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가산((鶴駕山 870m)은 경북 내성천과 낙동강 사이에 위치한다. 백두대간 위의 옥돌봉에서 가지친 산맥이 내려오다 가장 높이 솟아 올린 산으로 북동쪽에 조운산, 남서쪽에 보문산을 거느리고 있다. 산세가 사람이 학을 타고 노니는 모양이라 학가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산은 북쪽으로 영주,서쪽으로 예천,남동쪽으로 안동이 똑같이 15km 거리에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 이름도 다양하다. 영주에서는 정상이 평평하여 선비봉이라 하고, 안동에서는 울퉁불퉁하다고 문둥이봉, 예천에서는 모습이 수려하다고 인물봉이라고도 부른다.
안동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학가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석탑리 적석탑이 보여 잠시 둘러본다. 고려말이나 조선조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탑의 기원을 자세히 알만한 유물이나 자료가 없다고 한다. 평소에 늘 싹싹하기만 하던 네비양이 천주마을을 잘 몰라 학가산을 한바퀴 돌아서 천주마을로 올라섰다.
천주마을▲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천주마을 등산로 들머리엔 하늘을 향해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10여 그루가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듯 산객을 맞는다. 학가산 중턱에 자리한 천주마을은 몇채의 폐가도 보인다. 이 높은 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산비탈에 자리한 작은 농토와 화전이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 옆에 주차를 하고 노송군락을 빠져 나가면 취수탱크가 나오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길로 접어든다.
천주마을 학가산 들머리▲
학가산 등산지도▲
1)천주마을 - 마당바위 - 신선바위 - 중계소 - 국사봉 - 애련암 - 천주마을 : 2시간 30분 소요
2) 창풍 - 광흥사 - 천주마을 - 애련암 - 정상 - 석탑사 : 4시간 40분 소요
3) 창풍 - 광흥사 - 천주마을 - 애련암 - 정상 - 느르치 - 산성마을 : 3시간 40분 소요
4) 신전종점 - 학산분교 - 북절골 - 711봉 - 성터 - 정상 - 통신중계소 - 신전리 : 4시간 10분 소요
몸이 풀리지 않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조금 오르면 마당바위와 애련암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에서 마당바위로 향한다. 마당바위는 단일암봉으로 상단이 마당처럼 넓고 평평하여 20여명이 쉴수 있는 바위로 천주마을 주민들로 하여금 마당바위라 부르게 되었으며, 예전에는 나무꾼들의 쉼터로 이용되었으며, 무속인들의 신앙의 대상이었다고도 한다.
마당바위▲
마당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암봉이 우뚝 앞을 가로 막는다. 암봉을 우회하여 암릉을 타고 오르면 난코스 밧줄구간이 나온다. 흩뿌리는 진눈개비로 인하여 밧줄도 젖어 있고 암벽구간은 매우 미끄럽다. 버벅대며 밧줄을 잡고 오르면 통천문이 나온다.
신선바위 암봉▲
신선바위 오름길▲
통천문▲
통천문을 빠져나가면 거대한 암봉 상단으로 신선비위가 올라서 있다. 신선바위는 암봉 상단 끝부분에 아슬아슬 걸쳐 있는 길고 평평한 모양의 암괴로 바위에 올라서면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하여 신선바위라 부른다. 이 곳은 학가산 남쪽의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산상은 이미 운무로 가득 채워지고 진눈개비가 내리고 있어 조망은 제로다.
신선바위 상단
암벽구간▲
학가산 산행은 크게 두 코스로 나눠볼 수 있다. 학가산 동남쪽의 창풍을 들머리로 광흥사 천주마을과 애련사를 구경할 수 있고, 정상에 오른 다음 북쪽 능선을 따라 신전리의 석탑사로 하산하는 종주 코스가 있으며, 한편 횡단 코스는 정상에서 느르치와 산성 마을을 들르고 예천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두 코스 모두 5~6시간 정도 걸리나, 오늘은 4시간쯤 걸리는 천주마을 원점회귀코스로를 택하였다.
