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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작은 용아능선 <동석산>

바위산(遊山) 2011. 8. 18. 22:19

 

언   제 : 2011년 8월 15일(월)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진도의 동석산 

  

 

 

관매도 관광은 시간상 하늘다리 코스만을 둘러보고 진도의 동석산을 찾아 간다. 제천에서는 멀고 먼 남도의 끝까지 밤을 세워 천리길을 달려온 것은 해남과 관매도 관광보다, 늘 그리움과 궁굼증을 만들어 주던 산, 동석산이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동석산 근처에 다다르니, 점심때가 다 되었다. 점심을 먹을 만 한 곳이 없어 40리 길을 돌아 겨우 찾은 작고 허술한 분식집에서 죽어도 못 먹것는 맛없는 순대국을 억지로 몇 수저 뜨고는(산행 후 식중독으로 고생) 동석산으로 오른다.      

삼동마을 앞으로 동석산 표지판을 따라 천종사로 들어간다. 작고 인적없는 천종사 입구에는 요사체에서 일하는 듯 한 보살님 한 분이 어린아이와 말을 안듣는다고 악다구니를 쓰고 싸우다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비오는 날에는 위험하니 등산을 하지 말라고 한다. 구름이 잔뜩 내려 앉아 있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아 걱정하지 말라 하고 산으로 오른다.

천종사 왼쪽으로 알알이 열매가 달린 동백나무 숲으로 파고들면 잠시 후 가파른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을 타고 오르다보면 잔자갈이 미끄러운 된비알이 나온다. 잔뜩 흐린 후덕지근한 날씨가 된비알을 오르는 내내 줄줄 땀을 쏟아내게 하고 다리를 무겁게 한다. 된비알이 끝나고 암봉으로 올라서면 목조 난간대가 나오고 20m쯤 옆으로 움푹하게 암벽을 파낸 곳에 미륵좌불이 있다. 그러나 평소에 죄를 지은 것이 많은지. 불심이 약해서인지, 아무리 눈을 까집고 보아도 미륵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서면 들머리인 천종사가 발아래로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천종사>

 

동석산은 다도해 조망이 뛰어난 1.5km 암릉 코스를 걸어야 하는 작으나 암팡진 바위산이다. 높이 240m의 작은 산이지만 해발이 낮다고 우습게 볼 산이 아닌 섬바위산의 전형적인 산이다. 다도해 조망 뛰어난 암릉 코스는 초심자의 간장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한 산이다.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 진도에도 산꾼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산들이 있다. 보통 진도의 산 하면 최고봉인 첨찰산(485.2m)과 임회면의 여귀산(457m)을 대표로 꼽는다. 하지만 진도에는 예사롭지 않은 암릉과 암봉을 품은 동석산이 있으며, 충분히 진도를 대표할 만 한 산이다.

