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천상의 화원 대덕산에 오르다.

바위산(遊山) 2008. 8. 5. 00:49
여행지
태백의 한강발원지 검룡소와 대덕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8년 08월 03일(일) 흐리다 맑음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하나둘 문을 닫는 광산과 함께 광부들이 떠나간 산골마을에 폐가가 늘어나고 썰렁하게 쇠락해 가는 오지의 산골마을인 태백은 요즘들어 관광명소로 탈바꿈 하며, 제법 찾는 이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다. 겨울산행지의 명소로 알려진 태백산과 함백산, 그리고 석탄박물관과 용연동굴을 제외한다면, 그리 유명한 산도 관광지도 찾아보기 힘들고, 기껏 여름철에 함백산에 오르면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산상의 화원을 만들어 놓는다는 정도가 빈약한 나의 산행지식 수준이었다. 벌써 제작년인가,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는 겨울날 악천후를 뚫고 올랐던 고통스러웠던 함백산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여름철 함백의 들꽃이 보고싶어 인터넷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대덕산을 만났다. 얄팍한 나의 산행지식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태백은 들꽃산행을 할 수 있는 곰배령과 금대봉 그리고 대덕산이 조용히 숨죽인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덕산 산행지도에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표시 되어 있으니 검룡소도 볼 겸 겸사겸사 대덕산을 찾아간다.
 
 
고물차가 빌빌 거릴만큼의 준령인 두문동재(싸리재)를 넘어서면 매봉산풍력발전소 입구를 지나 창죽동으로 들어서게 된다. 길옆으로 고냉지 배추밭이 초원처럼 펼쳐지고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아낙네들이 배추를 수확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창죽동 검룡소 주차장에 들어서니 잘 조성된 넓은 주차장은 만원으로 차를 댈만한 곳이 만만치 않다.
 
오는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오늘이 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한강대제 행사가 한강발원지인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입구에 가설무대도 만들어지고 넉살좋은 사회자의 너스레와 함께 지역민들의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행사 참가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 한그릇 얻어 먹고 가자는 마눌을 이끌고 검룡소로 향한다. 계곡을 타고 오르다보면 검룡소와 대덕산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온다.
 
골짜기엔 몇몇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고 검룡소 길은 넓게 잘 발달되어 있으며 깊옆으로 일본잎갈나무(낙엽송)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행사때문인지 검룡소를 찾아온 사람들로 등산로는 꽤나 북적인다. 특히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이곳은 등산로가 발달하고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구두를 신고도 쉽게 오를 수가 있다.
 
한강의 발원지라는 검룡소는 신비로움이 가득한 곳이다. 서너명이 들어 앉기도 비좁은 작은 웅덩이에서 하루에 2,000톤이라는 엄청난 지하수가 용출되고 있다. 몇천년을 이어오며 끊임없이 분출되는 지하수는 사계절 영상9도를 유지하여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지만 겨울철 혹한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소에는 몇개의 동전이 물속에 널려 있다. 
 
검룡소에서 분출되는 지하수는 암반위로 구불구불 나있는 수로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린다. 옛날에 이무기가 용이되기 위하여 한강을 타고 오르다 이곳에서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꼬리를 흔든 자리가 패어나서 와폭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차가운 지하수가 분출하며 뜨거운 공기와 만난 탓인지 계곡수에서 뿌연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검룡소는 대덕산 산행지에 인접해 있으나 원래는 금대봉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금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없다.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라고 하지만 옆으로 금대봉에서 흘러 내리는 암반지곡이 있다. 이 계곡을 타고 올라가면 해발 1,320m쯤에 고목샘이라는 발원지가 있다고 한다. 고목샘에서 흘러 내리던 물줄기가 중간에 땅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니, 발원지의 자리를 검룡소에 빼앗긴 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검룡소로 오르는 낙옆송길의 오른쪽 골짜기에는 예전에 고냉지 채소를 재배하던 넓은 밭이 묵밭이 되어 망초가 빼곡하게 자라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놓았다. 효석이 달밤에 바라보는 봉평의 메밀꽃밭을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하다" 고 표현 했것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 넓은 망초대 밭은 떡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다고 표현을 하여도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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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으로 오르려면 검룡소에서 다시 분기점으로 내려와야 한다. 수목이 울창하여 그늘을 만들어 놓았고 군데군데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팔등을 스치는 등산로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산임을 느끼게 한다. 산객이 없으니 가끔씩 들리는 산새 소리와 매미의 울음을 빼고나면 적막하리만치 고요가 엄습한다. 산짐승이라도 튀어 나올 듯 한 등산로는 우거진 수림이 그늘을 만들어 놓아 여름산행으로는 아주 좋다. 길옆으로 산뽕나무와 오가피 나무가 많이 보이고 호박잎처럼 크게 자란 곰취도 많이 보인다. 특히 능선으로 오르면 비비취가 지천으로 화사한 꽃을 피워 놓았다.
 
