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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와 암봉, 계곡과 호수의 <명성산>

바위산(遊山) 2010. 10. 10. 10:19

 

언   제 : 2010년 10월 4일(토) 

날   씨 : 비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명성산과 산정호수

시   간 : 4시간

가을이 완연하다. 단풍은 아직 이르지만, 만개는 아니더라도 억새꽃은 피어 났을 것 같다. 억새산이라~ 퍼뜩 먼곳에 있는 명성산이 떠오른다. 가까이서 아니 오른 산을 찾기도 어렵고 늘 주말이면 산으로 향하면서도 '오늘은 어느 산으로 갈까?' 하는 고민은 영원한 숙제꺼리가 되었다. 포천과 철원을 경계로 하는 명성산은 제천에서는 먼거리다. 산정호수 집단시설지구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다 되었다. 밥을 먹고 오르자는 마눌과 밥을 먹고 오르면 발걸음이 무거우니, 올라서 먹자는 나와의 사소한 분쟁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KBS2에서 저녁시간에 방송하는 '생생정보통'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을풍경을 취재하러 나온 모양이다. 

이 사람들 몇번이나 멘트도 설정해주며 인텨뷰 장면을 촬영했는데, 월요일 저녁 방송을 보니, 방송분량은 겨우 1초간으로 '어데서 오셨습니까' '제천에서 왔습니다'가 다다. 산행코스는 책바위 암릉으로 택한다. 산은 그래도 암봉을 타야 스릴이 있다. 들머리에 있는 '나인폭포'에서 책바위 암릉지대로 오른다. 초장부터 후드득 거리는 빗방울이 깨름직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산행을 시작한다. 통나무계단과 밧줄이 달려 있는 가파른 숲길을 오르다보면  앞으로 암봉이 우뚝 서 있고, 암봉 아래로 위험구간 표지판과 이정표가 서있다. 

명성산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영북면과 철원군  갈말읍에 걸쳐 있다. 가을철이면 억새산행 대상지로 유명한 산이다.  수도권 억새 감상 1번지로 꼽히는 명성산(鳴聲山, 922.6m)은 서울에서 동북으로 84km, 운천에서 약 7km 거리에 위치하며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겨울 산행으로도 각광받는 곳이며, 산행을 하지 않는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주차장은 이미 만원으로 주차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명성산은 태봉국을 세운 궁예의 애환이 깃든 전설이 있다. 망국의 슬품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하는 설과 왕건의 신하에게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이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는 설과,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입산할 때에 산이 슬피 울었다고 하여 울음산으로 불리우다 울"명(鳴)"자 소리"성(聲)"자를 써서 명성산으로 불리우게 되었다는 설이다. 이 산의 산세는 풍수지리상 소가 누워 있는 와우형이라 한다. 이는 청주에 있는 와우산(우암산)의 뜻과도 같다. 주능선 동쪽 수십만 평 넓이에 펼쳐지는 억새 군락이 있으며, 본래 울창한 수림지대였으나, 억새군락으로 변한 것은 6.25 전쟁 때 피아간에 격전을 치루면서 울창했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억새가 자라기 시작했다고 한다.   

명성산 등산은 등룡폭포계곡 코스와 자인사 - 삼각봉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자인사 코스는 급경사로 인하여 해빙기에는 미끄럼과 낙석사고가 빈번하다. 요즘에는 등룡폭포 못미처인 비선폭포 아래에서 왼쪽 암릉을 타고 오르는 책바위 코스가 인기 있다. 시원한 암반과 암벽에 매달린 노송의 어우러짐이 아름답고 오르다 되돌아 보는 조망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산정호수>

 

 

책바위코스는 위험구간에 대부분 철계단을 설치하여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다 보면 다리힘을 조금 써야한다. 산에 오르는 것은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다.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나가야 할길을 미리 생각하며, 인내하고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산행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철계단이 끝나고 나면 모난 바윗돌이 널려 있고 밧줄이 늘어서 있는 가파른 너덜길을 올라야 한다. 너덜길이 끝나고 나면 주능선 안부에 다다른다. 주능선의 동쪽은 등산로가 없고 주능선 서쪽으로 오르면 아래로 팔각정과 함께 너른 억새밭과 삼각봉이 올려다 보인다. 능선에는 빗방울이 잦아 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주능선에서 바라본 암벽>

