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0년 05월 16일(일)
날 씨 : 맑음
누구와 : 마누라
어느곳 : 제천의 송학산과 강천사에 다녀오다.
어제는 아미산 산행을 마치고 주당 체면 무너지게스리 뒤풀이 술도 안 마시고 일찍 귀가하였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고딩친구들이 모여 은사님을 모시고 회식자리를 마련한다고 하여 청주로 가볼까 해서다. 그러나 막상 샤워를 하고나니 피로감도 있고, 멀리 청주까지 다녀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계획을 취소하고 푹 쉬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는 화창하고 어제 산행강도가 조금 약했는지, 콧바람 든 아낙네처럼 밖으로 나가고 싶다. TV를 벗삼고 있는 마누라를 산나물 뜯으러 송학산 가자며 꼬셔서 송학산으로 향한다.
<월명사>
송학역에서 영월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시곡천에 걸쳐진 칠종교를 건너면 시곡리 마을이다. '태고종 월명사 300m'라 쓰인 나무 간판 삼거리에서 차를 타고 월명사에 올라 산행을 해볼까 하였으나, 중간에 도로공사로 길이 막혀 있다. 월명사(月明寺)는 1929년 무렵, 송학면의 부자였던 이원성 처사가 별세하면서 자신의 별장을 사찰로 쓰게 유언을 남기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강천사의 이대휘스님을 비롯해 여러 스님들이 머물렀지만, 현재의 주지스님인 법해(法海)스님이 23년 동안 가꾸어 오늘날 가람을 이룩하였다고 한다. 월명사에 들어서면 수령 150년으로 추정되는 노송이 팔을 벌려 중생을 반기고, 뜰아래의 연못에는 해수관음이 세워져 있다. 단아하게 정돈된 경내에는 대웅전, 삼성각, 범종각 등의 건물들이 있으며, 대웅전에 올라서면 시원스레 산 아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다시 차를 돌려 내려와 강천사를 찾아 간다. 강천사가 송학산(819m)의 거의 산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엔진에서 단내가 풀풀 날 정도로 가파르게 구불구불 올라야 한다. 강천사에 오르면 앞으로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강천사 바로 아래에는 소악사지라는 절터가 있다. 이 절터에는 신라시대에 조성된 삼층석탑과 돌확, 기와편들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조선시대까지 사찰이 유지 되었으나, 언제인가 절은 폐허가 되었고,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45년 7월 15일 노로당(老老堂) 이대휘(李大徽)선사가 옛 절 터 위에 초막을 짓고 불상을 모시면서 강천사를 창건하고. 1947년에 관음전을 지었는데, 이 자리는 흔히 충청북도, 강원도 지역의 삼대사찰로 꼽히는 강원도 영월 법흥사(法興寺), 정선 정암사(淨巖寺),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浮石寺)의 중간 지점에 해당되는 명당터라고 한다. 이후 절은 인근의 불자들에게 점차 알려지면서 발전하여, 1981년에는 도로와 전기를 가설했고, 1989년에는 신도가 다함께 공부하고 기도할 수 있는 다용도 건물로서 3층으로 된 설법보전을 지었다. 1990년에는 대광명전을 지어 삼신불을 봉안하고, 범종각을 지어 범종과 법고를 조성하였고, 이어 1991년에는 독성전을 건립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나, 2009년 1월 8일 관음전 보일러 과열로 화재가 발생하여 관음전 150㎡가 모두 전소되어 현재 다시 증건하고 있다.
<강천사 대웅전>
강천사에는 호랑이일화가 있다. 사람들에게 큰스님은 호랑이를 타고 다닌 도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송학산 강천사 주변에 수많은 멧돼지와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 한다. 한번은 큰 호랑이가 사냥꾼들이 설치해둔 덫에 걸려서 다 죽어가는 것을 큰스님께서 풀어 주셨다 한다. 그런데 그 이후 부터는 밤마다 큰스님 정진하시는 바위앞에 와서 큰스님을 옹호하였다 한다. 그 당시는 큰스님께서 바위밑에 낙옆을 깔고 앞은 나무와 잎으로 가려서 더우나 추우나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한결같이 않아서 장좌불와로 용맹정진 하실때다 호랑이가 큰스님을 지켜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강천사에서의 범종각 위로 계단길을 올라 산길로 접어들면 곧 주능선에 도달하고 오른쪽 능선길을 올라가면 산불초소가 자리한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제천시에서 세워 놓은 정상표지석이 있고 삼각점이 있다. 정상부위의 수목은 제거하였지만 키큰 수목으로 하여금 여전히 조망은 되지 않는다.
송학산(819m)은 충북 제천시 송학면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의 경계를 이룬 산이다. 제천에서 영월로 향한 38번 국도에서 왼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송학산은 의젓한 산세의 송림으로 뒤덮힌산이다. 송학산 산행의 들머리는 송학역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시곡리가 좋다. 용두산을 연계하는 산행도 좋고 포전이나 입석에서 오를 수도 있다. 산객들에게 그리 인기 있는 산이 아니나, 송림이 가득한 숲길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산이다.
정상에서 다시 강천사로 내려와 석가탄신일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간소하나마 연등을 하나 달고 대웅전에 예배하고 내려온다. 하산도중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는데, 꽃은 이미 시들어 가고 있고 새순이 돋는 모습이 천연기념물인 '미선나무' 같아서 사진에 담아 왔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일부지역에만 서식하는 미선나무가 확실한지는 더 알아 보아야 할 것 같으나, 송학산 7부 능선에 소규모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학술적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아시는 분은 조언을~)
강천사를 내려와 폐채석장에 들렀다. 송학산에는 질좋은 화강석 생산지로 8개나 되는 채석장이 있었다. 대부분 폐쇄가 되고 복구를 하였으나, 송림이 우거진 산판에 아카시아나 싸리나무로 복구를 한 것을 보니, 영 아니 듯 싶다. 채석장터는 돌을 캐어낸 자리가 거대한 암벽과 협곡을 만들어 놓아 장관이다. 이곳에 제주 강씨의 가족납골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까이에 코뿔소 등의 화석이 발견된 원시시대의 주거지인 3층 자연석굴인 선사시대 유적지 '점말동굴'이 있으니, 같이 둘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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