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1년 4월 9일(토) 맑음
누 구 와 : 마누라.아들.딸(4명)
어 데 에 : 충북 단양의 '도락산(964m)'
소요시간 : 5시간(널널하게)
<도락산 등산지도>
<중선암>
<상선암>
단양팔경중의 하나인 도락산 들머리인 상선암을 찾아간다. 몇년전 새롭게 조성한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식당가를 지나면 상선암이 나온다. 맞배지붕의 대웅전과 절집 건물이라기보다는 민가처럼 보이는 요사채가 있고, 그 뒤로 잘 지은 빨간 벽돌 건물이 한 채 들어섰다. 아마도 새로 지은 요사채 같다. 상선암 오른쪽의 나무계단길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조금만 더 오르면 소박한 모양새를 한 '용화전'이 나온다. 용화전은 미래 세상에 출현할 부처인 미륵보살을 모신 법당으로 미륵전이라고도 부르는데, 미륵부처가 용화수 아래서 성도할 것이고 용화세계를 이룩할 것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상선암자>
모처럼 객지에 있는 아이들이 찾아왔다. 멀리 있는 미답산행을 해볼까 하다, 아이들에게 이지역 명산인 도락산을 보여주고 싶어 도락산으로 향한다. 가는길에 잠시 중선암에 들린다. 40년 가까이 지난시절, 고딩졸업기념으로 배낭에 먹거리를 짊어지고 찾아온 곳이 단양팔경과 속리산이었다.
단양팔경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중선암이었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 버스도 타고, 여름날의 폭염속에 비포장도로를 걸어서 찾아온 중선암은 수려함과 맑은 물과 훼손되지 않은 주변 풍경으로 적막감마져 들 정도로 조용하여 심산유곡의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지금도 수려함과 맑은 물만큼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락산 등산로는 고정코스 밖에 없다. 남릉으로 오르 내리는 길이 있고, 동쪽에서 오르는 길도 있으나, 대부분 상선암에서 제봉으로 올랐다가 영봉-신선봉-도락산정상-시선봉-채운봉-검봉을 돌아서 상선암으로 돌아 내려오는 정규코스를 이용한다. 도락산은 예전에도 몇번이나 올랐던 곳이다. 그러나 언제 올라도 질리지 않는 수려함으로 나라안에서 100대 명산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나 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도락산 산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암릉산행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암릉산행을 좋아하는 산객들에게 더없이 흥미로운 산행길이나, 암릉산행에 익숙치 않은 산객들에게 조금은 고역스러운 산행이 될 수도 있으며 체력의 소모도 매우 큰 산이다. "도락"이 아니라 "돌악"이라고 푸념을 내밷는 어느 산객들의 모습에서도 도락이 그리 줄거움만 주는 산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울가족-딸.마눌.아들>
처음부터 가파르게 시작되는 암릉길은 급격한 체력의 소모를 가져온다. 오늘은 골골하는 마눌과 아이들을 위하여 여유롭게 천천히 오른다. 제봉까지 계속되는 암릉길은 70분이 소요되었다. 에전에 홀로 이곳을 오를때는 40분이 소요된것에 비하면 40% 정도의 시간을 더 소요하였다. 그만큼 널널하게 오른 편이다.
오르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바위에서 10분쯤 가면 두번째 이정표가 나타난다. 도락산은 다목적 위치표시판을 세워둔 500m마다 이정표도 함께 세워두었기에 거리를 계산하기가 편하다. 네번째 철계단을 지나면 바윗길이 다시 이어지는데 조심해야할 구간이다.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면 200m 정도의 평지능선이고, 그 끝에 다시 오르막이다. 이 능선에 서서 도락산의 동남쪽 산사면을 보면 독수리의 머리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툭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 북한산 인수봉의 귀바위를 닮았는데, 아래쪽은 떨어져 나가 오버행을 이루고 있다.
귀바위 위쪽 능선에 올라서면 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능선을 따르지 않고 앞에 선 봉우리의 허리를 왼쪽으로 돌아간다. 50여m 쯤 되는 계단을 오르면 다시 능선으로 쇠줄이 연결된 가파른 바윗길이 기다린다. 바윗길을 오르면 봉우리에 올라선다. 하지만 이곳은 사방으로 잡목에 둘러싸여 조망이 막혀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상선상봉' 이라고도 불리는 제봉(818m)이다. '해발 830m, 도락산 1.7km, 상선암 2km' 거리다. 두번째 봉우리에서 약 25분 가면 도락산 정상과 건너편 능선 봉우리인 채운봉으로 나뉘는 삼거리다.
충북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의 도락산(964m)은 월악산국립공원과 소백산국립공원에 인접해 있으며, 서쪽으로 상·중·하선암과 북쪽으로 사인암이 인접해 있어 단양팔경 관광을 겸한 산행지로 제격이며 주변경관이 좋고 암벽을 오르내리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충북땅의 단양, 영춘, 청풍, 제천의 네 고을은 예부터 우리나라 내륙지방에서 경치가 가장 좋다고 해서 특별히 내사군(內四君) 이라고 불렀다.
<가야할 길-제봉>
도락산이란 이름은 '깨달음을 얻는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에서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지며, 도락산 산행은 경관이 빼어나며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도 있지만 초심자들에게는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므로 조심스런 산행을 하여야 한다. 사계절 어느때나 좋은 산이지만 특히, 가을 단풍철이면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의 자태처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가파른 암릉이 끝나고 잠시 숲이 이어진다. 숲의 끝으로 가파른 목조계단이 나온다. 목조계단 깔딱고개를 오르면 제봉에 오르게 되고, 제봉부터 영봉까지는 비교적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암릉산행을 하여야 한다. 언제 어느 곳에 눈을 두어도 수려한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한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도락은 그 어느 곳에 서 있어도 선경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좋다. 참으로 좋다'라는 감탄사를 저절로 흘리게끔 한다.
