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프라임 모기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며, 세계 경제가 예측하기도 어려운 심연속의 늪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느낌이다. 연일 메스컴을 장식하는 불안한 뉴스가 서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기업 부도설과 구조조정의 압력도 모자라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하락, 늘어가는 가계부채에 넘어진놈 밟는 격으로 치켜 오르는 금리가 숨통을 조이는 마당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환율을 따라 소비자 물가까지 합세하여 어느 곳을 보아도 숨통이 트일만한 곳이 없어 보이는 암울함이 현실로 부딧쳐 오고 있다.
어쩌다 퇴근 후 술자리가 있어 음식점에 가보면 썰렁하게 줄어든 손님으로 일찌감치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불야성을 이루던 거리는 초저녁이 지나면 썰렁하게 바뀌어 버리고 심지어는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 조차 드믈어 한산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물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주식시장이 초토화 되고 서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몰고 온 거품이 터져버린 미국의 부동산에 뒤이어 우리나라 부동산 거품이 터질듯 말듯 팽팽하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안정과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노력과 함께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 긴박한 시점이나 정부의 코피 터지는 노력에도 각자의 안위를 두려워하여 해결이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IMF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탓인지 조금은 내성이 생겼으리라 하는 생각이나, 오히려 IMF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관론이 우세적으로 떠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토막 아니 심지어는 반에서 반토막난 주식과 펀드에 가슴이 휭하니 뚫려 가뜩이나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의 초입에서 찬바람이 뚤린 가슴사이로 스믈스믈 스며드는 듯 한 유난히도 가슴 시린 겨울을 맞이하고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세상이야 돌고 도는 것 아니겠는가?
남들 반토막 났다는 주식타령에..... "에라! 그까짓 것 가지고~" 하는 것이 나는 평균치에서도 훨씬 이하로 박살이 난 상태이다. 하루하루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 술생각 밖에는.... (술꾼의 술마실 핑계 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 뿐이지만...ㅎ) 그러던 어느날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베란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분중에 늘 애지중지 지켜보던 작은 행운목에서 꽃망울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오래전 큰놈 수능시험 볼 때 애비를 닮아 평소 노력하지 않아 실력은 못미치는 것 같아서, 운이라도 좋으라고 커다란 행운목을 선물했는데, 이놈이 천정도 모르게 자라서 커다란 꽃을 피우고는 하였다. 제천으로 이사를 와서, 이곳의 겨울이 추운곳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잊고 베란다에 놓아 두었더니 그만 동사를 하고 말았다. 겨울이 지나고 동사하여 바짝 말라버린 행운목을 버리다가 손바닥만한 잔가지 하나에 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 혹시나 하여 잘라서 엔젤트럼펫 화분 귀퉁이에 꽂아 두었다. 그러나 몇달이 지나도 더이상 마르지도 않고 새싹도 나지 않던 줄기에서 세싹이 돋아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 났다. 다음 겨울이 닥아와 화분을 거실로 옮겨 놓고 나서이니, 동사한지 일년이 다 되어 가는 참으로 긴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작은 행운목이 또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버렸다.
봄부터 잎이 하나둘 늘어나 정성껏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하였는데, 싹을 틔운지 다시 일년이 되어 거실로 옮길쯤에 이 작은 행운목이 꽃망울을 맺은 것이다. 1년을 죽었다 살아나, 1년밖에 자라지 않은 주먹덩이 만한 것이 꽃을 피우는 것을 본 적도 없지만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식물의 씨앗에는 돌씨가 있다. 특정식물의 씨앗이 아니고 특별히 단단하고 내구력이 좋아 화산이나 빙하기등 악조건 속에서도 잘 견디다 몇 년, 아니 몇 만년 후에도 싹을 티우는 것이 돌씨다. 인고의 세월을 악조건 속에서 움추리고 지내다 적당한 때가 되면 싹을 틔워 종을 번식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작은 행운목이 꽃을 피우는 것을 보는 순간 스산했던 가슴에 희망이 솟아 오름을 느꼈다. 그렇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말도 있다. 워낙 배움도 가짐도 없이 시작했는데, 잃은 것도 없지 않은가? 부처님 말씀처럼 잠시 쥐었던 것을 놓친 것 뿐이니, 아쉬움이야 있겠지만 그리 원통해 할 일도 아니고~ 우리집 행운목처럼 뭐시기 쫄아 들 듯 쫄아들은 고것이 더 크게 부풀어 오를지 누가 알겠는가? 그저 인고의 세월을 기다리며 현실에 충실할 수 밖에~
모두가 힘들은 시기임에는 틀림 없으나 너무 절망하거나 두려워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덤덤히 받아 드리며, 현명하고 충실하게 대처 한다면 곧 희망도 보이고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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