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소백의 도솔봉, 묘적봉 철쭉산행

바위산(遊山) 2010. 6. 1. 00:56

언     제 : 2010년 05월 29일(토)

날     씨 : 맑음

동     행 : 옆지기

산행시간 :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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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산판을 뒤덮은 연록의 푸르름은 화창한 양광을 받아 싱그러움의 절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산행을 하기 좋은 계절인 봄을 보내면서도 어찌하다 보니, 여행이나 작은산에 오르긴 했지만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못하고 보냈다. 소백엔 철쭉이 피었을텐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여러번 오른 소백이지만 주로 비로봉이나 연화봉을 택하고 국망봉이나 도솔봉을 등한시 하였다. 잔일을 하다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일주일간 물리치료를 받고도 아직도 통증이 가시지 않은 불편한 몸을 끌고 도솔봉을 찾아 간다. 

도솔봉 은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죽령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도솔봉에 오른뒤 원점회귀를 하거나 사동리로 하산을 하지만, 자차를 이용하는 우리는 원점회귀산행에 좋은 사동리를 택하였다. 사동리에 들어서면 계곡을 따라 사동유원지가 있고 주차장과 화장실  건너편으로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는 공터와 휴게시설이 있다. 계곡을 따라 콘크리트 포도를 타고 오르면 계곡을 가로 지르는 시멘트다리가 나오고 삼거리가 나온다.

 

 

 

그러나 계곡을 따라 갈내골로 오르는 길은 등산객들의 안전과 자연보호를 위하여 출입금지 구역으로 막아 놓았다. 임도를 타고 조금 오르면 왼쪽으로 묘적령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등산로는 계속하여 계곡을 타고 오르게 된다. 계곡은 작은 폭포와 와폭들이 늘어서 있어 계곡물 소리가 시끄럽고 가끔씩 짝짓기 철을 맞이한 새소리가 교성처럼 간드러지게 들려온다. 인기척하나 없는 산속은 물소리, 새소리뿐 심산유곡의 정취를 그대로 맛 볼 수 있고, 시끄럽게 흘러 내리는 계곡수는 청산옥수(靑山玉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맑게 흐른다.

  

도솔봉(1,342m)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영주시 풍기읍을 경계로 백두대간 주능선에 위치한다. 죽령을 중심으로 소백산국립공원에서도 남쪽에 자리잡은 호젓한 봉우리로 소백산 일대의 육중하고 부드러운 육산을 이루고 있는 다른 봉우리들과는 달리 정상부에 암산을 이루고 있으며, 북동 방향으로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과 마주하고, 남쪽으로 묘적봉(1,148m)과 솔봉, 저수재로 능선이 이어지며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오늘은 허리도 안좋아  속도를 늦추어 여유롭게 오른다. 계곡을 따라 50분쯤 오르면 임도가 나오고 작은 벤취가 놓여 있다. 임도에서 다시 등산로로 접어들어 목조다리를 지나, 잠시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묘적령(1,019.8m)에 오르게 된다. 묘적령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묘적봉으로 향한다. 묘적령에서 묘적봉까지는 0.7km로 25분 정도 소요된다. 느지막히 출발한 바람에 벌써 2시가 넘었다. 묘적령을 못미쳐 점심을 먹고는 묘적봉에 오른다. 묘적봉에 오르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연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한체 장쾌하게 늘어서 있고, 아래로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사동리가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참으로 가슴이 시원할 정도로 좋은 풍경이다. 이곳에 도솔봉 1.9km, 죽령 8.1km, 묘적령 0.7km, 사동리 4.4km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있다.

  

 

 

묘적령에서 도솔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철쭉군락지가 있다. 신갈나무 아래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키다리 철쭉은 소백의 철쭉이 그렇듯, 황매산이나 바래봉의 철쭉처럼 다복하고 진하지 않은 연분홍색으로 화사한 멋은 없지만 키큰 산골새악시처럼 은은하고 청초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러한 철쭉군락은 어느 한 곳에 밀집되지 않고 듬성듬성 능선을 따라 계속 늘어 서 있다.

    

 

 

<도솔봉>

 

 <풍기읍>

 

 

비보가 날라왔다.

가까운 지인이 힘든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 삶을 정리한 것 같다. 어렵고도 힘든 삶을 잘도 극복하고 씩씩하게 사시던 분인데, 그럴리가 없는데, 하는 의구심과 함께 슬픔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울마눌도 눈시울이 붉어 지고 만다.

