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횡성온천과 횡성호가 조망지, 횡성의 어답산 겨울산행
여행기간
2010년 01월 02일(토)
나의 평가
<산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이하(李夏)-
비킬 뿐! 산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낮은 데로 낮추어 소리도 묻어나지 않게 앞은 앉고 뒤는 서고
크면 큰 대로 빛깔을 던다.
언젠가 강이 지나칠 무렵 한자락씩 거두어 길을 내고는
은밀한 강바닥으로 무릎을 맞대어,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산은 산을 밀어 내지 않는다.
무성한 제 그림자를 강물에 담글 때면 건넛산이 잠길때를 비워둔다.
때론 겹친 어깨가 부딧힐 때도 조금씩 비켜 앉을 뿐
산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산은 낮으나 높으나, 수려하거나 그렇치 않거나, 늘 자기 자리에서 남을 가리지도 않고 남의 것을 탐내지도 않는다. 사람도 늘 산처럼 자기 자리에서 자기를 지키고 탐욕으로 남을 가리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지독한 감기 그리고 혹한으로 해돋이 산행계획은 무의로 그치고, 새해의 첫날은 사우나와 병원을 한 번 둘러 보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부부는 오래 살면 닮아 간다더니, 닮을 것을 닮아야지, 덩달아 감기로 골골대는 마누리의 증세는 나 보다 심한 것 같다. 오늘은 날씨도 조금 풀린 듯하고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다. 해마다 눈이 내리면 찾아 갔던 소백산의 설경이 보고 싶다. 죽령에서 연화봉으로 올라 보고 싶은데, 눈이 계속 내리는 죽령고개를 차가 올라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기도 떨굴겸, 온천도 할겸 어답산을 찾아 간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어답산은 높이가 786.4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태기왕이 신라 박혁거세에게 쫒겨 횡성과 평창을 잇는 태기산을 거쳐 이 곳으로 피해 왔는데, 왕이 밟은 산이라 하여 어답산(御踏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나, 그리 유명세도 없고 울병원 J과장의 말로는 별로 볼 것이 없다해서 차일피일 답사를 미루던 산이다.
연휴라지만 중앙고속도로는 항상 그렇듯이 별로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눈은 계속 내리고 제설차량은 열심히 염화칼슘을 뿌려대고 있다. 곳곳에 교통사고 흔적이 있고, 몇대의 차량은 파손되어 견인을 기다리고 있다. 어답산 들머리인 횡성온천에 다다르니 벌써 12시. 점심을 먹고 오르기엔 너무 늦을 것 같아 곧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온천장 왼쪽 들머리의 통나무계단을 타고 눈이 제법이나 쌓인 아무도 밟지 않은 등산로를 타고 오른다. 눈도 계속 내리고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쌓여서인지 두팀의 부부산객이 뒤따라 오더니. 산행을 포기하고 되돌아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산행의 초입은 잡목이 우거진 보통의 야산처럼 밋밋한 풍경으로 실망스럽다. 그러나 조금 오르면 아름드리 노송들이 보이고 나름데로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 쌓인 가파른 능선길은 걷기가 힘들다. 능선의 끝으로 첫번째 바위지대가 나온다. 이곳에 가장 큰바위가 선바위다. 높이 15m쯤 되는 바위로 밧줄도 사다리도 없는 바위틈으로 산객들이 기어 오른 흔적이 있으나, 눈덮힌 바위를 맨손으로 오르기에는 무리다.
선바위 앞으로 두개의 벤취가 있고 이정표가 있다. 꽤나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이정표를 보면 절반도 오르지 못 한 것 갔다. 선바위에서 조금 더 전진하면 동막골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된다. 어답산은 예전에는 주로 동막골에서 올랐지만 횡성온천이 생기고 부터는 산행과 온천을 겸할 겸 온천에서 주로 오른다. 산이 높지 않으니, 이곳부터는 산의 상단부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능선길로 체력의 소모는 훨씬 줄어 들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
아름드리 참나무와 송림이 우거진 능선을 걷다 보면 꽤나 긴 암릉길을 만난다. 양쪽으로 벼랑을 이루고 있어 로프가 늘어서 있다. 눈과 바위와 아이젠은 그리 조화로운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암릉길에는 아이젠이 눈속에서 돌출된 바위에 걸려 가끔씩 버벅데게 한다. 암릉을 지나면 또 다시 거목이 늘어선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여야 한다.