 

 

 <산정호수>

주능선에서도 산정호수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30여년전 이 곳 북방 철원지역을 지키는 6사단 수색대에서 비무장지대 수색, 매복으로 힘든 군생활을 하며, 사단휴양지로 지정되어 있는 산정호수에 포상휴가를 가는 것이 사병들의 소원이었는데. 불행히도 나는 복무성적이 좋지 않았는지, 상복이 없었는지, 이곳에 휴양휴가 한 번 못오고 전역을 하고 말았고, 늘 아련한 동경같은 곳으로 남아 있던 곳인데, 30여년 만에 이곳을 찾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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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과 삼각봉>

 

 

 

 

 

 <세상에 하나뿐인 울마눌~요렇게 쓰면 내일 반찬이 틀려진다.>

 

 

명성산은 군부대 사격장을 끼고 있는 산으로 곳곳에서 더 이상 접근금지 표지판을 볼 수가 있다. 산의 북쪽 아래로 군 훈련장이 내려다 보이고 삼각봉에서 명성산 주봉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사격으로 인하여 벌것게 흙이 드러난 산판이 내려다 보인다. 팔각정 옆으로 1년후에 받는 편지함과 명성산 표지석이 서있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 들머리에서 사들고 온 김밥과 계란으로 팔각정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삼각봉으로 오른다.

 

 

 

이미 산객들은 대부분 하산을 하고 '생생정보통' 스탭들이 이곳까지 올라와 촬영을 하는데, 비로 인하여 고생도 많고,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스텝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시청자들에게 잠시의 줄거움을 주기 위하여 젊은 스탭들이 왼종일 많은 고생을 하는 것 같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소쩍새는 밤마다 그렇게 울었나 보다' 라는 서정주님의 싯귀처럼 인생이 원래 그런거 아니겠습니껴~  

 

 

 <삼각봉 바위사이에 핀 야생화>

 

 

 

<삼각봉에서 주봉으로 향하는 궁예능선길>

 

삼각봉으로 오르던 중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진고 바람도 불어온다. 우의를 입고 삼각봉에 오른 뒤에 마누라는 팔각정으로 돌아가 비를 피하라하고 혼자서 궁예능선을 따라 명성산으로 향한다. 아직은 만개하지 않은 억새가 늘어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걷는다. 비와 바람으로 능선을 따라 걷는 발길이 빨라진다. 판쵸의 입은 몸은 괜찮으나, 비와 바람으로 인하여 손이 시립다. 궁예능선을 끝으로 명성산 안부를 못미쳐 팔각정으로 되돌아 온다. 이곳에서 등룡폭포쪽으로 하산을 한다.  

 

 

 

 

 

 

 

 

 

 

 

 

억새군락이 끝나고 쉼터를 지나면 계곡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수목으로 울창하다. 계곡은 작은폭포나 와폭이 늘어서 있어 아름답고 물소리가 시끄럽다. 그칠줄 모르는 빗줄기를 맞으며 걷는 길엔 단풍나무가 많아 단풍철에 이길을 걷는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계곡을 타고 하산하다보면 등룡폭포가 나온다. 등룡이라면 용이 승천하였다는 뜻인 것 같다. 등룡폭포에서 잠시 내려서면 비선폭포를 지나 들머리인 나인폭포에 다다르며, 산행을 마친다. 

 

 

 

 <등룡폭포전망대>

 

 

<등룡폭포>

 

 

 <지압길>

 

 

 

 <비선폭포>

하산하여 산정호숫가의 조각공원등을 둘러보고 집단시설지구에서 반주 한잔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를 찾는다. 주말의 호텔요금 11만원, 모텔 7~9만원, 민박 4만원 정도한다. 마누라와의 동행을 당연 민박으로 정하고 하루밤을 묵는다. 쏟아지는 빗소리와 함께 한팀의 행락객들이 이웃한 가든에 자리잡고 밤이 늦도록 시끌하게 합창을 해대고 있다. 젊은 학생들도 단체로 많이 온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사고력이 떨어지고 염치가 바닥나 삼강오륜을 등한시 하는 젊은 이들에게 눈총을 받기 쉽다. 나이들면 모범은 못 보여도 염치라도 챙기고 살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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