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조령산 촛대바위 암릉산행기.

바위산(遊山) 2008. 8. 18. 19:09
여행지
암릉과 조망과 운무의 조화 조령산 촛대바위 능선.
여행기간
2008년 08월 17일(일) 흐림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38313


날아가는 새들도 쉬어 간다는 조령은 암봉으로 웅장하고 수려한 산들로 채워져 있다. 동으로 주흘산과 부봉을 거쳐 마패봉(마역봉)과 신선봉으로 이어지고, 서로는 조령산과 신선암봉이 깃대봉으로 이어지며, 수려하고도 장쾌한 화감암봉이 위풍당당하게 늘어서 있다. 북으로는 월악의 영봉을 중심으로 포함산, 탄항산, 박쥐봉, 덕주봉, 만수봉, 용암봉, 북바위산 등 일일이 거명하기 어려울만큼의 수려한 암봉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어느 곳에서 발길을 시작하던 좋은 바위산행을 할 수가 있는 곳이다. 대부분은 한두번씩 올라 보았지만 워낙 봉우리가 많아 아직도 미답인 곳이 적지 않다. 조령산도 예외없이 몇번을 올라 보았지만 미답으로 늘 궁굼하게 여기던 곳이 촛대바위 암릉코스다.
 
 
토요일은 모임의 야유회에 참석하여 소주잔을 벗삼고 어제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집안귀신 노릇을 하다보니 몸이 배배 꼬이는데다 3일의 연휴가 쓸모 없이 삭아 버리는 것 같아서, 가끔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고 조령을 찾아간다. 충주에서 문경으로 향하는 조령터널을 지나 수옥정관광지로 내려 앉아 원풍리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산객들이 찾아왔다. 신풍리 끝으로 기도원과 함께 원극기수련원이 나온다. 주변에 차량 십여대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두어 곳 있으나 이미 차량으로 가득하다. 기도원 주차장이 텅비어 있으니, 그 곳에 주차를 하고 골을 따라 오른다. 우기의 계곡은 수량이 늘어나 물소리가 시끄러운데다 매미들까지 요란하게 합창을 해대는데, 이놈들이 음정, 박자에 옥타브까지 제 멋대로이니 대단한 소음을 만들어 놓는다.
 
절골로 들어서면 마당바위폭포를 못미쳐 오른쪽 수풀 사이로 가느다란 등산로가 나오고 들머리에 조령산 90분이라는 팻말이 서있다 완만하게 오르다 보면 숲이 우거진 계속되는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하니 다리를 무겁게 한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도 먹었겠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마져 불어와 컨디션이 좋다. 쉬엄쉬엄 된비알을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북으로 신선암봉이 흰 화강암벽을 드러낸체 웅장하고 수려한 모습으로 서 있다. 지난 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눈쌓인 신선암봉에 올랐다가 혹독한 추위로 고생을 한 기억이 새롭다. 서남으로 연풍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고 멀리 괴산과 문경을 경계로 하는 명산들이 늘어서 있다. 잔뜩 내려 앉은 구름 아래로 백화산에서 이만봉과 희양산으로 이어지며 마분봉과 악휘봉을 지나 덕가산으로 이어지며 산맥을 만들어 놓아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모두가 아름다운 명산들이다.
 
 
고도를 높혀서 능선에 올라서면 서서히 바위들의 모습이 보이고 암릉산행을 하여야 한다. 칼날처럼 서 있는 바위도 보이고 작은 밧줄구간도 나온다. 능선은 제법이나 강한 바람이 불어와 산행으로 흘린땀을 식혀준다. 몇개의 작은 바위를 밧줄에 의지하고 우회도 하며 암릉에 오르게 된다.
 
잠시 암릉을 걷다가 밧줄을 잡고 높이가 3~4m쯤 되는 암봉에 올랐다가 다시 밧줄에 의지하여 암봉을 내려와 침니 구간에 이르면 앞으로 암벽이 떡하니 가로 막는다. 그러나 직등하는 길은 없다. 직등을 하려면 암벽장비와 자일이 필요한 구간이다. 침니구간에서 오른쪽으로 젖어서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버벅대고 내려와 암봉을 돌아서 다시 바위사이의 침니구간으로 돌아서 올라야 한다.
 
 
다시 능선에 올라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암릉을 걷다 보면 넓고 평평한 암봉위에 서게 된다. 이곳에 서면 앞으로 촛대바위가 보인다. 용아릉을 닮은 촛대바위 암릉은 신선암봉에서 보면 뾰족한 촛대처럼 보인다 하여 촛대바위라 부른다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능선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신선암봉이 여인의 속살처럼 흰 바위슬랩을 드러낸체 우아하고도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고 뒤로는 거칠것 없는 조망이 일품이다. 산객들은 이곳에 서면 참으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금강과 설악이 그리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다.
 
