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산엘 간다고, 집을 나왔으나, 바람도 불고 비가 제법 내린다. 비를 맞으며 산에 올라, 칼바람을 맞을 생각을 하니 썩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울마늘은 빨갱이와 전투중이라 못간다 하는데 삐져서 인 것도 같고(에구~주(酒)여!) 근처에 점말동굴이 있는데, 가보지 못하였으니 동굴에 들렀다가 한나절은 헬스장에서 때우고, 내일은 마누라 살살 꼬셔 설악산이나 가자구 해야지....그러나 작전실패(난, 여자 꼬시는 재주는 별로다.)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고 설악산으로 향한다. 3시간 걸려 도착하니, 장엄한 설악이 반기니 남한 제일의 명산이라는 설악의 면모가 돋보인다. 2년전인가? 단풍피크철에 찾아 왔다가 사람들에게 깔려 죽는 줄 알고, 그 머시기라나? 하였튼 폭포까지만 다녀오고 도망 오듯이 빠져나오고는 오늘이 처음이다.
설악동에 들어서니 천불동 들머리로 커다란 청동좌불상과 함께 아름드리 전나무가 서있는 신흥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울산바위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올려다 보인다. 계획도 없이 왔으니 어데로 갈까 망설인다. 가까운 곳에 다녀오려니 그렇고 대청봉에 다녀오기는 하루에 힘들 것이고....그래도 안되면 양폭까지 만이라도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대청봉으로 향한다.
<신흥사, 청동좌불상>
설악산이야 넘 유명하니, 설명은 필요가 없을 터이고, 대충 우리나라에서 한라산과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고(주봉인 대청봉:1,708m) 아름답기로는 제일의 명산이라는 것과 수려한 암봉과 깊은 계곡과 맑은 물과 여름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설산으로 사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명산중의 제일가는 명산이라는 것 정도만~
설악동 들머리로 들어서니 송림이 빼곡하게 우거진 길을 따라 들어간다. 조금 오르다 보면 비선대가 나온다. 기암절벽사이로 넓은 바위가 못을 이루고, 이곳에서 미륵봉(장군봉), 형제봉, 선녀봉이 보이고,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으로 향하는 길과 천불동으로 들어가는 길로 갈라진다. 사전에 공부라도 하고 갔으면 쬠 알텐데 어느 것이 무슨봉인지? 설악산 관리사무소에서 산행안내도 한장 달라고 하니, 16절지에 설악산 전체가 나온것을 준다. 그림도 그려넣고 글씨도 써 넣은 것 같기는 한데... 내 시력으로는 돋보기 2개를 써도 안보일 터인즉, 오다가 쓰레기통으로...ㅠㅠ
<비선대>
비선대를 지나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입석(선바위)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천개의 불상을 연상시킨다는 천불동으로 들어선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미륵봉, 적벽>
귀면암을 지나 협곡과 같은 암봉들이 늘어선 계곡을 철다리와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다섯개의 폭포가 연이어 떨어진다는 오련폭포가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양폭산장이 보인다. 산장의 왼쪽으로 거대한 암봉들이 우뚝 서있다.
<귀면암>
양폭산장의 맞은 편으로 깍아지른듯한 암봉인 만경대와 고갈봉이 협곡을 이루고 협곡사이로, 오련폭포가 보인다. 겨울이라 폭포는 꽁꽁 얼어 있어 물은 흐르지 않는다.
<오련폭포>
산악회나 개인적으로 온 산객들도 대부분, 이곳에서 원점회귀산행을 한다. 설악동에서 이곳까지 오른뒤에 다시 설악동으로 돌아가면 5시간정도 소요된다. 이곳에서 많은 산객들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양폭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피를 할 수 있는 대피소가 마련되어 있으며 작은 매점에서는 어묵이나 컵라면 등 간단한 먹거리를 구할 수가 있다. 마늘이 싸준 볶음밥이 보온도시락 안에서 따스하긴 한데 별로 밥 생각이 없어 어묵을 한그릇 사서 양갱 두개와 함께 점심으로 때우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양폭산장>
양폭산장 앞에는 음폭포의 왼쪽으로?양폭포가 있어, 이곳을 양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양폭포의 오른쪽 경사면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철계단을 오르면 천당폭포위로 철계단을 타고 희운각으로 향하게 된다.