천주마을▲
학가산(鶴14山·882m)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학가산은 너른 벌판 위에 우뚝 서 있어 위엄이 있다. 그래서 조망 또한 기가 막히다. 한 일자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뻗은 능선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동양화를 연이어 펼쳐놓은 병풍을 연상케 한다. 암벽구간에서 두 차례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오르면 기암괴석 전시장이다. 늘 그렇듯 소나무가 어우러진 기암괴석은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언 제 : 2012년 12월 2일(일) 흐림-산상에는 눈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안동의 학가산-3시간(천주마을-마당바위-신선바위-유선봉-국사봉-애련암-천주마을)
전망대▲
암릉구간을 올라서면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가 나온다. 이러한 전망대는 암릉구간을 올라 설 때마다 몇 곳이 더 나온다. 전망대에 서니, 잠시 운무가 밀려간 사이 조망을 틔어준다. 학가산 중턱까지 치고 올라 온 농경지와 천주마을이 운무 사이로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가끔은 걷혔던 운무가 밀려와 소용돌이 치며 끓어 오르는 듯하다. 운무의 향연은 선경으로 한동안 시선을 붙잡아 놓는다.
천주마을▲
전망대▲
운무의 향연▲
암릉구간이 끝나고 동학가산성으로 향한다. 이 길은 매우 유순하여 암릉산행지인 학가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산 허리를 가로지르는 낙엽이 수북히 쌓인 등산로는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부드러운 등산로 끝으로 산성터가 나오고 성터 끝으로 작은 케언이 하나 외롭게 서 있다. 이 곳에서 한팀의 산객들이 왁자지껄 오르고 있다.
학가산성은 학가산의 남쪽에 위치하며 성벽 또한 남쪽을 향하고 있다. 성위에서 내려다보면 정면으로 낙동강 줄기가 가로 놓여 있고 오른쪽으로는 풍산읍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막곡리와 안동시의 옥동이 시야에 펼쳐진다고 하나 오늘은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꽝이다. 이 산성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안동으로 몽진하였을때 쌓은 것이라는 설이 있다. 성 내부의 무수한 기와조각으로 보아 건물이 있었음을 추측케 한다.
산성터 끝머리 케언▲
동학가산성터▲
산성터부터는 다시 암릉길이다. 밧줄을 잡고 오르면 또 다시 밧줄구간이 나온다. 그러나 그리 험하지 않아서 충분히 아기자기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길이다. 밧줄구간 끝으로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가 나온다. 그러나 시계는 제로이고 전망대 끝에 자리잡은 분재같은 소나무 한그루가 조망을 대신하여 아쉬움을 달래준다.
밧줄구간▲
전망대▲
분재소나무▲
중계탑 관리소 철조망길▲
KT와 KBS의 거대한 중계탑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송신소 철조망을 지나면 또 다시 MBC송신소가 나온다. 산상은 진눈개비가 완전히 싸락눈으로 바뀌었고 운무는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상을 가득 채워 놓았다.
철계단길▲
MBC 송신소를 지나 삼모봉을 돌아 오르는 길은 암릉길이다. 위험하여 밧줄을 쳐놓은 바위를 우회하여 오르는 길에는 제법 싸락눈이 쌓여 미끄럽다. 철계단을 타고 올라 삼모봉과 유선봉 사이의 안부로 올라선다. 점심을 가져오지 않아 간식이라도 먹어야 할텐데, 산상으로 몰아치는 운무를 가득채운 차가운 바람이 방해를 한다. 삼모봉 하단에 작은 굴이 있어 바람을 막아줄까 싶어 들어 갔지만 굴안으로 휘도는 바람이 추위를 더한다.
삼모봉안부 오름길▲
삼모봉 상단▲
삼모봉 하단 석굴▲
유선봉 오름길▲
간식을 포기하고 유선봉으로 오른다. 유선봉은 국사봉과 삼모봉 사이에 있는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우러진 봉우리다. 유선이란 신선들이 흥겹게 논다는 뜻으로 조선조 송암 권호문 선생이 지은 이름이다. 송암은 퇴계 이황의 제자로 학행과 덕망이 높았던 문인이며 선비로 평생 벼슬길을 거부하고 자연을 벗하며 살았다고 한다. 스승인 퇴계는 그를 '소쇄산림지풍'이라 불렀으며, 무민재에서 학가산을 드나들며, 학가산 3봉과 3대의 이름을 지었으며, 일생을 학가산 사랑에 바쳤다고 한다.
