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흘림골, 등선대, 주전골 산행기

바위산(遊山) 2007. 7. 29. 13:25
여행지
암봉의 화원 등선대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 7. 28(토)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오늘은 지리산의 뱀사골과 노고단을 돌아 보고자 하였으나, 산행멤버가 없다. 연과장과 둘이서 지리산을 향하기는 거리도 멀고 낭비도 크니 설악을 향한다. 늦은 밤에 낙산사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조개구이와 꼼장어를 안주로 거나하게 한잔하고 2차로 백사장에 자리를 펴고 맥주한잔 한 뒤에 그 자리에서 노숙을 한다. 피서철이라 그런지 민박비로 7만원을 받으니, 경비도 절약하고 몇시간 자고나면 산행을 하여야 하니 궂이 방을 얻을 필요는 없는 듯하다. 바닷가에는 밤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모기도 없고 이슬도 내리지 않으니 노숙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아침에 일어나 해장국 한 그릇을 비우고 오색으로 향한다. 오늘의 산행은 흘림골~등선대~주전골을 지나 오색까지다. 흘림골은 주차장이 없어 차를 끌고 갈 수가 없다. 1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하는데 수해복구로 공사가 한창이라 오색이나 한계령에 주차를 하고 흘림골까지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차를 얻어 타야 한다. 오색에 주차를 하고 콜택시를 부르려니 일만오천원을 이란다. 이른 아침이니, 주차관리를 하시는 아저씨를 살살꼬셔서 흘림골까지 태우고 간뒤에 차를 맏기고 산행을 시작한다. 물른 담배값 정도는~요즘 공짜가 어데 있던가?
흘림골 들머리에는 공사중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가로막고 있다. 팻말을 빠져나가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숲이 울창하고 가끔은 오래된 주목의 모습도 보인다. 흘림골은 주목의 도벌을 막기 위하여 20년간 출입을 통제하다가 설악을 대신하여 금강산을 찾아 가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의 숙원으로 2004년에 다시 개방을 하였다고 한다.
흘림골은 지난해 폭우로 수마가 할키고 간 자욱이 폐허처럼 보인다. 이곳에는 곳곳에서 수해로 유실된 등산로를 정비하는 작업팀을 만날수가 있다. 유실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주위로 올려다 보이는 암봉들이 수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오르다 보면 여심폭포를 만나게 된다. 여심폭포는 여자의 은밀한 곳을 닮았다 하여 여신(女身)폭포라고도 부른다. 높이가 30m로 수량은 적으나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내린다. 한때는 신혼부부들의 단골 경유지로 폭포수를 받아 먹으면 아들을 낳았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여심폭포에서 300m가량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주전골로 향하는 안부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암봉을 타고 조금 오르면 등선대에 오른다. 깔닥고개를 치고 오르자면 숨이 턱에 차고 땀이 줄줄 흐른다. 어제밤 과음으로 속도 불편하고 다리는 천근만근으로 무겁기만하니, 컨디션은 제로다.
등선대는 10여명이 앉아 쉴 수 있을 만큼 좁은 암봉으로 되어 있다. 등선대에 올라서면 주위로 뾰족하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침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경관을 조망할 수가 있다. 암봉 아래로 가늘고 잎이 작은 잣나무가 두어그루 자라고 있어 잦방울이 몇개 달려 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자라고 열매를 맺고 종을 번식하여 가는 끈질긴 생명력에 박수를 보낸다.
등선대는 암봉들이 군락을 이룬 만물상의 중심에 있으며 남설악의 백미로 꼽힌다. 뾰족한 침봉으로 절경을 자랑하는 금강산 천선대의 암봉군락의 단조로움을 무색하게 할 만큼의 갖가지 모양을 한 암봉들이 즐비하게 늘어 선 만물상과 공룡의 칠형제봉과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을 볼 수 있는 곳이며 동해의 푸른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된다고 하나, 오늘은 개스로 뿌연하여 멀리 있는 풍경을 볼 수 없으며 가까이 있는 암봉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산행지도상에는 흘림골에서 등선대까지의 거리가 짧게 표시되어 있으나 생각보다 산이 가파라서 초심자들을 애먹이기에는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등선대는 선녀가 하늘로 올랐다 하여 등선대라 부른다 한다. 날씨가 청명한 가을에 이곳을 찾는다면 단풍과 암봉이 어우러진 절경을 예감할 수가 있으니, 단풍산행지로의 명성이 헛되지 않을 듯하다.
주전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암봉의 파노라마는 계속된다. 암봉들 보며 걷다보면 지루함이 없다. 불과 한나절이면 돌아 올 수 있는 짧은 산행코스이지만 풍광이야말로 그 어느 태산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좋은 산행길이다.
등선대를 떠나 주전골로 향하는 길은 수마로 인하여 유실된 가파른 길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등산로는 거의 유실되었으나 지금 한창 복구작업이 진행중이다. 군데군데 복구가 완료된길과 복구가 되지 않은 길을 버벅대며 걸어야 한다. 자칫하면 길을 찾기가 힘든구간도 나온다. 유실된 계곡에는 군데군데 로프가 매달려 있어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
내설악과 외설악이 장엄하고 웅장한 모습이라면 남설악의 암봉들은 아기자기하게 수없이 늘어서 있어 어느 곳에서나 위를 보면 멋들어진 암봉들이 올려다 보인다. 그래서 만물상이라 하였으니, 천불동의 수려한 암봉들에 뒤지지 않는 듯하다.
암봉의 수려함에 비해 계곡은 온통 수마의 상처로 흉물스럽게 변해 있어서 위와 아래가 부조화를 이룬다. 허기야 상처가 깊은 골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고서는 이처럼 멋진 암봉들이 탄생하지 않았을 터이니, 고통은 또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근원이라고 보면 수마의 상처쯤이야~"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소쩍새는 밤새 그리도 울었나 보다."라는 귀절이 떠오른다.(비유가 맞나?)
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가끔은 유실되지 않은 등산로도 만나게 된다. 땀을 흘리고 걸었더니 속도 좀 편해지고 컨디션도 조금 살아 나는 듯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등산로는 잠시뿐 유실된 계곡을 나무사다리를 타고 로프를 잡고 내려와야 하니, 가끔은 길을 찾기 위하여 두리번 거려야 한다.
내려오다 보면 등선폭포를 만나게 된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암반위로 흘러 내리는 물이 시원하게 보인다.
 
