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수문동계곡에서 포기한 <메밀봉> 산행

바위산(遊山) 2014. 6. 15. 10:40

월악산맥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계곡은 송계계곡과 용하계곡이다. 송계계곡이 게방되어 있는 것에 비하여 용하계곡은 출입이 금지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용하계곡의 길이는 16㎞며 상류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대미산에서 발원하여 강서대· 활래담· 수용담· 선미대· 청벽대로 이어 지는 '용화수계곡'과 만수봉에서 발원해 수문동폭포와 병풍폭포· 관폭대와 수곡용담 등의 절경지를 빚어내는 '수문동계곡'이다.

<관폭대>

옛날 어느 선비가 이곳을 돌아보고 '하늘과 땅도 비밀로 남겨둔 명소'라고 극찬할 만큼 심산유곡에 자태를 감추고 있는 용하구곡은 구한말 국운이 기울어지고 도학이 땅에 떨어짐을 안타깝게 여긴 의당 박세화 선생이 이곳에 숨어들어 후학을 양성하며 나라와 도학사랑을 9곳의 비경지대 바위에 새겨 놓은 것으로 지금은 풍화로 많이 소멸되고 몇몇 곳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용하구곡은 아직도 베일에 쌓여 있는 계곡이다. 제천10경중 제6경으로 제천시와 월악산 관리사무소에서 말하는  용하구곡은 대미산에서 발원되는 용하계곡의 강서대, 활래담, 수용담, 선미대, 청벽대, 관폭대와 만수봉에서 발원되는 수렴계곡에 자리한 수문동폭포, 수곡용담과 영봉으로 오르는 신륵사 근처의 수렴선대를 합하여 용하구곡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원래의 용하구곡은 청벽대, 선미대, 호호학, 섭운대, 수룡담, 우화굴, 세심폭, 활래담, 활연대라하여 모두 용하수곡에 자리하고 있다.

월산산에서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 주능선과 용하계곡사이의 지능선에는 3개의 봉우리 솟아 있다. 수문동계곡을 끼고 있는 수리봉, 메밀봉과 용하수곡을 끼고 있는 꾀꼬리봉이다. 모두가 출입금지 구역에 속해있고, 월악의 수많은 암봉들에 비하여 수려함도 뒤져 은둔의 산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몇년전에 수리봉에 오르다 먼곳에서 친구가 찾아와 수문동 계곡만 돌아보고 하산한 적이 있고, 꾀꼬리봉 산행은 길을 잘못들어 꼭두바위봉 능선으로 잘 못 오른적이 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메밀봉을 올라 보고자 수문동계곡을 찾았다. 지난주에도 찾아 왔었지만 들머리를 막아 놓은 철문과 산양서식지로 산양을 보호하기 위하여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출입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안내판에 가로막혀 되돌아 오고 말았던 곳이다. 그래도 미답지인 메밀봉이 궁굼하기도 하고, 산양이나 산을 좋아하는 양띠나 도찐개찐이니, 산양서식지에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궤변으로 양심을 누루고 다시 찾아왔다.

<철다리 철거구간~길찾기 어려움>

 

 

철조망 옆으로 밴들밴들하게 발달된 등산로를 빠져 들어가면 두개의 묘지가 보인다. 그중 한기는 묘지를 쓴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 묘지로 자손인듯한 두명의 남녀가 절을 올리고 있다. 묘지 옆으로 출입을 감시하는 무인감시카메라가 서 있다. 무인감시카메라를 무시하고 빼곡한 수림사이로 파고드니, 머지않아 계곡이 나온다. 불과 3년전만 하여도 철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철다리를 철거한 계곡은 길을 찾기가 어렵다. 몇번을 오락가락하다 겨우 길을 찾아 오른다.

계곡을 건너 숲길을 걷다보면 또 다시 계곡이 나온다. 너른 암반위로 흐르는 티없이 맑은 투명한 계곡물에는 제법 많은 물고기 떼를지어 노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족대만 있다면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한잔한다면 더없이 좋은 천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출입금지구역에 들어온 것만도 민구스러운 일인데 하는 생각에 미치니 스스로 머쓱해 지고만다. 

산은 적막하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울창한 수목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 계곡물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이 우짖는 소리뿐이다. 한나절 가까이 수문동계곡을 오르고 내렸지만 사람하나 만나지 못했다. 갑자기 옆에서 고라니 한마리가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이 적막한 산속에서 기겁을 하고 말았지만, 한편으론 바위와 숲으로 가득하여 걷기도 어려운 이 산중을 총알처럼 달려가는 고라니가 신기하기만 하다. 이러한 고라니의 갑작스런 출연은 하산길에 있었다. 평화로운 동물들의 터전에 침입하여 내가 고라니를 놀라게 하고, 고라니의 놀란 모습에 내가 놀랐으니, 원죄인은 바로 나다....ㅠㅠ

오르다보면 계곡물소리가 커지고 폭포가 나온다. 수곡용담폭포로 맑은 물이 포말을 이루어 물접이가 마치 용이 꼬리를 튼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묘하게 계단을 이룬 바위가 주변경관에 어울려 수려한 곳이며, 수곡용담폭포 상단부 너럭바위 오른쪽의 아들바위는 아들을 기원하는 여인이 뒷짐을 지고 층계식으로 된 이 바위를 무사히 오르면 아들을 낳게 된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폭포 내림길>