유선봉 상단▲
삼모봉▲
국사봉▲
국사봉은 산 모양이 날아가는 학과 같다하여 학가산의 '학의 머리' 또는 '학위에 탄 신선'의 모습이라 알려져 있다. 학가산 7봉중 최고봉으로 전시에 장군의 지휘소로 쓰였으며, 정상의 우묵한 바위는 난공불락의 자연보채 역할을 하던 곳으로 나라(임금)에 제를 올리던 곳이라고도 한다.
국사봉 오름길▲
영가지 산천 조에는 학가산 국사봉의 아름다운 조망을 기록으로 남겼을 만치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국사봉은 신라 능인대사가 수행하던 불교성지로도 알려져 있고 송암은 이 봉을 적성봉이라 부르기도 하였으며, 2005년 경북도민체전의 성화 채취지 이기도 하다.
국사봉 정상(882m)▲
국사봉 서면▲
능인굴 내림길▲
국사봉에서 서학가산 쪽으로 산행을 더 해볼까 하였지만 운무와 산상으로 내려 앉은 싸락눈이 미끄러워 애련암으로 하산을 한다. 국사봉 아래로 능인굴이 있다. 능인굴은 신라 신문왕때(680년경) 능인대사가 수행과 포교를 하던 기거처다.
능인굴▲
능인은 의상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으로 학가산 봉정사와 개목사의 창건주이며, 천등산 천등굴에 얽힌 전설과 석탑리 석탑설화와도 관련이 있는 승려다. 능인굴 안에는 항상 마르지 않는 신비한 샘물이 솟아 등산객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능인굴에서 애련암으로 하산하는 길은 가파른 암릉길이다. 된비알은 낙엽과 싸락눈으로 인하여 매우 미끄럽다. 미끄러운 암릉길을 내려서면 등산로는 잠시 부드러워지다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능선길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계속되어 이어지는 이 능선길은 구불구불 자란 노송과 작은 바위가 늘어서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노송 암릉길▲▼▼▼▼
암릉의 끝에 전망대가 있고 왼쪽으로 꺽어 들어 애련사로 내려선다. 애련사는 학가산 중심부에 위치한 8방 9암자 중의 하나였다. 세조의 명에 의하여 해인사 대장경 50벌을 인경하였고 판전 40간을 다시 지어 오늘날 해인사를 있게 한 학조대사가 말년에 이곳에서 입적하였다고 한다. 별채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보살님의 장작 쌓기가 한창이다. 쌓아 놓은 장작이 자꾸 넘어져 애를 먹고 있다. 보살님의 불심과 경지가 부족한 듯하다.
애련암▲
작고 초라한 애련사 옆으로 스님의 사리를 모시는 부도가 하나 있다. 가까이 가보지 않았지만 치장으로 보아 고승의 부도인 것 같다. 평생 불도를 닦으며 살다 가는 수도자의 삶은 속세에 찌들어 살다가는 우리네 삶과 어떻게 다를까? 문득, 윤회가 있다면 내세에는 수도자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쬠 밝혀서 힘들겠지만......^^*)
애련암에서 콘크리트 포도를 따라 녀려오다보면 당재로 하산하는 길과 마당위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 곳에서 마당바위로 향한다. 중간에 움푹 패인 자연 석굴바위가 나오고 안쪽으로 미륵불이 있다. 석굴 벽에는 한문으로 '용화교주미륵불여래존'이라 써 있고 부근에 치성을 드린 흔적과 용기 등이 놓여 있다. 산행을 할때마다 곳곳에 나타나는 기도의 흔적은 스스로 나약하여 힘겹게 살아가는 중생들의 애처로움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미륵불▲
미륵불에서 참나무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등산로를 따라 마당바위 갈림길에 도착하여 천주마을로 하산을 하며 산행을 마친다.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조망제일의 학가산행은 산상을 가득채운 운무와 바람과 함께 흩뿌리는 눈으로 조망불능의 아쉬움을 남긴 산행으로 녹음방초 우거진 여름이나,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에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산이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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