도락산과 제봉은 각각 0.8km, 채운봉은 0.3km 거리. 다시 조그만 봉우리를 넘으면 쇠줄과 철게단, 통나무계단길이 뒤섞여 나타나고, 그 길이 끝나면 도락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신선봉이다. 신선봉은 커다란 마당바위에 가깝다. 이곳에 서면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민왕이 이성계에게 쫓겨 평민으로 가장해 머물렀다는 궁터골이 눈 아래 가깝게 보인다.
<채운봉>
<채운봉.검봉>
<신선봉 오름길>
<신선봉>
영봉 갈림길에서 신선봉으로 오른다. 노송이 어우러진 가파른 암릉길을 철계단과 목조계단을 번갈아 올라야 한다. 거대한 암봉인 시선봉에 오르면 암반 위에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신기한 바위연못이 있다. 사방 1m쯤 되는 작은 돌 웅덩이에는 물이 고여 있고 하늘 풍경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연못은 숫처녀가 물을 퍼내면 금방 소나기가 솓아져 다시 물을 채운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연못속에서 무당개구리 수십 마리가 무리지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외출을 하였는지 개구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신선봉에 서면 서쪽으로 문수봉(1,161.5m)과 대미산(1,115m)으로 이어지는 월악산 국립공원의 주능선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남으로는 황장산, 남동으로 수리봉과 신선봉, 선미봉이 지척에 보이고 동으로 황정산과 올산을 지나 소백산이 아득하게 보인다. 서쪽 산자락 아래로 밭가랑이 자리잡고 분지에 터를 잡은 안산안마을이 그림 같다. 안산안마을로 올라가는 하얀색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구불구불 산을 넘을 듯 아스라히 이어진다.
암릉과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 신선봉에서 10여분이면 도락산 정상에 서게 된다. 숨막히는 절경들을 보여주던 도락의 선경들은 정상에서는 볼 수가 없다. 정상은 전형적인 육봉의 모습으로 주변에는 잡목들이 우거져 있다. 정상엔 단양군에서 세운 표지석 옆엔 표고점이 설치되어 있으나, 산객들의 정상정복기념촬영으로 자리를 내기가 어렵다. 이곳에서 떡과 과일로 점심을 대신하여 요기를 한다. 정상에서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채운봉으러 향한다. 채운봉 가는 능선은 2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구간이지만 그 풍광의 수려함은 결코 가볍지 않다.
<도락산 정상>
<신선봉 바위슬랩>
<영봉>
<상선암>
<검봉>
채운봉에서 검봉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른 철계단과 암릉길을 내려왔다 다시 올라야 한다. 중간쯤에서 뒤돌아보면 상선암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저리도 아름다운 바윗길임을 발견할 수 있다. 기묘한 형상의 암봉들로 합천의 매화산이나 설악의 어느 능선을 보는 듯하다. 채운봉 정상에서도 아름다운 암릉은 계속 이어진다. 도봉산이나 북한산에 비해도 그 아름다움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내려서는 길도 군데군데 철계단과 쇠줄이 매어져 있다.
철계단을 타고 채운봉을 내려와 검봉으로 다시 오르는 곳에 흔들바위가 있다. 넓은 너럭바위를 돌아가며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그 모서리에 큰 바위 하나가 굴러 떨어질 듯 얹혀 있다. 이 바위는 혼자서 흔들어도 쉽게 흔들려 흔들바위라고 부른다. 그러나 안내판이 없어 대부분은 이를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너럭바위 가운데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30명은 충분히 앉아 쉴만한 공간이다. 뒤돌아보면 채운봉에서 뻗어 내려간 능선에도 바위들이 삐죽삐죽 아름답게 솟아 있어 이 산이 간직한 풍광이 범상치 않음을 자랑하고 있다.
<흔들바위>
<제봉.영봉.채운봉>
흔들바위에서 조금 더 오르면 길은 둘로 나뉜다. 곧장 능선을 치고 검봉(825m)을 오르는 길이 있지만, 대부분은 검봉으로 오르지 않고 산허리를 따라 돌아간다. 다시 15분쯤 가면 범바위 아래로 거대한 바위벽이 앞을 가로막는데 도락산의 자랑거리인 큰선바위다. 주변의 커다란 나무보다 배나 더 높이 솟았다. 큰선바위 아래로 작은 선바위가 있다. 선바위에서 상선암까지는 1km쯤 걸으면 된다. 그러나 이곳부터는 등산로가 부드러워 거의 하산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큰선바위.범바위>
<큰선바위>
<큰선바위측면.선바위>
선바위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계곡이 나오고 철다리가 놓여 있다. 계곡은 수량은 적지만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이곳에서 흐른땀을 씻어내고 상선암으로 향한다. 젊은이들이 족구를 하느라 시끌한 팬션을 지나 몇채의 산골농가를 지나면 들머리인 주차장에 다다른다. 시간은 평소보다 많이 걸렸지만 가족과 함께 한 널널한 산행으로 즐거움이 배가 된 것 같다. 산행을 하기 좋은 계절, 하산길에 만난 활짝핀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샛노란 꽃을 피워 봄이라 말하고 있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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