살아가며 힘겨운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

 

행복을 위해서는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나가고, 내가 행복해지면,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 진다고 하였고,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그 행복을 나누어 주면 내가 스스로 행복해 진다고 하였는데....

그 분은 인내하고 베풀어 행복만 주고 말았으니, 행복바이러스는 일방적 감염으로 끝나고, 돌려 받지는 못한 것 같다. 부디, 다음 생(生) 만큼은 저 꽃들처럼 화사하고 행복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솔봉(1,103m)능선>

 

 

 

 

 

 

 <흰봉산>

 

 <소백산 연화봉>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늘어서 있는 철쭉군락이 끝나고 산상은 점차 바위산으로 바뀐다. 거대한 암봉을 철계단을 타고 오르면 북으로 도솔봉이 오똑하고 동으로 풍기읍이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암봉을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치고 오르면 헬기장에 오르게 된다. 헬기장에는 충청북도에서 세운 충북의 전형모델인 직사각형 정상표지석이 서 있고 지척에 암봉이 하나 서 있다. 이곳에서 한팀의 산객이 오수를 즐기고 있다.

  

휴식하는 사람수에 비하여 배낭수가 많은 것을 보니, 일부는 배낭을 두고 묘적령을 다녀오고, 나머지는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나도 헬기장에 배낭을 벗어 놓고 지척에 있는 암봉으로 오른다. 암봉으로 오르는 길은 산객들의 발길에 위하여 많이 훼손되어 있어서 얼키설키 줄을 쳐놓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조금은 위험한 암봉을 기어 오르면 이곳에도 도솔봉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경상북도의 표지석이다. 도솔봉에 오르면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북으로 삼형제봉을 지나 흰봉산으로 뻗어 나가는 능선은 장쾌하다 못해 위압감마져 가져오고, 북서로 소백의 주능선이 장엄하게 앞을 가로 막고 서 있다.    

도솔봉에서 다시 묘적령으로 향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꽤나 또렷한 등산로가 나온다. 이곳이 갈내골로 향하는 길이다. 그러나 얼마 내려오지 않았는데 등산로는 희미해지고 길을 찾기가 어렵다. 잡목이 우거진 너덜길을 걷기 좋은 곳을 찾아 내려오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체력도 소모된다. 한참을 내려서자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계곡에도 등산로는 없다. 이곳은 오래전에 정규 탐방로 였으나 계곡이 수마에 의하여 유실되고 등산로도 대부분 유실되어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등산객들의 안전과 자연복구를 위하여 출입금지구역으로 막아 놓았다. 군데군데 유실된 계곡에는 커다란 바위돌이 들어차 있고 와폭이 늘어서 있다. 갈내골은 맑은 계곡물과 함께 암반위에는 정규 등산로때 설치했던 밧줄기둥을 뽑아낸 구멍만이 예전에 등산로 였음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등산로 없는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고행의 길이다. 차리리 등산때 이곳으로 올랐다면 좋았을 것이다. 위험구간은 항상 하산길에 애를 먹인다. 

어쩌다 나타나는 삭아버린 리본을 따라 낙엽이 푹푹 빠지는 두개의 지능선과 지계곡을 건너서 갈내골 주계곡으로 들어선다. 주계곡도 유실되어 등산로를 찾기는 어렵고 여전히 걷기는 불편하나, 유실되지 않은 구간은 나름대로 등산로가 뚜렸하다. 수려한 갈내골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해는 서산에 지고 산속은 어둑어둑 땅거미가 몰려온다. 모처럼 산행을 하는 울마눌님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다리도 아프다 하는데, 좀처럼 날머리가 나오지 않는다. 계곡에서 잠시 쉬었다가 계곡의  오른쪽으로 잘 발달된 숲길이 나타나고 한결 걷기가 편해진다. 산행을 시작한 날머리에 도착하니 7시간을 소요하고 산행을 마친다. 도솔봉은 소백의 비로봉과 연화봉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산이지만 소백의 어느 주봉보다도 좋은 산이다. 능선에서 핏줄처럼 뻗어 내리는 맑고 깨끗한 계곡도 좋고, 주능선의 장쾌하고 부드러운 능선과 암봉이 어우러진 모습은 소백의 연봉들 중에서도 그 으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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