 
등선폭포를 지나면 십이폭포에 다다른다. 길이가 너무 길고 구불구불하여 한번에 사진에 담기는 어려운 십이폭포다. 십이폭포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암반에 소를 만들어 놓은 옥녀탕을 만난다.
 
십이폭포를 떠나 주전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앞으로도 옆으로도 사방에 암봉들이 빼곡하여 저마다 멋스럼을 자랑하고 있다.
 
 
아래로 쭈~욱 수려한 암봉의 도열은 계속된다.
 
 
 
하산중에 주전폭포를 만나게 된다. 계곡의 암반위로 폭포가 있고 폭포 아래에 소를 만들어 놓았다.
 
 
금강문을 못미쳐 계곡을 가로질러 철다리가 나온다. 일찍 온 탓에 산객이 없으니 다리밑에 자리를 피고 알탕을 한다.(국립공원에서 알탕하면 벌금이라는데...^^*) 사진으로는 좁은 도랑물 같지만 물속에 들어서니 그 깊이가 사람키가 모자란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와서 오래는 못 들어가 있고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속이 좋지 않으니 밥맛이 있을리야~ 다리 아래로 금강문이 보인다. 저곳을 빠져나가면 워쩌구~저쩌구~ 안내판이 있는데 해마다 틀리게 퇴보하는 기억력으로 안방까지 담아 오지 못하였다.
금강문을 지나면 제2약수터가 나온다. 오색에 있는 제1약수터의 고갈과 함께 이곳에도 옛날의 오색약수의 명성은 퇴색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이쯤에 용소폭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500m쯤 올라가면 실족사가 자주 일어 난다는 용소폭포가 있으나, 둘중에 절반이 반대를 하여 들리지 않고 하산을 한다. 조금 내려오면 주전굴이 나온다. 옛날에 이근처 숲에서 도적들이 숨어 살았는데 동전은 만들지 않고 주전굴에서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설도 있고, 실제로 위조 주전을 만들었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예전의 주전골의 명성은 어데가고 정비는 하였으나 수마의 흔적과 함께 이미 자연미가 많이 사라진 계곡은 바라보기가 민망하다. 어서 빨리 제자리를 찾아 자연미를 풍기는 예전의 계곡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골은 훼손되었으나 잘 정비되어 있는 등산로를 타고 내려온다. 등산로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이곳에도 어느 곳에 눈길을 두던 수려한 암봉들이 주위를 둘러 싸고 있다.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오색석사(성국사)가 나오니 산행의 날머리인 듯하다. 이곳에는 통일시대의 조성된 삼층석탑이 있다. 이곳에서 시원한 감로수로 목을 축인다.
 
남설악의 백미인 흘림골~등선대~주전골~오색으로 돌아오는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도 길지 않고 멋진 암봉의 모습을 즐감할 수 있으며 가을단풍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산행길이나 수마가 할키고 간 계곡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파에 시달릴 것이 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을에 한번 찾아 와서 암봉과 단풍의 조화를 만끽할 날을 기약하며 오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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