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곡 소금강>
산 행 일 : 2010년 6월 19일(토)
누 구 와 : 창민산악회 7명
날 씨 : 흐림
소요시간 : 3시간 30분
날씨가 더워지고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그래서인지 산행신청자가 부쩍 줄어 들어 7명의 조촐한 인원이 괴산 명산 칠보산을 찾아 간다. 쌍곡계곡으로 들어서서 군자산 아래에 있는 소금강을 잠시 둘러보고, 떡바위 앞에 주차를 하고, 목조다리를 건너 지계곡으로 들어선다. 이른 시간이다보니 산은 조용하고 산객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잔뜩 흐린날씨와 함께 산속은 햇살도 없고 기온도 높지 않아 산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그러나 장마철의 다습함과 전날밤의 과음으로 속도 불편하고 비지땀이 줄줄 흐른다. 웬수 같은 술이 저녁만 되면 슬슬 땡기기 시작해서 술술 잘도 넘어 가다가 얼큰해지면 한 병 더를 반복하는 고질적인 술버릇이 문제다.
수량이 별로 없는 지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지계곡 암반을 건너게 된다. 계속 오르다 보면 집채바위 앞으로 목조테크가 설치되어 있다. 목조테크를 지나 건폭을 지나면 울창한 숲으로 접어든다. 이쯤에서 빗방울이 후드득 거린다. 그러나 빗방울도 잠시뿐, 하늘은 잔뜩 흐려 있으나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울창한 숲 아래로 바위들이 널려 있는 등산로는 부드러워 걷기가 좋다.
칠보산은 충북 괴산군 장연면과 칠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778m의 산으로 보배산과 인접해 함께 등반하기에 좋은 산이다. 쌍곡계곡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으로 군자산이 있어 괴산명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도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칠보산의 아름다움은 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암릉에 있다 할 수 있다. 칠보는 불교의 무량수경이나 법화경에 나오는 일곱가지 보배인 금, 은, 파리, 마노, 기거, 유리, 산호를 뜻한다 칠보산은 아름다운 암릉과 우거진 노송숲은 암릉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킬 뿐더러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또한 칠보산은 송이버섯 산지로 유명하다. 송이버섯 불법 채취를 막기 위해 감시초소까지 생겨났을 정도이며, 청석골 골짜기의 각연사로 유명세를 더한다.
<안장바위>
<보배산>
완만하던 등산로는 잠시 가파르게 목조계단을 타고 올라 청석재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북으로 향하면 보배산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보배산 방향은 '탐방로 아님, 출입금' 표지판과 함께 밧줄이 쳐저 있다. 이곳에 말안장을 닮은 안장바위가 있다. 안장바위에 올라서면 북서로 괴산의 진산인 군자산이 구름에 가려 있고, 북으로 보개산을 지나, 보배산이 우뚝하고, 동쪽 아래로 아스라이 각연사가 내려다 보인다. 각연사는 신라때 창건한 고찰로 보물 제433호인 석조비로사나불좌상을 비롯, 통일대사탑비 등 귀중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명찰이다.
