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 으슥한 밤을타고 용아장성을 찾아 왔으나,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포기하고, 십이선녀탕으로 대신한 적이 있다. 그 아쉬움이 쉽사리 가시지 않으니, 일년만에 용아장성을 다시 찾아왔다. 퇴근을 하자마자, 부지런히 산행채비를 하고는 설악을 찾아 간다. 백담사 입구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를 못미쳐 주차창에 주차를 하니, 조금은 시간이 이른 듯하여 간단히 소세지와 햄을 안주로 한잔하며 분위기를 돋군다.
첫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아침은 완연히 밝아져 사방으로 조망을 틔운다. 북으로 암봉들을 치켜세운 공룡능선이 장쾌하게 치켜 올라가고 남으로 서북능선이 서쪽으로 뻗어 나가며 암봉을 일구어 놓았다.
암봉사이로 흘러 내리는 수렴동계곡은 폭포를 만들며 아래로 향하고 있다. 역시 설악은 그 웅장함과 수려함에서 비교할만한 산이 없을 듯하다.
능선의 바람은 제법이나 쌀쌀하다. 동료들은 바람을 피해 판쵸의와 침낭을 덮고 칼바위 능선아래 자리를 잡고, 나는 칼바위 암릉위에 판쵸의를 입고 배낭을 베고 누웠다. 왼쪽으로는 1m만 구르면 천길 낭떠리다. 눕자마자 한옆에서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는 부모님 생각으로 잠시 상념에 쌓여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능선으로 몰아치는 바람때문에 판쵸의 밖으로 드러난 하반신에 한기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한 30분 정도는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곤히 자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깨우기가 미안하지만,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잠시 가수면을 취한 사이에 같이 출발한 산악팀은 앞의 칼바위능선을 기어 올라가고 있다. "기상! 출발~" 나의 독려에 부시시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동료들의 모습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시 암릉을 내려서서 칼능선을 타고 오른다.
오늘 산행은 모두 여섯명이다. 애초 아홉명의 신청자중에서 3명이 빠지고 나와 연, 최, 정 세과장과 막내 장군, 그리고 장군의 친구인 k군이 합류하였다. 나와 k군은 칼바위 암릉을 타고 오르고 나머지는 우회를 한다. 그러나 직등을 하는 것보다 우회하는 것이 시간은 더 걸리고 우회로도 험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은 것 같다. 암릉을 넘어서 한참을 기다리니 우회팀이 도착하여 무지무지 힘들었다며, 장황하게 고생스러움을 말한다. 젠장, 우리는 생사를 걸고 올라왔구먼......ㅠㅠ
암릉을 타고 내려오면 또다시 암릉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곳도 직등을 해볼까 하였으나, 모두 우회를 주장한다.
이곳은 등반흔적도 별로 없지만 장비가 없이 오르기에는 너무 무리한 듯하다.
3봉을 직등하다 질려버린 k군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3봉암릉의 마지막 직벽을 오르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발을 디딜만한 공간에 올라서서 직벽에 매달리나 잡을 곳이 만만치가 않다.
암벽에 바짝 몸을 붙히고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가며 최대한으로 뻗어 잡을 곳을 찾아본다.
다행히 암봉의 상단으로 간신이 손이 닿는 곳에 손가락을 걸칠만한 바위틈이 만져진다.
바위틈에 손가락을 걸고 몇번 힘을 주어 보고는 단숨에 몸에 탄력을 주면서 튕겨 오른다. 다음은 뒤따르던 k군이 직벽에 매달린다.
용아장성은 40여년전까지만해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던 곳을 1971년 요델한국산악회와 어센트산악회, 그리고 KCC등 3개산악회가 합동으로 일주일에 걸쳐 개척등반을 한 후 전문산악인들의 산악코스였는데 산행인구가 늘고 안내산악회가 활성화 되면서 우회로가 발달되어 이제는 일반인들이 즐겨찾는 암릉산행지가 되어 버렸다. 우회로가 발달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리 녹녹치 않아서 능선만을 걷는데도 7~9시간쯤 걸린다. 그것도 암릉을 직등하느냐, 우회를 하느냐에 따라서 소요시간의 차이가 많이 나고, 여전히 위험하여 출입금지구간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별한 경우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득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러한 절차를 밟지는 않는 것 같다. 위험하면 위험방지시설을 하는 것이 맞을 듯 싶은데, 출입금지라니? 중국의 황산이나 장가계의 관광객중에 한국인이 절반이라는데, 설악이 그리 뒤지지 않으면서도 항상 썰렁하게 비워두고 외국의 산을 찾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8봉을 내려서서 암벽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바위틈으로 달라붙어서 조금 오르다보면 침니구간이 나온다. 암봉사이로 나있는 침니구간은 약30m쯤 되는 직벽구간으로 밧줄이 매달려 있다.
밧줄을 타고 능선안부에 오르면 오금이 저릴만큼의 칼등에 오르게 된다. 두어명정도가 올라설만한 칼등에는 반대쪽으로 또다시 밧줄이 3가닥 매달려 있다. 이곳도 약25m쯤 되는 직벽으로 발을 디딜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용아장성에서는 3번째로 위험한 구간이다. 초심자들은 오르기도 힘들지만 내리기는 더욱 어렵다. 첫째도 둘째도 두려움을 덜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용아장성은 릿지경험이 있거나 암벽등반에 노련한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잘못하면 고생과 함께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벽을 내려서서 우회를 하여 다시 암봉사이로 안부를 넘어야 한다. 이거야 말로 오락가락이다. 이곳에서 서너개의 암봉이 나란이 도열을 하고 있는 암봉의 하단부를 돌아서 20분쯤 걸으면 봉정암이 나온다.
봉정암을 끝으로 용아장성 산행은 마무리 하게된다.
봉정암은 암자라기보다는 사찰만큼이나 그 규모가 크고 인파로 북적인다. 등산객도 많치만 하산을 하다보니, 저녁인데도 봉정암을 찾는 불자들이 유난히 많다. 잠시 법당에 들러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기도하고는 소청산장으로 향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12시간, 이미 체력은 소진되고 소청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의 길이다.
한발한발 힘겹게 오르는 소청길에는 군데군데 분홍색 철쭉이 만개하였다. 산장이나 중청대피소에서 일박을 하려 하였으나, 자리가 없다. 한달전부터 예약을 하여야지 생각은 했으나, 어머님의 중환과 별세로 정신없다보니 깜박하였던 것이다. 비가온다고 하는데 야영장비도 없다.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하산을 결정한다.


38144
'산행.여행 > 강 원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연동굴과 매봉산 풍력발전소 (0) | 2008.08.07 |
---|---|
천상의 화원 대덕산에 오르다. (0) | 2008.08.05 |
영월의 덕가산을 찾아가다. (0) | 2008.03.11 |
소원바위가 있는 영월의 <선바위산> (0) | 2008.02.25 |
설악산 토왕성폭포 산행기 (0) | 2008.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