밧줄에 의지하여 암봉을 내려 섰다 촛대바위로 오른다. 촛대바위 암릉은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수가 있다. 어려운 구간마다 밧줄이 달려 있고 발을 디딜만한 공간도 많으며, 바위틈으로 자라는 나무들도 의지하기 좋은 도우미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멋모르고 올라선 칼등바위가 애를 먹인다. 아래 사진 하단부에 길게 늘어서 있는 바위등으로 올라 섰는데 걷기도 아슬아슬 오금이 저리지만 내려 설 자리가 만만치 않다. 바위끝에서 고심을 하다 바위등에 엎드려 전진을 하다 직벽에 다다라 몸을 돌려 바위틈에 발을 딛고는 길게 뻗은 소나무 가지를 잡으며 두어 발짝을 내려 선 후 소나무 가지를 놓으며 내려 뛴다. 아슬아슬한 성공이다. 암봉위에서 한팀의 산객들이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화이팅"과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해 준다. 그러나 우회로가 있으니 따라 하면 안된다. 나야 오늘 마누라에게 혼나고 혼자 왔으니 이판사판 혼자 잘 살아봐! 하는 심정으로.....*^^*
 
 
그래도 응원해 준 이분들 내가 사진 찍어다 올려 준다고 소리치니, "사진이 잘 나오냐"고 서리쳐 묻는데, 나 왈 "무지무지하게 잘 나왔다" 고~ (지나칠때 제가 인물 다 봤는데 안 나오는게...ㅎㅎ~죄송)
 
 
촛대바위 암릉을 지나면 부드러운 능선을 걸어야 한다. 시장끼가 도니, 능선에 앉아 몰려오는 바람을 맞으며 복숭아 한개와 호빵 하나로 점심을 대신하고 잠시 쉬었다가 산행을 계속한다.
 
오르다가 여러팀을 만났는데 모두들 촛대바위 능선을 하산길로 선택하고 나홀로 오르고 있다. 이 길이 비알이 심하고 암릉을 오르고 내려야 하는 체력부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산행 후 모처럼 다리가 뻐근함을 느껴 본 것 같다.
 
 
에고~ 요 아래 저놈은 어데 살 곳이 없어서 남의 가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았는지~그것도 멀쩔하고 싱싱한 소나무 사이에.....
 
암릉이 끝이 나면 앞으로 조령산이 오똑하게 올려다 보이고 신선암봉과 그 뒤로 깃대봉까지 더욱 눈앞에 가까이 보이니,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수려한 모습이다. 비가 올려나 구름은 점점 무겁게 내려 앉고 능선의 바람은 제법이나 세차게 몰아친다. 일부 구간에서는 몸이 휘청할 정도이니 서늘함 마져 느낀다.
 
 
암릉이 끝나고 부드럽게 걷다가 키다리참철쭉이 빼곡한 길을 따라 오르면 헬기장에 오르게 된다. 헬기장 주변에 야생화가 피어 있다. 바위산이 대부분인 월악군의 산에서 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헬기장을 내려서면 이화령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이화령까지는 40분이 소요된다.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오래전에 이화령에서 오른적이 있다.
 
잣나무가 울창한 잣나무군락지를 지나 가파르게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만든 작은 정상표지석과 한옆에 추모비가 서있다. 젊은 대학생이 조령산에서 유명을 달리 하였나 보다. 조령산에서 실족사를 할 장소라면 촛대바위 암릉과 신선암봉 밖에는 없을 듯하다. 하여튼 산을 좋아하다 유명을 달리 한 젊은 영혼의 명복을 빈다.
 
 
조령산은 세찬 바람과 함께 운무가 밀려와 온통 산을 뒤덮어 놓는다. 아무런 조망도 할 수 없고 산판은 밀려오는 운무로 서늘하다. 그러나 오랜 경험으로 느끼는 감이 있다. 이 정도의 바람이라면 곧 운무를 몰고 가 조망이 터질 것이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정상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하산을 하고 홀로 잠시 기다리니, 세찬 바람을 타고 운무가 밀려가고 주변의 산들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다. 동으로 주흘산과 부봉이 구름에 잠겼다 보이기를 거듭하고 동북으로 수려한 신선암봉과 깃대봉과 그 뒤로 멀리 월악군의 수려한 암봉들이 보이다 말다를 거듭한다. 참으로 멋진 풍경이다. 마누라 약 올리려고 전화를 걸어 자랑하니.....집에 오지말고 산에서 산 좋아하는 여자 꼬셔서 잘 살아 보란다....ㅠㅠ
 
 
그러나 산에서 만나는 운해의 모습은 카메라가 잘 받는데 비하여 바람을 타고 밀려가는 운무의 모습은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잘 조정하면 될텐데~ 무지와 무관심과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하는 성격때문일게다.
 
 
한참을 정상에 서서 밀려가고 밀려오는 운무와 조망을 즐기다가 비가 쏟아질 듯하여 하산을 서두른다. 부실한 등산로를 미끌어지듯 가파르게 내려오면 조금씩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우기의 계곡은 풍부한 수량과 가파른 비알 때문에 와폭이 되어 흘러 내리는 물소리로 시끄럽다.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은 숲길을 빠져 나오면 상암사지터가 나온다. 상암사지터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아름드리 밤나무에 밤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잡초위로 무너져 내린 산막이 있고 입구에 佛자를 새겨 놓은 돌기둥이 서있다.
 
 
 
아래는 하산길에 올려다 보이는 촛대바위 능선의 모습이다.
 
물소리가 시끄럽고 숲이 울창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신선암봉으로 오는 절골로 내려서게 된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오면 마당바위폭포가 나오고 중암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폭포의 하단에 서면 폭포수가 만들어 놓은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촛대바위능선으로 올라서 상암사지터로 하산하는 시간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촛대바위 암릉으로 오른 조령산은 암릉과 운무와 시원한 조망이 더하여 좋은 산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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