<양폭포>
대부분의 산객들은 이곳에서 하산을 하고 가끔 오색에서 올라 대청봉을 경유하여, 하산을 하는 사람을 만날수가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산행을 하는 사람은 중청대피소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하산을 할 사람들이다. 대피소 관리자가 어데까지 가느냐 묻길래 대청봉에 오른뒤에 야간하산을 할 계획이라니 안 된단다. 요즘 연이은 실종으로 골치가 아파 야간등산은 엄하게 통제를 한단다. 실제로 이날도 2명이 조난하여 어렵게 구조되고 한명은 사망한체로 나흘만에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는데 그냥 이곳에서 하산하기에는 조금 아쉬우니 희연각으로 향한다. 이곳부터는 산객이 많지 않아 눈이 많이 쌓여 있으니 스패츠를 착용하고 오른다.
암봉은 곳곳에 늘어서 있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니 역시 설악은 설악이다.
<신선대>
이것이 사진이 뒤죽박죽 어데쯤인지 모르겠네? 올라가다 찍고 내려오다 찍으니 정리가 안되어서....
나는, 왜? 소시적부터 정리가, 잘 안되는지...ㅠㅠ, 뭐~대충 구경하고......
암봉과 철계단이 끝나고 가파른 무너미고개길을 올라가야 한다. 눈이 많이 쌓여서 발걸음이 더디다. 더이상 하산을 하는 사람들은 없고 중청봉대피소로 향하는 사람들을 몇명 양폭에서 만났는데 그분들은 짐이 많아서인지 한참 처진 듯하다. 무너미 고갯마루를 오르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이넘의 날씨가 대한때 낫잠을 자더니 오늘이 입춘인 것을 어찌 알았는지, 넘 포근하여 연신 땀을 흘려대니 얼굴에서 소금이 버석버석한다.
경사로에 눈이 많이 쌓인데다 가루눈이 되다보니 발걸음을 옮기가 쉽지가 않다. 구간에 따라서는 많은 눈이 쌓인곳도 있다. 등산로에는 사람들이 밟은데다 눈이 쌓이고 하여 그런대로 괜찮으나 외길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푹푹 빠진다. 스틱이 끝까지 다 들어간다.
무너미재에 올라 따끈한 물을 마시고 잠시 쉰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옅은, 황사가 와서 그런지, 몰래 담배를 피워서 그런지 목이 깔깔하다. 4시간을 올라 왔는데 피로도 좀 오고 겨울산행치고는 땀도 많이 흘렸다. 중청봉에서 1박을 하고 내일 대청봉에 들렀다 하산을 할 것인지 갈등이 생긴다. 야간산행을 금하고 있으니 시간으로 보아 하산을 한다면 여기서 돌아가야 한다. 실제로 대피소에서 지키고 있으니 걸리면 대피소에서 자야 할테고....집에서 나올때는 마늘에게 늦으면 야간산행하는 줄 알라하고 나오긴 했는데....
울 마늘 걱정할 것을 생각하니, 집엘 가야 할 것 같다. 삐지기도 하였는데 일부러 안들어 가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중에 매점 아줌마 손에 이끌려서 마신 김치 한조각과, 막걸리 맛은 최고였다. 운전만 아니라면 죽치고 앉아 몇 잔 쭈~욱~, 설악동에 도착하니 7시간을 소요하고 산행을 마친다. 속초에서 쐬주 한잔에 저녁을 먹고 해수탕에 목욕을 하고, 설악의 구석구석을 누빌 그날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한다.
<저 높은 봉우리에 백설이 필적에 / 나는야 생각난다 누구(?)모습이~ /내 어이 잊으리요 꿈 같던 산행을 /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설악가" 중에서.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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