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끄적휘적

덕보고 살려고 하지마라!

바위산(遊山) 2009. 5. 2. 14:55

요즘 큰 산행을 한 것도 아닌데 무릅이 좋지 않다. 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근육통이 이렇게 오래 가지도 않을 것 같다. 시간이 나는데로 진료를 한 번 받아 보아야 할 것 같고~, 하여튼 당분간 운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산행도 못하고 노가리만 풀어 놓게 되었다.

 

"성철스님"의 주례사로 많이 알려지고, 한동안 인터넷을 도배했던 유명한 주례사는 사실은 "법륜스님"의 주례사다. 그 주옥같은 말씀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으니, "덕보고 살려 하지 말라"는 귀절이다. 그래서 "법륜스님"의 주례사 중에 일부분을 발취하여 보았다.

 

<선도 많이 보고 사귀기도 하면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이것저것 따져보는데, 그 따져보는 심보는 덕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은 어떻나? 성질은 어떻나? 건강은 어떻나? 이렇게 다 따져보고 이리저리 고르는 이유는 덕 좀 볼까 하는 마음입니다. 손해볼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그래서 덕 볼 수 있는 것을 고르고 고릅니다.>

 

~중략~

<아내는 남편에게 덕보자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 보겠다고 하는 이 마음이, 살다보면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살다보면 속았나 하는 생각을 십중팔구는 하게 됩니다. 그런데 덕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떨까? 좀 적으면 어떨까? "아이고 저분 내가 도와주어야지!, 저 분 건강이 좋지 않으니 내가 보살펴 주어야지!, 저분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 해줘야겠다. 아이구 저분 성격이 이렇게 괄괄하니, 내가 껴안아서 편안하게 해줘야겠다. 이렇게 베풀어 주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면 길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을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아 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부딧히고 살아 간다. 사람 인(人)자는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양이니, 사람끼로 기대어 살고 더불어 살아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다툼이 일어나고 의가 상하는 것은 모두 덕보고 살려는 심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것이 비단 부부의 이야기 뿐인가? 자식이 부모덕을 보려고 하고, 부모가 지나치게 자식에게 기대를 하는 것도, 형제지간이나, 친구지간이나 이웃지간이나, 거래관계에서도 덕보려 하다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내가 50%를 주고, 50%를 받으면 그런대로 원만한 관계가 이루어 질텐데, 나는 상대에게 30%를주고 받을 것은 70%를 기대하는데, 60%밖에 못 받으니, 손해보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요, 자칫 속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거야 말로 도둑놈 심보가 아니던가?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는 그의 정신분석이론에서 "감성의가시이론"을 내어 놓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대를 만났을때는 조심하고 상대방을 배려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호의를 느끼게 되고 빠르게 가까와 지나, 서로 가까이 하다보면 상대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기대심리가 무너지게 진다. 이때 서로는 감성의 상처를 입게 되고 심지어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은 사회경험이 적고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한 젊은 층이나 단순하고 식견이 넓지 못한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세상을 살만큼 살고, 당해본 사람은 아무리 호의적이고 통할만한 상대를 만나도 급격히 가까이 하지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다.

 

어느날 병원의 인근마을에서 집단민원이 들어왔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앉아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내어 놓는데, 대분분은 덕 좀 보고 살겠다는 것이다. 1년에 2회 관광을 시켜달라, 마을 회식이나 행사에 기부금이 적으니 늘려달라, 마을회관에 가전제품을 좀 더 사달라, 등 요구사항이 꽤나 많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하길 "법륜스님"의 주례사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이 서로 다툼이 생기고 서운한 것은 덕보고 살려고 하기 때문이랍니다. 여러분! 우리병원이 여러분에게, 무료진료 해주지, 마을행사나 회식, 주민들의 애경사에도 꼬박꼬박 도움주지, 마을에 어려운일 생기면 앞장서서 해결해주지, 여러분들은 이제껏 우리병원에서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항상 부족하다고 불평만 하였지, 병원을 위하여 무엇을 도와 주었습니까?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덕보고 살려는 마음만 없어도, 아니 조금만 적어도, 여러분들 서운한 마음도 없어질 것이고, 오히려 고마워 하는 마음이 생길겁니다." 일순 험악하던 주민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오늘이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날인데, "자비"를 말씀하시는 부처님의 뜻처럼 나는 누구를 위하여 크게 자비는 베풀고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살아 가면서 누구에게 덕만보려 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덕보고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살아 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돌아 보아야 할 것 같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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