 비켜가지 못한 것 같다. 어기적 거리는 부편한 허리를 끌고 임도를 오르는 내내 우중산행을 무색하게 할만큼 줄줄 땀을 쏱아낸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쭉쭉 뻗은 나무들이 임도에 그늘을 만들어 놓아 잠시 땀을 닦으며 숨돌리기가 좋다.
걷다보면 산중턱에 자리한 오지의 외딴 가옥과 산중턱을 장식한 아름드리 육송이 정겹다. 몇년전, 이곳을 찾았을때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산길을 홀로 한적하게 걷다보니, 길섶에 제멋대로 자란 산뽕나무 가지에 검게 익은 오디가 덕지덕지 달려있고 바닥에 절로 떨어진 오디가 지천으로 홀로 오지의 산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실감하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방송을 타고 널리 알려진 무건리 이끼폭포는 사람들의 발길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버스 일곱대가 쏱아 놓은 등산객과 주차공간미다 가득채운 승용차가 이 곳을 찾아온 사람들의 수를 말하고 있다. 사고에 대비한다는 무건리 이장님의 방문객 명부를 작성하고 시끌벅적한 인파를 따라 출발지인 무건리에서 한시간 남짖 걸으면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 깊은 골짜기로 내려서게 된다.
세찬 물소리와 골짜기의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내려선 계곡은 이미 산객들로 가득차있다. 폭포는 긴 세월 자라온 이끼가 폭포와 계곡을 뒤덮어 초록세상을 펼치고 있다. 초록이 아닌 것은 이끼 위를 타고 내려오는 투명한 물줄기뿐이다. 바위에 덕지덕지 붙은 이끼가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초록이고 계곡에 널브러진 고사목도 초록옷을 입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호사로운 이 풍경은 아쉽게도 인파에 가려 사진 한 장 찍어내기도 더디기만 하다. 계곡은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수년간 입산이 통제되었다가, 몇 해 전 다시 세상과 만났다. 백두대간 첩첩산중에 있어 가는 길이 만만찮지만 이끼계곡을 보기 위한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채굴중인 석회암 광산을 지나 가파른 길을 몇 굽이 돌면 차량 통행차단기가 나온다. 이곳이 무건리 이장님댁이 있는 들머리다. 차단기에서 이끼계곡까지는 약 4㎞, 1시간30분쯤 걸린다. 핏대봉 허리를 에두르는 오솔길이다. 가파른 산비알에는 생동감 넘치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오르막을 몇 굽이 돌면 성황당이 있는 국시재 고갯마루에 닿는다.
<이끼폭포 내림길>
성황목 아래 작은 돌무덤이 있고 점심때를 맞아 산객들이 단체로 점심을 먹고 있어 잠시 쉬고 가겠다는 작은 소망을 방해한다. 성황당에서 큰말까지는 유순한 길이 이어진다. 시야가 뚫린 우측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따라붙는다. 가파른 산 중턱에 꽤나 깨끗한 산골농가 한채가 보인다.
<육백산 삿갓봉>
들머리에는 등산객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이끼폭포로 내려가는 큰말에 도착하면 빈 농가 한채가 숲속에 숨어 있다.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비어 있는 것 같다. 된비알에 일구어 놓은 앞밭에 개망초가 가득히 피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밭작물을 가꿀 때나 드나들다 이제는 그마져도 그만둔 것 같다.
<이끼폭포 내림길>
삼척 내륙은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통한다. 옛날에 난생처음 바다를 구경한 촌로가 이웃에게 동해가 무척 넓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이웃은 "동해가 아무리 넓어도 우리 집 콩밭만큼 넓겠느냐"고 반문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전해온다.
무건리 마을은 한때 300여명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둘 도시로 떠나면서 몇채의 산골농가만이 남아 있다. 소달초등학교 분교도 1994년 문을 닫았다. 분교터는 어느해 큰 물에 페허가 돼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끼폭포는 큰말의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 300m 아래 계곡에 있다. 잡초 무성한 비탈길이다. 예전에는 이 길이 매우 미끄러워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걷기가 수월하다. 버벅대며 내려서면 폭포소리로 시끌한 계곡에 닿는다.
거센 물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짙푸른 소가 자리한 첫 번째 이끼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모습의 이끼폭포는 높이 7~8m 에 이른다. 서너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주름치마를 펼친 것 같다. 가뭄에도 끊임없이 내려오는 물줄기가 반갑고 고맙다. 그리 웅장한 폭포는 아니지만 석회석이 녹아내려 희뿌옇게 보이는 소 뒤로 쏟아지는 폭포는 장관이다. 왼쪽 이끼폭포에 걸린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두 번째 이끼폭포가 협곡 속에 숨어 있다. 상단폭포로 들어가는 길은 험하다. 밧줄을 잡고 미끄러운 암벽을 타고 계곡을 오르고 내린다. 낮은 곳을 찾아도 무릅까지 차는 계곡물은 더위를 싹 가시
게 만들어 차다 못해 발이 시릴 정도다. 협곡 사이로 흐르는 물을 건너자 용소와 이끼폭포가 비로서 장업한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10m쯤 되는 아름다운 이끼폭포가 초록 치마를 드리우고 있다. 그저 바라만봐도 눈이 호사를 누리는 풍광이다. 계단 모양의 이끼바위를 흐르는 물줄기는 한 가닥 두 가닥 이어져 비단처럼 매끄러운 폭포수로 변한다. 폭포소리에 귀가 멀고 용소와 이끼폭포의 비경에 눈이 먼다. 움푹 들어간 검은 절벽아래 검푸른 용소가 눈앞에 펼쳐진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이끼폭포는 마냥 신비롭기만 하다. 너무 멀리 있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 같은 느낌, 이끼폭포를 찾아 오가는 길에 도계에 있는 미인폭포를 둘어보는 것도 좋다. 한국의 그랜드케년이라는 암곡 끝에 자리한 미인폭포는 석회암이 녹아낸 코발트빛 폭포수가 장엄하게 흘러 내린다. 절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물방울이 마치 주름치마처럼 펼쳐져 한 여름의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곳이다.
<미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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