 

 

<수곡용담폭포와 용소>

 

 

<수곡용담폭포>

 

 

<수곡용담폭포 상단>

 

 

<수곡용담폭포 상단암반>

 

 

수곡용담폭포의 상단은 너른 암반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수려한 풍광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이 출입금지구역이 아니라면 자리를 피고 한잔하며 피서를 즐기기 아주 좋은 곳이다. 폭포를 지나면 등산로는 뚜렸하나 잡목과 산죽이 키보다 높게자라 팔등을 헐키고 얼굴을 때린다. 몇년전까지만 하여도 수문동폭포까지는 길이 좋았던 곳인데, 출입이 금지되면서 등산로는 많이 자연상태로 복원이 된 것 같다. 

<아들바위~요길 뒷짐지고 꼭대기까지 오르면 아들을 낳는다고? 안오르고 안 낮는게...ㅎ>

 

 

수문동폭포까지 오르려면 몇번의 계곡을 건너야 하며, 계곡을 가로질러 설치되었던 철다리들은 모두 철거가 되고 등산시설은 전무하다, 특히 등산로에 덕지덕지 달아 놓은 산행리본까지 모두 철거하여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밤새 허리가 아파 뒤척거리다 불편한 몸을 끌고 산을 찾았는데, 길마져 희미하여 길을 찾아 오락가락하면서 오르다 보니, 소요시간은 배로 늘어나는것 같다. 오르다보면 계류쪽으로 실폭포와 건폭이 나온다.

<실폭포>

 

 

<건폭>

 

 

건폭을 지나면 병풍폭포가 나온다. 길이가 30m쯤 되고 높이가 4~5m쯤 되는 암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바위아래 쪽 에는 10여명 정도가 들어가서 웅크리고 앉을 만큼의 동굴이 있다. 아무리 푹푹찌는 무더위로도 폭포밑에 들어가 앉아 있는다면 서늘함을 느낄 것 같은 곳이다.

 <병풍폭포>

 

 

<당겨본 병풍폭포>

 

 

<폭포하단동굴>

 

 

<병풍폭포상단>

 

 

 

<얼굴바위와 병풍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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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폭포를 지나면 계곡의 수량은 급격하게 줄고, 일부구간은 건곡으로 메말라 있다. 수문동폭포를 못미쳐 수량이 별로 없는 중간폭포와 와폭을 지나게 된다. 이곳부터는 길이 희미해져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자연상태로 회복되어 있고 산행리본하나 발견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원시림처럼 우거진 수림과 험준한 계곡을 무작정 치고 올라갈 수도 없다. 이리저리 헤메이고 나서야 겨우 수문동폭포에 다다른다. 불과 3년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중간폭포>

시루봉과 메밀봉은 수곡용담폭포와 수문동폭포, 병풍폭포만을 가지고도 그 명성을 떨친다.수문동폭포는 높이 20m에 길이 폭이 100여m에 이르는 거대한 폭포로 칼로 자른 듯한 수직 절벽 가운데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가 하얀 비단을 펼친듯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폭포수 안쪽은 폭 30m에 높이 12m, 깊이 15m나 되는 천장바위를 이룬 자연석굴로 이뤄져 있어 40여명 정도가 들어가 눈이나 비바람을 피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수문동폭포>

 

 

<수문동폭포 하단동굴>

수문동폭포에서 다시 중간폭포쪽으로 하산한다. 올라온 길도 찾기 어려울만큼 등산로는 모두 훼손되고 자연으로 복원되었다. 버벅대고 내려와 메밀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찾으나, 주등산로도 안보이는데 메밀봉등산로는 이미 자연으로 돌아가 버렸다. 남쪽능선으로 치고 오르면 마골치에서 메밀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무작정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그러나 장난이 아니다. 숲은 원시림처럼 우거져 있고 바위와 잡목이 앞을 막는다.

간신히 작은 능선을 하나 넘었는데 다시 계곡이 나온다. 돌과 수림으로 헝크러진 계곡은 방향을 감지하기도 어렵고 한발한발 내딧기도 어렵다. 이곳이 어데쯤인지 감을 잡기조차 어렵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 계곡에서 잠시쉬며 간식으로 시장끼를 때운다. 허리에 둔통이 생기고 기진맥진한데, 휴대폰은 계속 '서비스정지구역'이라는 글씨만 뜬다.

<메밀봉, 시루봉 등산지도>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은 한낮인데도 어둑침침하다. 문득 얼마전 메밀봉과 꾀꼬리봉을 산행하던 산악회원 21명이 조난을 당하여 119대원들도 찾지를 못하고 밤새도록 폭우속을 걷다 다음날에야 문경쪽으로 하산하였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이젠 적막이 아니라 공포가 밀려온다. 결국 메밀봉을 포기하고 하산을 하기로 한다. 위치를 분간하기 힘든 험준한 계곡을 무조건 아래로 뚫고 내려온다. 1시간 정도를 고생한 후에야 희미한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수리봉과 메밀봉, 꾀꼬리봉은 이제 산쟁이 들에게 점점 멀어져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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