동석산은 진도 남서쪽 지산면 심동리의 바닷가에 솟아 있다. 1:50,000 지형도에는 '석적막산(石積幕山)'이라 표기되어 있어 레비게이션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고도는 높지 않지만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암릉미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은 1.5km 길이의 주능선 전체가 거대한 바위성곽으로 이루어져 있어 규모나 날카로움은 덜하지만 설악의 용아능선을 닮아 장쾌한 풍광을 자랑한다. 또한 산행 도중 주변의 저수지와 다도해의 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있어 섬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원래 동석산은 삼동마을 쪽에서 올라야 동석산 암릉을 모두 걸을 수 있다. 그러나 급히 오느라 산행지도도 준비하지 않았고 정보도 없어 천종사에서 오르게 되었다. 동석산을 오르고자 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위험하기는 하지만 아랫심동 마을회관 건너편의 종성교회에서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동석산 암릉구간을 모두 답사하려면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인원이 많고 초보자가 낀 팀은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으니, 산행계획을 잡을 때 참고하여야 한다. 산 전체가 바위산이라 산불예방기간에도 특별히 통제하지는 않으나, 봄 가을 산불방지 기간에는 산행을 금지 한다는 표시판이 들머리에 서 있으니, 사전에 진도군청에 입산신고를 해두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동석산 암릉은 산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칼날암릉 구간만 제외하면 굳이 등반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보조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경험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도 가능한 장비를 갖춘 전문인과 함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끔씩 오금이 저릴만한 구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륵좌불을 지나 종성바위로 오른다. 종성바위에 오르면 동석산의 암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서면 암릉의 장쾌함과 수려함에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게 된다. 이땅에 이렇듯 수려하고 장쾌한 암릉이 있다는 것만 하여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쉬움이라면 운무가 암봉을 휘돌아 흐르고 있어 다도해 풍경같은 것은 전혀 볼 수가 없고, 운무가 감싸고 있는 멀리 있는 암릉의 끝자락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암봉의 슬랩지구나 위험지구에는 쇠고리나 밧줄이 달려 있어 그리 어려운 구간은 없으나 오금이 저릴만한 구간이 가끔 나온다. 칼날능선을 못미쳐 암봉에 올랐다. 암봉의 상단에는 노송이 한구루 자라고 있고 노송의 가지마다 산객들이 달아 놓은 리본이 형형색색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곳에서 마누라는 천종사로 되돌아 가고 홀로 동석산으로 향한다. 

  

 

 

<마루바위(좌)>

 

 

 

<칼날능선>

 

 

 

암봉을 내려서면 칼날능선 앞에 다다른다. 이곳에 '위험 출입금지' 표지판이 바위위에 너부러져 있다. 장비를 갖춘 크라이머라도 칼날능선을 통과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하다. 이곳에서 암벽 북쪽 아래로 우회를 한다. 암릉과 숲이 분기되는 등산로엔 쇠줄이 쳐저 있다. 숲은 태풍의 영양으로 가지와 잎이 떨어지고 찢기어 어수선하고, 습하고 비가 잦은 날씨로 인하여 칙칙한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우회로는 길게 이어진다. 태풍에 헝크러진 숲에서도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매미들의 요란한 울음소리가 대단한 소음으로 귓속을 파고 든다. 과로인지, 체력이 달린다. 밤잠을 자지 않고 천리길을 달려와 온김에 보고 싶은 곳을 둘러 보자며 이틀동안 해남과 관매도와 진도를 오가며 더위와 싸우며 세개의 산을 한꺼번에 오르고 여행까지 하며, 강행군을 한 탓이다. 

 

 

우회로를 돌아 다시 한 번 밧줄에 의지하여 정상으로 오른다. 나의 힘겨움을 비웃 듯, 염소 두마리가 아찔한 암봉을 자유자제로 오르고 내리고 있다. 이 험준한 암릉에 가끔씩 염소변이 보이더니만 저녀석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변을 내지르고 다닌 것 같다. 야생은 아닌 듯하고, 집에서 기르던 염소가 가출하여 야생으로 살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우회로>

 

 

 

암릉을 휘감아 돌던 운무는 더욱 짙어져 주변의 풍광을 모두 묻어 놓았다. 바람도 세차지고 운무를 몰고 오고 바람이 시원하다. 이곳에서 더 전진하는 길이 있을 듯한데, 잘 보이지 않는다. 마누라에게 전화하여 차를 끌고 북쪽 산아래 농로에서 기다리도록 하고, 다시 우회로로 내려서니 숲속으로 희미한 등산로가 보인다.

이곳에서 가파르게 숲이 우거진 북사면을 타고 내린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다. 산기슭을 타고 흐르는 작은 도랑에서 후질근한 등산복을 훌렁 벗어 버리고 땀을 앃어 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으니, 몸과 마음이 모두 상쾌해 진다. 산행 후 쉼도 없이 다시 천리길을 달려 제천으로 향한다. 작지만 아름답고 장쾌한 암릉을 자랑하는 동석산은 그리움이 묻어나는 암릉산행지로 오랫동안 좋은 산으로 기억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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