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원주의 아흔아홉골.보름갈이봉(금대봉)

바위산(遊山) 2012. 7. 23. 16:48

<보름갈이봉 정상>

 

맥이 빠진다. 더위와 연이은 술자리와 사람끼리 부딧히는 것에 기인된 것 같다. 장이 탈이나 이틀을 고생하고 조금은 살 것 같아 점심도 준비하지 않고 시원한 얼음물을 챙겨서 산으로 향한다. 찌부덩한 몸과 마음을 털어 내는데는 그래도 산행만한 것이 없는 것같다. 가까운 원주와 제천을 경계로 하고 있음에도 아직 미답인 보름갈이봉(금대봉)을 찾아 치악재를 넘어 산행들머리인 구암사에 도착한다.  

<구암사>

 

<아흔아홉골 들머리>
 

보름갈이봉은 원주 금대동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운학리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치악산(1,288m)남단 만경봉(1182m)에서 계속 남진하는 능선은 1.5km거리인 남대봉(1,187m) 남서쪽 가리파 고개 (400m. 치악재)에서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간다. 서진하는 능선은 약4km거리에서 치악산 휴양림 뒷산인 벼락바위봉(939m)을 지난다음 약 2km거리에서 봉우리를 이룬 봉이 보름갈이봉이다. 보름갈이봉이 계속 서진하여 3.5km의 거리에 빚어놓은 산이 백운산(1,087m)이다.

<산행 들머리 계곡 건널목>

 

아흔아홉골이라는 골짜기 이름은 어찌해서 만들어졌는지 그 유래를 알 수는 없으나, 한라산이나 지리산에도 아흔아홉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골이 깊고 길어서 이름 지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름갈이봉이란, 옛날  분지를 이룬 골짜기 당거리에서 화전민들이 귀리,조, 팥, 옥수수등을 심기위해 밭을 가는데 비탈인데다가 돌이 많아서 씨앗을 심는데 보름이 걸렸다고 하여 불리워졌다고 한다. 

이곳은 들머리를 찾기도 어렵지만 산행중에도 이정표 하나 만날 수 가 없다.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오지의 무명산이다 보니, 관청의 관리도 소홀해진 것 같다. 그래서 어쩌다 찾아오는 산객들은 곧잘 길을 찾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원주시장님 이 곳에 이정표 좀 설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작부터 들머리를 찾지 못하여 오락가락하다 구암사 입구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구암사는 차량통행을 막기 위해서인지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여 놓았다. 구암사는 입구에서만 바라보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오르다 보면 개조심이라고 써놓은 대문이 길을 막는다. 이 계곡 위쪽이 개인소유이다보니 집을 집고 등산로를 막아 놓았다.

다다시 내려오니 계곡을 가로질러 설치해 놓은 평상에서 야유회를 나온 한팀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등산로는 이 평상 아래 계곡을 가로질러야만 한다. 계곡을 건너면 그래도 또렷한 등산로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치악재를 넘을때까지 내리던 빗줄기는 그쳤지만 오늘도 날씨는 무덥기만하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 초장부터 땀이 흘러 내리기 시작한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몇마리의 매미 울음소리와 시끄럽게 귀전을 두둘기는 계곡물 소리뿐이다. 

사실 나는 아흔아홉골이나 보름갈이봉에 대하여 그리 아는 정보가 없다. 그저 가까운 곳에 아니 가본 산을 찾다가 발견하고 급히 찾아 온 곳이다. 계곡은 넓지 않지만 아흔아홉골이란 이름처럼 길게 이어진다. 몇번의 계류를 오락가락 건너고 가끔은 희미한 등산로를 찾느라 왔다갔다 하면서 오르다보니 한사람의 산객을 만났다.

<치마폭포하단>

 

<치마폭포 중단>

 

<치마폭포 상단>

 

오늘 이 산의 산객은 나홀로인가 하였는데, 흐린 날씨에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으로 인하여 땅거미가 내려앉은 듯 음습한 골짜기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대구에서 오신 장년들의 산악회에서 홀로 떨어지신 것 같다. 둘이서 사진도 찍어주고 오르다. 치마폭포를 지나 대구분은 하산하고 홀로 오른다. 금대봉을 찾아 오셨다고 하는데 순간적으로 치악산 남대봉과 금대봉이 헷갈려 내려가시라고 권하는 오류를 범했다. 나중에야 금대봉이 보름갈이봉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차! 하고 만다.

