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산(964m)은 충북 단양의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면서도 소백산국립공원에 가까이 있다.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상·중·하선암과 북쪽으로 사인암이 인접해 있어 단양팔경 관광을 겸한 산행지로 제격이며 주변경관이 좋고 암벽을 오르내리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내륙지방에서 경치가 가장 좋다고 해서 충북 단양, 영춘, 청풍, 제천의 네 고을은 특별히 내사군(內四君) 이라고 불렀다.
도락산은 사계절 어느 때고 인기있는 산으로 어느 계절에 올라도 산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도락산이란 이름은 '깨달음을 얻는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에서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지며, 남쪽 골짜기 안으로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민왕이 이성계에게 쫓겨 평민으로 가장해 머물렀다는 궁터골이 있다.
도락산 남쪽 골짜기 벌천리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 고려가 망할 무렵 도락산성 절골 현 벌천리 내궁기 절골에서 짚신을 만들어서 팔아가며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가 있었다. 산아래 마을사람(외궁기)들은 이 할아버지를 '이인'이라 불렀다. 욕심이 없어 남과 다투거나 화를 내지 않으며, 마음이 내키거나 기분이 좋을때에 부탁하면 명당이나 집자리를 잡아주며 살아갔다.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민왕이 어지러운 정국의 난을 피하여 평민복장으로 현 도락산 근처를 지나가다 날이 저물어 짚신 할아버지 집을 찾아서 잠시 묵어 갈 것을 청하였다. 이에 짚신 할아버지는 공손히 안내하며 안으로 청하여 안방 아랫목에 앉히고 박서방네 집에 가서 쌀 한말만 꾸어 오라고 하였다. 할머니는 5Km 쯤 떨어진 박서방네 집을 찾아 갔으나 박서방은 가난뱅이 짚신 할머니에게 쌀을 꾸어주질 않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거절당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섭섭함을 토로하자 할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 허허. 내가 그 사람 벼 50섬할 명당양택을 잡아주었는데 쌀 한말 꾸어 달라는데 그것마저 거절하는 구만 " 그래서 "그 사람 그릇이 그것밖에 안돼서 벼 50석 밖에 자리가 안 나더라 " 하니 왕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렇게 풍수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하필 짚신만 삼고 이 벽촌에 살고 있소"하고 이야기하자 짚신 할아버지는 "내가 사는 이 집터는 돈 없고 권세 없고 알아주지 아니하는 집터이지만 이 집터는 궁궐이 될 터입니다.
오늘 임금님께서 반드시 하루를 우리 집에서 유하고 가실 테니까요" 하고 대답했다. 왕이 깜짝 놀라서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 했더니, 도락산 정상에 모여있는 빛과 왕의 인자하신 모습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결국 왕이 이 집에 하룻밤을 묵었으니 짚신 할아버지의 풍수지리가 맞아 떨어졌고 초라하던 집이 행궁이 된 셈이다. 그 후 할아버지는 아무리 없어도 왕의 마음으로 한 세상을 살았다 한다. 그래서 이곳을 예전에는 절골이라 했는데 공민왕이 하루를 유하고 간 후 부터는 궁기둥, 내궁기, 외궁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또 하나는 공민왕이 옥새를 대추나무에 걸어두고 세수를 하고 내궁기(현 벌천리 112번지) 집으로 들어가니 이인이 " 옥새가 개조하니 군왕이 왕림했다" 고 소리치면서 새자리를 깔고서 앉으라고 권하자 왕이 상당히 기특하게 여기고 이유를 물은즉 언제고 왕이 왕림하실 집인데 어찌 이보다 더 좋은 터가 있겠습니까 하자, 왕이 기특히 여겨 다음날 평양감사로 보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도락산은 가까이 있는만큼 여러번 올랐던 곳이다. 도락산 산행은 대부분(99%)이 상선암~제봉~신선봉~도락산~채운봉~검봉~입석~상성암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다. 오늘은 미답지로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남릉코스로 올라보고자 내궁기를 찾아간다. 별천리 외궁기에서 승용차나 들어갈만큼 좁은 콘크리트포도를 구불구불 따라 들어가면 내궁기가 나오고 새로지은 전원주택 두채가 나온다. 마지막 전원주택 옆으로 희미하여 다 지워져가는 도락산등산안내판이 서 있다.
내궁기는 대형버스의 진입이 어렵고 승용차 한대 제대로 주차할만한 공간도 없다. 마지막 농가에 부탁하여 마당에 주차를 하고 도락산으로 오른다. 등산로는 숲이 빼곡하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낙엽으로 덮혀 있다. 숲길은 그리 길지 않아 암릉으로 바뀐다. 도락산 남사면은 급격한 암반지대로 곳곳에 설치된 쇠밧줄을 잡고, 설치한지가 오래되어 삭아 내리는 통나무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오르다 보면 도락산 남사면의 흰 화강암반이 수려하게 올려다 보인다. 등산로를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화강암벽은 한 번에 사진에 담기는 어렵지만 수려하고도 장엄한 풍경으로 위풍당당한 도락산의 진면목을 한 눈에 보여준다. 쇠밧줄이 끝나면 잠시 숲길이 이어지다 다시 쇠밧줄구간이 나오기를 반복한다.
'화무십일홍'이라 지난주에 개화를 시작한 왕벗꽃잎이 눈 내리듯 바람에 흩날리는 것에 비하면 산벗꽃은 이제야 꽃망울 터트리고 있다. 숲길 곳곳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정겹다. 포근한 날씨와 가파른 암릉길이 이내 이마와 등줄기에 흥건하게 땀을 쏱아내게 한다. 암릉으로 올라서자 산중의 적막을 깨는 소음이 몰려온다. 도락산은 오늘도 단체산행객들로 북적인다. 숲이 별로 없이 암반으로 되어있는 남사면은 능선을 타는 산객들의 떠드는 소리가 메아리되어 울리며 더 큰 소음을 만들어 놓는다.
