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산악회 정기산행일이다. 마음이 편치 않아 밥보다 술을 가까이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버렸다. 머뭇거리다 동참한 산행은 금강산화암사에서 성인봉과 수바위를 다녀오는 5km(3시간) 정도의 간단한 산행이다. 울산바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성인대는 기암과 함께 수려한 암릉을 자랑하는 산이다. 폭설로 인하여 통제하는 미시령옛길로 들어가 들머리인 화암사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화암사>
'금강산 화암사'는 신라 769년에 진표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진표율사는 우리나라에 참회불교를 정착 시킨 법상종의 개조라 할 수 있다. 진표율사는 금강산의 동쪽에 발연사를 창건하였고, 서쪽으로는 장안사를 그리고 남쪽으로 화암사를 창건하면서 금강산을 중심으로 불국토를 장엄하고자 하였다. 실제 설악산 자락에 자리하면서도 '금강산 화엄사'라는 명칭이 창건기록에 전해지고 있다.
<화암사 범종각>
처음에는 '화엄사(華嚴寺)'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화암사는 진표율사가 이곳에서 화엄경을 설법하면서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였기 때문에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도 중 지장보살을 친견하고 드 자리에 지장암을 창건하여 화엄사의 부속 암자로 삼기도 하였다. 정조의 원당이 되면서 '관음보살상'과 '정조 친필병풍 8폭'이 하사가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수바위>
날씨는 포근하지만 바람이 제법 많이 분다. 성인대 들머리에 접어들자 춘삼월의 느낌은 사라져 버린다. 눈쌓인 산과 계곡이 영원히 봄이 오지 않을 듯 한 느낌을 만들어 놓는다.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계곡을 건너면 목까지 눈이 쌓여 머리만 내밀은 들머리의 이정표가 눈쌓인 높이를 말해주고 있다.
<산행들머리>
습기를 가득 머금은 눈길은 가파르다. 헐떡이며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능선에 오르게 된다. 능선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등산로는 다져저 있어 걷기에 불편함이 없으나 등산로를 벗어나 스틱을 찔러보면 1m이상의 눈이 쌓여 있다. 이 많은 눈을 다 녹이려면 사월의 춘풍이 불어야만 가능할 것 만 같다.
부드럽던 능선이 다시 한 번 된비알을 만들어 놓는다. 앙상한 활엽수목이 늘어선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등산로는 다시 유순해지고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 한 잎작은 소나무군락이 나온다. 소나무 군락을 지나면 성인대가 올려다 보이는 바위군락에 닫는다.
<바위지대>
<성인대>
<신선봉능선>
바위지대에서 잠시 쉬며 숨을 돌린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또 다시 눈쌓인 능선을 올라야 한다. 능선의 끝으로 송림이 나오고 송림을 빠져 나가면 2km정도의 짧은 등산을 마치며 곧 성인대에 오르게 된다. 멀리서 보면 사람이 서 있는 것 같다는 성인대는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만큼 조망도 뛰어나고 너른 화강암릉과 괴암괴석을 품고 있는 곳이다.
<돼지코바위>
<성인대>
<성인대 인증샷>
<성인대>
신선대에 서면 강풍이 불어와 몸을 휘청이게 만든다. 울산바위에 몰아치는 강풍을 이 곳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강한 바람때문에 눈덮힌 너른 화강암반에 군데군데 자리한 나무들은 키 한 번 제대로 키워보지 못하고 바람에 밀려 비스듬히 누워 있다. 수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소백산 비로능선의 칼바람을 떠올리게 한다.
<신선대 암릉>
<수바위>
<신선봉>
<황철봉과 미시령터널>
<울산바위>
<당겨 본 울산바위>
<속초시>
<신선대암릉>
성인대에서 신선대 암릉을 타고 전망대로 전진을 하다보면 단일 암봉으로는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울산바위가 그 장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금강산을 만들려고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가다 설악에 머물렀다는 전설이 깃든 울산바위의 위용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뒤를 이어 백두대간 황철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그 아래로 미시령옛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미시령터널로 차량이 분주하게 드나드는 모습이 보인다.
미시령을 지난 대간길은 신선봉으로 이어지며 북설악의 자태를 뽐내고 늘어서 있다. 그리고 동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속초와 동해바다의 조망도 일품이다. 신선대 암릉안부에는 바람을 막기 위하여 눈을 퍼내고 야영을 한 흔적이 있다. 신선대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고 정상주도 한잔하며 조망을 즐기다 성인대로 돌아온다.
<신선대 기암>
<달마봉>
언 제 : 2014년 3월 15일(토)
누구와 : 창민산악회 16명
어데에 : 설악산 성인대(신선대) 3시간 소요
<성인대>
성질 급한 여사님들은 신선대에는 들리지도 않고 오던길로 되돌아가 버렸다. 성인대 앞으로 수암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다. 눈이 수북하게 쌓인 수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수암으로 내려가는 중간에 퍼즐바위를 만나게 된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퍼즐을 닮았다고 하여 퍼즐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성인대 내림길>
<퍼즐바위>
퍼즐바위를 지나면 수바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에에서 잠시 내려서면 수암에 다다른다. 화암사 남쪽 300m 지점에는 있는 수(穗)바위는 왕관모양의 우람한 바위다. 바위에서 화암사 창건자인 진표율사를 비롯한 이절의 역대스님들의 수도장으로 이용되여 왔다. 계란모양의 바탕위에 왕관모양의 또 다른 바위가 놓여 있는데 윗면에는 길이 1m 둘레 5m의 웅덩이가 있다.이 웅덩이에는 물이 항상 고여 있어 가뭄을 당하면 웅덩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고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내린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수바위 이름의 수(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바위의 생김이 뛰어나빼어날 수(秀)자를 쓰기도 한다.
<수바위>
정상에 올라 보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눈이 덮혀있어 길을 찾지 못하고 중간까지만 올라보고 만다.
수바위의 전설을 보면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은 항상 시주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절 두 스님의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으니 그 곳을 찾아 끼니 빼 마다 지팡이로 세번 흔들라고 말하였다.잠에서 깬 스님들은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꿈을 생각하며 노인이 시킨대로 했더니 두 사람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다. 그후 두 스님은 식량 걱정없이 편안히 불도에 열중하며 지낼수 있게 되었다.
그후 몇년이 지난 어느날 객승 한 사람이 찾아와 화암사 스님들은 시주를 받지 않아도 "수바위"에서 나오는 쌀로 걱정없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객승은 "세번 흔들어서 두 사람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번 흔들면 네 사람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지팡이를 넣고 여섯번을 흔들었다.그러나 쌀이 나와야 할 구멍에서는 엉뚱하게도 피가 나오는 것이었다.객승의 욕심에 산신의 노여움을 샀던 것이다. 그 후부터 수바위에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수바위에서 목책까지 눈이 쌓인 등산로를 줄줄 미끄러져 내려오면 화암사 매점앞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치게 된다. 화암사에서 오르는 성인대는 짧은 등산코스지만 어느 명산에도 뒤지지 않는 다양한 모습과 수려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화암사를 떠나 주문진에서 회와 소주로 뒤풀이를 한다. 그러나 지쳐버린 심신에 파고드는 알콜은 나를 더욱 심하게 망가트려 버리고 말았다....ㅠㅠ
<수바위 내림길 날머리>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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