<대구 아저씨~ 죄송....ㅜㅜ>

 

3단으로 이루어진 치마폭포(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계곡에서 그렇게 불리울 폭포는 이 곳 밖에는 없다) 지나면 계곡은 조금씩 가늘어진다. 계곡옆 절벽에 자리한 치성터를 지나 계곡의 끝머리에 다다르니 조금은 넓은 분지가 나온다. 절터이이거나 화전민터인지 알 수 없지만 돌을 주어다 쌓은 것이 경작지 이거나 집터인 것은 확실하다.

계곡을 타고 2시간 가까이 올라 왔는데 이 깊은 계곡에 들어와 화전을 일구며 살던 사람들은 그 삶이 얼마나 힘들고 빈곤하였을까 생각하니, 가난한 삶을 살던 선조들의 모습이 가슴 시리게 한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가난한 나라에서 불과 40~50년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어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예전의 빈곤과 궁핍을 잃어버리고 지나친 경쟁과 욕망에 힘들어 하고 분열하며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화전민터>

 

화전민터에서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중재에 오르게 된다. 이틀간의 배알이로 체력이 급격히 탈진된 상태에서 된비알을 치고 오르는 것은 고행의 길이다. 점심때가 지났으나 점심을 준비하지 않았고, 마누라가 싸준 몇조간의 참외로 점심을 대신하였으나 역부족이다. 비오듯 흐르는 땀과 체력이 소진되어 천근처럼 무거워진 다리로 겨우 중재에 올라서니, 대구에선 오신 산행팀이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재 오름길>

 

<중재>

 

적막에 쌓인 산속은 금새 소음으로 가득해진다. 중부지방의 산을 찾는 산객들 중에는 수원과 대구분들이 유난히도 많다. 다른지역보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산이 시끄러워짐은 대구분들 때문이다. 여러명의 억센 사투리가 믹서되어 숲속에 퍼지며 소음처럼 들리기가 십다.  

<보름갈이봉 정상 오름길>

 

 <보름갈이봉 정상>

 

<보름갈이봉(금대봉) 등산지도>

 

<철쭉군락지>

 

중녀과 노년층으로 이루어진 대구산악회원들 대부분은 중재에서 되돌아 하산을 하고 60대 후반과 70대 중반의 노산객 세분만이 같이 철쭉군락을 지나 정상으로 오른다. 산을 좋하는 산꾼으로서 나도 저분들처럼 70대 중반까지 산을 오를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여튼 노익장을 과시하는 노산객님들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산행의 줄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올랐으나 정상에서의 조망은 허당이다. 산을 가득채운 운무가 사방을 무경으로 만들어 놓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조금 더 전진을 하면 철쭉군락이 나오고 암릉길이 나온다. 그러나 등산로는 암릉 아래로 나 있다. 앞서간 노산객분들은 등산로로 달아나고 혼자 암릉을 타고 전진한다.

언   제 : 2012년 7월22일(일)

날   씨 : 비~흐림~맑음(무더위)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원주 백운산 보름갈이봉, 아흔아홉골(5시간-알바 1시간 포함)

<치악산 시명봉.남대봉 능선>

 

<보름갈이봉>

 

 

 

암릉을 타고 전진하다보면 2개의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언제 그랬는가 싶히 운무가 모두 걷히고 시원한 조망을 보여준다. 앞으로 치악능선이 장쾌하고 돌아보면 지나온 보름갈이봉이 우뚝하다. 암릉상에서 투구봉 능선으로 꺽어야 하는데, 알름길에 등산로가 없다보니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암릉지대>

 

알바구나 하고 느낀것은 하산로인 투구봉이 멀리 되돌아 보이고 나서다. 되돌아 가기는 너무 멀리 왔고 그냥 전진을 하려니 희미한 등산로는 거의 모습을 감추었다. 올들어 처음 반바지를 입고 출다 하였는데 다리를 휘감고 할켜대는 산딸기덩쿨과 드릅가시가 웬수 같다. 상처 투성이로 한시간 정도 길을 뚫고 내려와 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내려서게 된다. 점심을 굶고 엄청나게 흘린 땀으로 인하여 몸은 파죽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또 하나의 몸과 마음을 보링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체력이 닿는 한 계속 산에 오를 것 같다. 

<투구봉>

 

<노송군락지>

<금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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