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설악산 공룡능선을 돌아오다.

바위산(遊山) 2007. 6. 3. 22:32
여행지
기암과 운해의 파노라마 설악의 공룡능선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년 6월 2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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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설악의 공룡능선과 화채능선을 돌아 보고자 했으나, 산에서 일박을 하여야 하니 일정이 여의치 않다. 오늘은 금강굴을 들러 마등령과 공룡능선을 돌아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당일산행을 계획하고, 아침일찍 설악동을 찾아간다. 설악동에 주차를 하고, 신흥사 청동불상을 지나서 천불동으로 40분 정도 올라가면 비선대가 나온다. 너른 암반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소를 이루어 놓았다. 와선대에 누워 주변의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던 마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비선대라 부른다 한다. 그만큼 비선대 주변의 풍광이 수려하다는 뜻인 듯하다.

비선대 오른쪽으로 적벽위로는 미륵봉(장군봉), 형제봉, 선녀봉이 나란히 우뚝 서있어, 그 수려함과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하늘을 떠 바치는 기둥처럼 우뚝한 장군봉 암봉에는 암벽릿지를 즐기는 크라이머들이 대롱대롱 밧줄에 의지하여 정상을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천불동 계곡이며, 오른쪽으로 향하면 금강굴과 마등령으로 향하는 길이다.

마등령으로 조금 오르다 보면 금강굴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금강굴은 오똑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장군봉 허리에 있어서 가파른 철계단을 지그재그로 올라야 한다. 철사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암벽을 타고 올랐는지 옛길의 흔적이 보인다.

금강굴을 오르다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전망대에 서면 앞으로 화채능선이 대청봉을 향하여 뻗어 올라가고, 아래로는 수려한 천불동계곡이 골을 이루며 무너미재를 향하여 늘어서 있다.

금강굴로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암벽에 담쟁이와 함께 야생화가 피어 아름답다. 금강굴은 암벽에 붙은 굴로 안쪽에 불당을 차려놓고 스님이 독경을 하고 있다. 이곳까지 왔으니 약소하나마 시주를 조금하고 다시 갈림길로 내려온다. 아침일찍 오느라 아침을 먹지 않았으니 울마늘 밥좀 먹고 가자한다. 나는 엇저녁 과음으로 속이 좋지 않아 아침을 생략하고 간단하게 간식으로 대신한다. 이곳에는 산객이 앉아 쉬면 으레이 다람쥐가 따라 붙는다. 밥을 조금 떼어주니, 귀여운 모습으로 맛있게 먹는다.

마등령으로 오르는 길은 계속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한다. 가끔씩 주변에 멋진 암봉들도 보이고 뒤돌아 보면 수려한 설악의 모습이 조망된다. 비선대에서 세존봉 아래에 있는 전망대까지 오르는 동안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되므로 마등령을 오를때에는 체력안배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오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다. 곳곳에 암봉들이 군락을 이루고 수목이 어우러지니 그 웅장함과 함께 명산의 명성을 다 하는 듯하다. 산은 이리도 웅장하고 멋스러움에도 언제나 침묵으로 의연한데...세파에 찌들은 모습으로 아등거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뒤돌아 보게 한다.

오늘의 산행은 동료직원 4명에다 울마늘이 동행을 하여 도합 6명이다. 산행을 자주하지 않거나 장거리 산행의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녹녹치 않은 마등령-공룡능선-천불동코스를 무사히 마칠지 걱정이 앞선다.

오르다 뒤돌아 보면 오른쪽으로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멋진 암봉이 꽃다발처럼 늘어선 모습이 눈부시리만치 아름다워 보인다.

가파른 등산로를 타고 오르다 보면, 세존봉 아래에 있는 급수대을 못미쳐 전망대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점심을 먹는다. 다들 모처럼 하는 산행이 즐거운 듯하다. 그러나 마등령을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하여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데다, 오르막의 중간에 식사를 하고나니 걸음이 더욱 무거워져 리듬이 깨지는 듯하다.

고도가 높아지자 청명하던 하늘에 운무가 밀려온다. 어렵게 찾아온 공룡능선이 운무로 인하여 감상을 할 수 없다면 이것이야 말로 비극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높이를 더할수록 웅장하고 멋들어진 암봉의 모습들이 운무에 쌓여 희미하게 눈에 들어 온다.

세존봉 아래쪽으로 수도꼭지가 연결된 급수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할 수가 있다. 마등령을 못미쳐 폭우와 산객에 시달린 등산로를 정비하는 작업팀을 만날 수가 있다. 유실된 등산로를 헬기로 돌을 실어 올려 정비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산행중 곳곳에서 볼 수가 있다.