능선을 걷다 보면 횡성호와 농경지가 내려다 보인다. 눈발은 약해졌으나, 계속 눈이 내리고 연무가 피어 올라 조망은 시원치 않다. 날씨가 좋다면 아주 좋은 풍경을 조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암봉을 우회하면 어답산 낙락장송이 나온다. 잘 자란 노송 한그루가 바위지대에 서있다. 팻말에는 "수령 300년" "어답산 낙락장송"이라고 표기 되어 있다.
<어답산 낙락장송, 방뎅이에 눈이 묻을까봐 엉거주춤>
(주)어렸을때는 엉덩이, 중년엔 궁뎅이, 장년엔 방뎅이라 함(이유-모름)
낙락장송을 떠나 능선을 걷다가 안부로 내려섯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 765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이 저수지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다시 안부로 내려섯다가 잠시 능선을 타고 오르면 오르면 낙수대라 불리우는 전망대에 다다른다.
"낙수대"라 불리우는 전망대는 아래로 수십길 낭떠러지로 위험하여 밧줄이 둘러처져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아주 좋다. 횡성호와 눈덮힌 들판, 그리고 북서로 굽이 굽이 이어져 나가는 눈덮힌 산맥들, 그리고 북으로는 어답산이 우뚝 서 있다. 날씨가 좋다면 아주 좋은 조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두명의 중년 산객을 만난다. 이분들은 우리와는 달리 저수지 쪽에서 올라 온 분들이다.
<어답산>
<어답산 정상>
전망대에서 능선을 타고 좀 더 진행하면 곧 어답산 정상에 서게 된다. 아래 산행지도에는 765봉이 정상이고 786.4봉이 어답산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765봉에는 온천과 저수지, 정상으로 갈라지는 이정표만 있고, 786.4봉에 "장군봉"이라는 정상표지석이 있으니, 참고로 하시길~
어답산은 그리 산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산이 였으나 횡성호가 생기고 횡성온천이 생기면서 횡성호반 조망과 온천욕을 겸한 산행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횡성온천과 횡성호가 아니더라도 어답산은 충분히 산객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산이다. 오르고 내리는 능선길과 암릉과 바위, 그리고 능선과 어우러지는 아름드리 송림, 능선에서 내려다 보는 일망무제의 조망은 그리 외면할만한 산은 아닌 것 같다.
정상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가 하산한다. 정상에서 다시 765봉으로 되돌아와 저수지로 하산하는 남릉을 따라 내려온다. 그러나 남릉길은 험로다. 눈덮힌 가파른 암릉을 얼어 붙은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서야 한다. 길게 암릉을 내려서면 다시 한 번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커다란 바위를 우회하여 지능선으로 방향을 꺽으면 가파른 지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눈쌓인 암릉길을 내려 오기가 어렵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
능선의 끝으로 노송들이 어우러진 쉼터가 나오고 몇개의 눈덮힌 벤취 있다.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 벌써 3시가 넘었으니, 슬슬 시장끼가 밀려 온다. 쉼터에서 쬬코파이 한개로 시장끼를 달래고 하산한다. 하산하던 능선을 버리고 가파르게 우회하면 등산로는 90도 동쪽으로 꺽여진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오면 잣나무가 빼곡한 잣나무 조림지가 나오고 조림지를 벗어나면 팬션단지가 보이고 산행의 날머리다. 산행시간은 4시간이 소요 되었으며, 이곳에서 주차지인 온천까지 20~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어답산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나, 아기자기함과 능선을 덮은 노송을 보며, 조망을 즐길 수 있어 여름산행지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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