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지 못하여 답답함을 느낄때, 하는 말로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고 말한다. 여기서 면장이란, 행정구역상의 면 단위의 수장인 面長을 말함이 아니고, 아는 것이 별로 없어 담벼락에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답답함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면면장(免面牆)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옛날에 공자가 학문으로 한참 명성을 날리던 시대의 일이다.
하루는 공자가 아들을 불러 앉혀 놓고 말하길“사람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서의 "面墻”이란, 담벼락을 마주하듯 무식하여 답답함을 말함이요, 면장(免牆:담장에서 벗어남)하면 아는 것이 많아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답답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니“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은 면장(免牆:담장에서 벗어남)이 옳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학문을 익힘을 미덕으로 삼고, 학문을 익히어 벼슬에 나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신분이 미치는 못하여 벼슬을 얻지 못하는 계층은 농업에 종사하거나 무관을 꿈꾸기도 하였고, 그보다도 못한 계층은 상공업에 종사하여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순으로 직업의 귀천(貴賤)을 구분하였다.
그 때문인지 유독 학문을 익힘에 몰두하였고, 궁핍함으로 온 가족이 고통을 받으면서도 평생토록 학문을 익힘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었다. 이러한 학구열은 지금도 그치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 매고 사교육비 충당에 절절매고 있으며, 이는 부모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지게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체 희생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만한 교육열이 우리사회가 이만큼 발전하게된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외화벌이의 주를 이루던 저임금체제의 경공업 비중이 축소 되면서 건설업이 급격히 성장하게 되고, 해외 진출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명문대의 건축학과에 나라안의 수재들이 대거 몰려들어 공부하고 사회에 배출된 시점과 일치하며, 건축학에 뒤를 이어 화공학에 수재들이 몰려들고 배출되면서 석유화학이 부흥하는 시점과 전자공학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유지하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수재들에 대한 투자가, 실패한 경우도 있다. 오래전부터 수재들의 집합처로 법대가 인기였으나, 우리나라 법조인들은 세계시장 진출에 실패를 하였고, 국제법률시장에서 한국의 법률가들은 조족지혈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저 우물안 개구리처럼 나라안에 안주하며, 법조인 배출을 제한하고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급급하였던 것이며, 이는 사법개혁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재들이 의약과에 몰려 들고 배출된지가 꽤 되었다. 이미 실력은 세계적 수준에 가까와 졌다고 하지만, 누구도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경쟁하려는 의지도 미흡해 보이고, 국가경쟁력 향상에 영양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것은 사법의 실패와 같이 의료개혁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나라의 발전동력과 국가경쟁력을 저하 시킬 요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정부나 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과감하고도 발빠르게 대응 하여야 할 것이다. 최고의 수재들을 모아 놓고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몰두하면서도, 이들에게 사회성과 인성을 불어 넣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게을렀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성과 사회성의 저하는 이미 사회전반에 걸쳐 있는 전문직에 두루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배움이 중요하나, 재능이 없는 자녀의 교육에 일생을 바치는 것은 과잉투자요, 낭비와 희생일 뿐이다. 또한, 각분야에서 앞장서서 이끌어 갈 전문직의 교육에도 인성과 사회성을 키워줄 교육이 강화 되어야 한다. 세상은 더불어 살지 않으면 언젠가는 공동의 손실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대중은 깨우침이 늦을 수는 있지만, 대중권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며, 대중에게 영양을 미치는 모든 것에 관여가 커질 것이며, 부조화에 반발할 것이다.
또한 누구나 일생동안 노동이나 생산과 소비, 투자등의 경제활동을 하며 살고 있는데도, 그에 대한 교육은 미흡한 것 같다. 노동시장의 불균형이나, 투자에 실패하는 개인들이 늘어 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 가면서 전문과 공공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병행하여야 사회가 발전할 것이다. 눈부시게 발전한 경제에 반비례하여 40년 넘게 교육개혁을 부르짖어도 효과가 미미한 것은 사회개혁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효율적인 교육개혁도 요원할 것이다. "알아야 면장(免墻)을 한다"는데, 배워도 답답한 현상이 여전한 것은 편중된 교육에 있는 것은 아닌지?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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