금강문을 지나 마등령에 오르게 된다. 4시간을 계획했던 마등령은 금강굴을 다녀오고 도중에 점심을 먹고 쉰 댓가로 5시간이 소요되었다. 마등령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운해로 가득하여 절경을 만들어 놓았다. 운해는 설악동, 천불동과 멀리 속초까지 뒤덮어서 동해의 푸른바다와 맞물려 있다. 어디까지가 운해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운해위로 멀리 화채봉이 보이고 능선을 타고 올라와 오른쪽으로 대청봉에 이어진다.

오늘, 공룡능선에 올라 운해를 볼 수 있을런지 은근히 걱정을 하였건만, 설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마등령에 오르니 모두 초반부터 많은 체력을 소모하고 힘들어 한다. 이곳에서 몇명은 하산을 원한다. 그러나 마등령이 이미 1,300고지가 넘으니 높이로는 이미 설악의 산상에 오른 듯한데, 공룡능선을 포기하고 하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고통스럽기야 어제 저녁 과음에 두끼나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무릅부상도 완치되지 않은 나만하기야 하겠는가? 살살 꼬셔서 공룡능선으로 향한다.

마등령을 내려서면 오세암으로 향하는 길과 공룡능선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잘 정비된 등산로를 타고 나한봉으로 오른다. 가끔은 철쭉꽃의 모습도 보이고, 등산로 주변에는 유난히 앵초가 많아 지천으로 꽃을 피워 놓았다.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공룡능선의 장쾌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에서 공룡능선은 어느 정도 중압감을 안겨다 준다. 멀리 중청이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다.

공룡의 몸통은 운무로 가려져 있고 톱날 같은 능선만이 드러나 있다. 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경계로 하며, 가파른 능선이 공룡의 등줄기와 같다 하여 공룡능선이라 부른다 한다. 1,275봉인 천화대를 비롯하여 일곱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칠형제봉이 천불동을 향하여 내리꽂혀 있다. 설악골과 잦은바위골로 내리 뻗은 지류가 있고, 용아장성과 서북능선으로 둘러 쌓여 암봉의 화원을 만들어 놓아 절경을 이루고 있다.

안부로 내려가 다시 가파른 봉우리에 올라서니, 운무는 더욱 산골을 밀고 올라와 있다. 운무는 넘실넘실 꿈틀거리며, 수시로 변화하며 호수의 물이 넘쳐 흐르 듯, 낮은 곳을 향하여 흘러 내리고 있다.

과음으로 밥을 먹지 못하여서인지? 이쯤에서 전해질 부족현상이 일어난다. 비상으로 가지고 다니며, 몇년째 배낭속에 사용하지 않고 처박아 둔 소금을 꺼내 한입 털어 넣는다.(에구! 요것이 맛소금...ㅠㅠ) 컨다션이 좋지 않아 땀을 너무 흘린 탓이리라. 노동이나 운동등으로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땀과 함께 전해질도(나트륨, 칼륨등) 함께 빠져 나간다. 전해질이 부족하면 적혈구가 파괴되고 산소공급이 어려워져 현기증이나 무기력, 두통등을 일으키며, 심지어는 혼수상태에 이를수도 있다. 이럴때 바로 염분이나 이온음료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요즘 시중에 팔고 있는 이온음료는 염분과 빠르게 에너지가 되는 포도당을 우리 몸속의 체액과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효과가 좋으며, 약국에서 염분에다 포도당을 가미하여 정제로 만들어 파는 것도 있으니(한통에 13,000원) 한통 구입하면 몇년은 쓸수 있을 것 같다. 더운 날씨에 장거리 산행을 할때는 소금이나 이온음료 등을 꼭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시 가파른 암벽을 타고 내려온다. 오르면 또 내리고 내리면 또 오르기를 몇번이나 되풀이 했는가? 이번에 오르면 공룡의 끝이련가 하는 기대와는 달리 가끔씩 보이는 안내판은 쉽사리 거리를 좁혀주지 않는다.

지루할만큼의 긴 여정에 피로를 달래주는 것은 암봉에 올랐을때의 운해로 가득한 설악의 장쾌함이리라! 장거리 산행에 익숙치 않고 지친 여자들을 이끄느라 걸음은 점점 느려져 간다.

같은 설악임에도 외설악으로는 운무로 가득하나 내설악을 뻗어 내린 가야동계곡은 청명하여 햇살이 눈부시니 양쪽이 너무 대조적이다. 그래서 태산의 날씨는 가끔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을 만나고는 하는 듯하다.

운무는 동해와 연결하여 바다위에 떠 있는 듯하며 운무사이로 속초의 아파트들이 내려다 보인다. 바다는 운무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한 모습으로 침묵하고 있다.