 
대덕산은 해발 1,307m의 부드러운 육산으로 되어 있다. 해발이 높으나 바닥이 해발 900m이니 400m만 오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중간쯤 오르면 대덕산으로 직등하는 길과 분주령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분주령으로 향한다. 점심때가 훨씬 넘었으니, 허기가 밀려온다. 울 마눌 구시렁 구시렁~ (힘이 들거나 배가 고플때면 자동으로 나오는 소리다) 점심을 얻어 먹고 오르자는 마누라 말씀을 헛소리로 알아 들은 것이 후회스럽기는 하다. 점심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간식으로 가져온 과일로 요기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른다. 분주령에 올라서면 족히 수천평은 될만한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고산준령을 뒤덮은 초원을 가로 지르면 또 다시 울창한 수림사이로 대덕산에 오르게 된다.
 
 
울창한 수목사이로 듬성듬성 피어 있는 비비취꽃을 보며 잠시 가파르게 비알길을 오르면 대덕산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는 나무 한그루 없는 초원이 펼쳐진다. 수만평은 될만한 초원은 능선을 타고 부드럽게 이어져 나간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망무제라 할 수 있다. 북으로 두타산과 청옥산 능선이 멀리 늘어서 있고 남서로 함백산과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으며, 매봉산의 풍력발전기와 고냉지 배추밭이 잔디밭처럼 펼쳐진다. 비가 내린 뒤의 맑은 하늘과 뭉실뭉실 피어 오르는 뭉게구름과 함께 시원한 조망은 속이 후련할 정도의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는 고도가 가져다 주는 시원함에 바람마져 살랑살랑 불어와 땀에 젖은 살갓을 두들기며 상쾌함을 가져다 준다.  그 느낌을 무엇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당한지 아둔한 나로서는 쉽게 표현방법이 떠오르지 않지만 여름철 무더위를 뚫고 고산준령에 오르면 가끔씩 느낄수가 있는 여름산행의 또 다른 맛이 아닌가 싶다. 
 
 
요즘 몸도 안좋은데다 점심도 굶는 바람에 궁시렁 거리며 오르던 울마눌도 기분이 좋은지 장난도 쳐보며 즐거워 한다. 비단 즐거움이시원한 조망과 초원으로 불어오는 바람뿐이겠는가? 부드럽고 드넓게 펼쳐있는 초원에는 온갓 야생화가 만발하여 천상의 화원을 만들어 놓았다. "아! 참으로 좋다" 소리가 신음처럼 절로 터져 나온다.
 
 
 
이렇듯 고산의 능선을 뒤덮은 넓은 초원이 펼쳐저 있는 곳도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민둥산이나 화왕산등 억새가 드넓게 군락은 이룬곳은 여러곳이 있으나 대덕산의 초원은 온갓 산야초가 공생을 하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처음보는 산야초도 많고 꽃들도 많다. 식물도 생존경쟁에 의하여 경쟁력 있는 식물이 다른 식물을 제치고 군락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은 온갖 풀들이 공생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어 꽃을 피우고 있다.
 
온갖 기화요초가 어울려 초원을 만들어 놓았으니, 대덕산이 큰 덕(德)이 있는 산이라 하여 대덕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산중에는 비학상천형(飛鶴上天形)의 명당이 숨어 있는 산이라고 하며, 예전에는 고구려 유신이 세운 사직단이 있었다고 전한다.
 
 
대덕산은 식물의 보고로 한국의 특산식물 15종과 희귀식물 16종이 발견되었으며, 온갖 기화요초가 서식하여 금대봉과 함께 126만평에 이르러 자연생태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시원한 조망과 바람과 초원의 들꽃을 구경하며 이리저리 누비다가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을 한다. 초원에는 군데군데 멧돼지가 풀뿌리를 캐먹느라 헤집어 놓은 곳이 많다. 검룡소와 분주령 거쳐 대덕산을 돌아 오는데는 3시간 30분이면 족하다. 시원한 그늘과 완만한 등산로와 일품의 조망과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대덕산은 검룡소와 함께 여름산행지로 적합하여 좋은 산행이 되었다. 겨울철 눈이 수북하게 쌓인 대덕의 초원에 오른다면 바람과 눈꽃과 시원한 조망이 멋지게 어우러질 듯한 예감으로 다가온다. 하산후에 검룔소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인내하기 고통스러울만치 차다 그러나 그 시원한 끝맛은 잊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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