언 제 : 2014년 4월 12일
누구와 : 나홀로, 소요시간 5.5시간(쉬고 먹고 포함)
어데에 : 충북 단양의 도락산(내궁기~신선봉~채운봉~암릉길(U턴)~채운봉~신선봉~내궁기)
<도락산 남사면>
그것은 마치 북한산이나 도봉산. 수락산 등 주말이면 산객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산을 오르며 느끼는 시장통같은 북새통과 소란함의 식상이다. 어느 산이든 산은 산다운 분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중간쯤 오르면 두개의 암봉을 이어주는 암릉구간에 다다른다. 이곳은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썩어 흔들리는 고목을 잡고 암봉에 서니, 북으로는 도락의 암사면이 수려하고, 남으로는 출발지인 내궁기가 아스라히 내려다 보이고 내궁기와 식기봉을 지나 황정산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투구봉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암벽에 달라붙어 핀 진달래꽃>
<고사목 암봉전망대>
암릉지대를 지나면 잠시 숲길을 걷다가 가파른 암벽길을 쇠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족히 70~80도의 가파른 암벽길은 걸음을 더디게 한다. 내궁기에서 시선봉까지는 2km가 안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한시간에 1km를 오르지 못한 것 같다. 점심때가 되어 간식으로 시장끼를 때우고 잠시 오르니, 신선봉에서 도락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도락산 정상까지는 10여분이면 갈 수 있지만 도락산 정상은 경치도 조망도 시원치 않다.
갈림길에서 곧바로 신선봉으로 오른다. 노송이 어우러진 주능선 암릉길은 반들반들하다. 도락산을 찾는 거의 모든 산객들이 이 코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신선봉에는 몇팀의 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신선봉은 너른 화강암 암봉으로 남쪽으로 시원한 바위슬랩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래서 신선봉은 좋은 전망터 역할을 하고 있다.
<채운봉>
<채운봉~신산봉구간 암릉>
<올려다 본 신선봉>
<내려다 본 남동릉>
<바위틈에 자란 분재소나무>
<중간 암릉길>
<신선봉~도락산 능선길>
<채운봉, 검봉>
<타고 올라온 남릉~내궁기>
<신선봉>
<신선봉>
신선봉에 서면 서쪽으로 문수봉(1,161.5m)과 대미산(1,115m)으로 이어지는 월악산 국립공원의 주능선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또 북서쪽으로 멀리 소백산이 아득하다. 59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선 용두산(994.4m)과 그 아래 높은 분지에 터를 잡은 안산안마을이 그림 같다. 안산안마을로 올라가는 하얀색 콘크리트 포장도가 주변의 짙은 녹음과 대비되어 폭포처럼 보인다.
<채운봉-검봉>
신선봉 암반 위에는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신기한 바위연못이 있는데, 사방 1m쯤의 작은 바위웅덩이다. 이 연못은 숫처녀가 물을 퍼내면 금방 소나기가 솓아져 다시 물을 채운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여름이면 연못 속에서 무당개구리가 무리지어 살고 있다.
<신선대 남사면>
신선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정규코스인 채운봉, 검봉코스와 형봉코스가 있으며, 광덕암을 지나 북쪽에 독락산성, 고성약수를 경유해 가산리로 내려설 수도 있다. 광덕암은 옛날 대궐터로 박혁거세가 단양 서쪽 금수산에서 태어난 후 현재의 광덕암 자리에 이르러 처음으로 정사를 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형봉>
오늘 예정된 코스는 채운봉에서 내궁기로 하산하는 코스다. 신선봉에서 채운봉으로 내려서는 길도 군데군데 철계단과 쇠줄이 매어져 있다. 암릉을 오르고 내리는 것은 아기자기하고 풍경이 아름답다. 채운봉으로 오르다 왼쪽으로 '출입금지' 안내판이 매달려 있다. 이곳에서 내궁기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대부분 도락산 등산지도에 나타나지 않으나, 몇몇 지도에는 하산길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제법 뚜렷하던 등산로는 차츰 길이 희미해지다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이리저리 몇번을 헤메였으나 등산로를 발견할 수가 없다. 우연만한 산이라면 헤집고 내려가면 되겠지만 이 거대한 암산을 헤집고 내려가기는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 절벽과 작은 암봉과 우거진 수림이 길을 막는다. 결국 포기하고 오던길로 되돌아 가기로 한다.
그러나 하산하던길을 되돌아가는 것처럼 맥빠지게 하는 것은 없다. 방금 헤집고 내려오던 길도 찾지를 못하겠다. 버벅대며 채운봉 갈림길로 되돌아와 역으로 신선봉에 오른다. 신선봉에 도착하니 4시가 넘어버렸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지만 흐린날의 오후는 침침해지고 있다. 왁자지껄하던 산객들도 대부분 하산을 하고 산은 적막에 쌓여있다.
신선봉~도락산정상 능선에서 오른길로 하산을 한다.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서다. 산행 나들목인 내궁기를 1km쯤 남겨놓고 너럭바위에 앉아 쉬며 족발을 안주로 하여 소주 한 잔 기울인다. 점심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간식으로 때우다보니, 하산길은 언제나 시장끼가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빈속에 와닿는 소주의 짜릿함이 유난히 강렬한 느낌이다. 몇잔을 거듭하고 술도 깰겸 한참을 어둑해지는 능선에 머물다 하산을 한다.
<채운봉>
<도락산 산행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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