이쯤에야 속도 풀리고 몸도 풀리는 것 같다. 산은 언제 어느 곳에 올라도 좋다. 산의 수려함도 좋지만 문명의 이기와 그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동화하고 순화함이 더욱 좋은 것 같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산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산과 같이 한다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 예전에는 더 많은 산을 더 높은 산을 정복해 보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산은 우리가 정복해야 할 대상도 아니고 정복 당하지도 않는다. 산은 늘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데, 사람들의 오만함이 잠시 착각을 불러 오게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산에 오른다는 '등산'이라는 표현보다는 산으로 간다는 '산행'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누군가 산을 오르는 것은 인생과도 같다고 하였는데, 우리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악을 쓰고 정상만을 고집하지 말고, 산과 어우러지고 산을 느끼고, 배우고, 즐기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안장바위에서 길게 밧줄을 잡고 슬랩지구를 올라서서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쉰다. 이곳에서 조금만 오르면 칠보산 정상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쪽 아래로 펼쳐지는 각연사와 청석골을 비롯하여, 동북쪽의 덕가산, 희양산, 서북쪽의 쌍곡계곡과 군자산의 조망으로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선명하지 않으나,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은 과연 일품이다. 북으로는 보배산 너머로 박달산이 보이고,
동으로는 깊게 패어내린 서당골 위로 시루봉과 악휘봉이 마주보인다. 악휘봉 오른쪽으로는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만리장성처럼 장막을 치고 있고, 멀리로 희양산과 백화산이 아련하게 바라보인다. 남으로는 장성봉에서 오른쪽으로 달아나는 능선상의 막장봉, 저수리재, 남군자산 줄기 너머로 대야산, 중대봉이 보이고, 더 멀리로는 백악산을 비롯해서 날씨가 좋은 날은 톱날처럼 날카롭게 하늘금을 만든 속리산 서북능선까지도 보인다.
이른 시간인데도 우리가 올라온 길로 한팀의 산객들이 왁짜지껄 올라 온다. 정상에서 동릉을 타고 내려가면 절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이길은 조금 지루하나 쌍곡계곡의 수려함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절골쪽으로 계단을 타고 잠시 내려서면 거북바위와 개머리바위가 나온다. 개머리바위에는 사람들이 자갈을 집어 넣어 이빨처럼 보인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서릉을 타고 구봉능선으로 향한다. 구봉능선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벌금 50만원' '위험 출입금지' 표지와 함께 밧줄이 둘러처 있다. 그러나 칠보산의 바위와 송림이 어우러진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려면 구봉능선을 빼 놓을 수가 없다.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 정상의 암봉을 내려와 걷다보면 곳곳에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있다.
<거북바위>
암봉을 돌아 크레바스 구간을 지나면 전망대가 나온다. 오늘은 일찍 오기도 하였지만 산행거리가 길지 않아 이곳에서 잠시 쉬며 여유를 부린다. 전망바위에 서면 북으로 제수리재에서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막장봉서릉이 길게 이어지고 능선의 뒤로는 대야산과 둔덕산이 오똑하게 보인다. 대야산도 수려하고 둔덕산 마귀할미 퉁시바위도 좋지만 제수리재에서 창자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는 막장봉 서릉을 타고 장성봉까지 걷든지, 좀더 길게 애기암봉까지 타고 가는 길은 기암과 암릉지대를 걷는 아기자기함이 아주 좋은 곳이다.
<구봉능선>
바위능선에서 안부의 울창한 숲으로 내려섰다가 두개의 커다란 암봉을 올랐다가 다시 돌아 내려선다. 능선엔 붉은 빛을 띠는 적송과 바위가 어우러저 좋으나 정규탐방로가 아니다 보니 등산로가 희미하고 위험구간에 보조시설이 전혀 없다. 암반슬랩지대에서 잠시 쉬고 밧줄이 없는 슬랩지구를 버벅대며 내려선다. 권여사님은 맨뒤에서 공포에 질려 움직이질 못하고, 이까짓꺼하는 이여사님은 미끄러져서 어~어라....ㅎㅎ
암반슬랩을 내려서면 울창한 숲으로 들어선다. 이곳에는 단풍나무가 많아 단풍철에 이 길을 걷는다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구봉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보이지 않고 계속 아래로 향한다. 희미한 숲길을 내려오다 보니, 구봉능선이 아닌 주등산로와 이어진다. 젠장, 구봉능선에서 몇개의 봉우리를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잘해야 맛보기도 못한 것 같다....ㅠㅠ, 산행을 마치고 날머리 암반에 자리 잡고 반주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멀리서 오신분들은 그제야 줄지어 산을 오른다. 산행시간은 3.5시간으로 구봉능선을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칠보산은 부드러운 산새와 함께 쌍곡계곡을 끼고 있어 요즘들어 여름산행지로 사랑 받고 있는 산이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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