최과장은 벌레들의 습격으로 쇠약해진 다람쥐 한마리를 발견하고는 벌레를 털어주고 쵸코렛 한조각도 옆에 놓아 두고 온다. 최씨에 옹니, 곱쓸머리로 고집하나 빼놓으면, 내세울 것이 없는 것 같더구만 가끔은 저런 자상한 면도 있으니 인간미가 돋보인다.

모두들 힘들어 하지만 울마늘도 많이 힘든 모양이다. 두달이나 산행을 하지 않고 며칠째 끙끙 앓다가, 오늘 큰맘 먹고 따라 나섰는데 몸이 적응하기 전에 쬠 힘든코스를 택한 것 같다.

골을 타고 흐르는 운무는 산상으로 몰려와 암봉을 휘감아 흐르기도 하다 밀려 가기도 하니, 운무의 향연은 제대로 보는 것 같다.

곳곳에 어우러진 암봉들은 저녁햇살에 화사하다. 맨 아래 바위는 거북이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니 거북바위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외설악과 공룡능선의 운무와 암봉의 파노라마는 계속 이어진다. 암봉사이를 헤집고 꿈틀거리는 운무의 향연이 가히 절경이니, 사진작가가 올라와 카메라를 세워 놓고는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보인다.

이쯤에서 아가씨 두분을 만난다. 한분은 매우 지친 듯하다. 응급처치 요령은 익숙한지? 장비는 충분한지? 걱정이 된다. 우리팀 여자들만 없으면, 쬠 도와주고 싶지만, 울팀 여자들도 만만치 않게 지쳐있는 것 같다.

 
 

앞으로 신선봉이 보인다. 저곳에 오르면 공룡능선의 끝이니, 무너미고개로 하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부에 내려서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신선봉에 올라서서 뒤돌아 보는 공룡의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어찌 이 광경을 보고,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고 전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주임은 잘생긴 얼굴이 베트공처럼 보이네(모자땜시?), 다들, 이곳까지 오르느라 수고들 하셨습니다. 긴 여정의 끝인가 싶은 산행은 서산에 기우는 해를 등지고 다시 무너미고개를 지나 설악동까지 가야하니, 하산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설악의 깊은 골은 운무가 가득하고 운무를 뚫고 암봉들이 공룡이 아닌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도 그 누구인가는 천화대에 로프를 걸고 오르고 있을 것 같다. 운무는 살아 있는 듯이 용틀음을 하며, 시시각각 변화를 주어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경이로움을 만들어 놓는다.

 

신선봉을 뒤로하고 가파른 등산로를 밧줄에 의지하고 내려선다. 많이 지쳤는지 걸음도 느리고 무릅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안하던 무릅보호대를 했더니만 땀이 난 정강이가 보호대에 쓸려 부르터 버렸다. 무엇이든 처음이 문제이니, 경험이야 말로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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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하다 나무가지 사이로 내려다 본 천불동의 수려한 모습이다. 지난 겨울에 홀로 눈쌓인 천불동계곡으로 무너미제에 올랐다가 하산을 한적이 있다. 그때는, 왕복 7시간을 소요하였는데, 지금의 걸음이라면 하산길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무너미고개에서 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연주폭포가 나온다. 이곳에서 세수도 하고 족탁도 해본다. 그러나, 물이 너무 차가워 아직은 오래 담그기가 힘들다.
천당폭포 위로 철계단을 타고 내려오다보면 양폭포가 나온다. 골이 깊은 천불동은 어둠에 쌓이고 양폭산장에 불이 들어온다. 어둠으로 인하여 더 이상 천불동의 수려함은 볼수가 없고, 오르지 헤드렌턴에 의지하고 아래로 향한다. 하산중에 사회복지사님이 전해질 부족으로 현기증과 무기력을 호소하고, 잇따라 울마늘도 두통과 무기력을 호소한다. 급히 소금을 투여하고 잠시 쉬어 하산을 이어간다. 오늘 소금장수는 제대로 한 듯하다. 비선대휴게소에서 도토리묵에 막걸리로 하산주를 마시는데, 덤으로 김치전을 얻어 먹으니 선입견이 있던 관광지의 인심이 오늘따라 후해 보인다.
12시간이면 족 할 것으로 예상한 산행은, 14시간을 소요하고 설악동에 도착한다. 설악은 짙은 어둠에 쌓이고 권금성 뒤로 구름에 반쯤 가린 보름달이 휘영청 걸려 있고, 늦은 밤을 벗삼아 가끔씩 산을 오르는 산객들의 모습도 보인다. 언젠가는 다시 찾아와 용아장성을 걸을 것을 기약하며 고단함을 가득안고 설악을 떠난다. /굽이쳐 흰띠 두른 능선길을 따라 /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던 산행을 /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 <설악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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