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눈보라 속의 함백산 산행기

바위산(遊山) 2007. 1. 7. 09:29
여행지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강원도의 함백산을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년 1월 6일 (토)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일기예보에는 주말에 전국적으로 눈이 오고 지역에 따라서는 폭설도 예상된다니 산엘 간다면 멋진 눈산행을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몇몇 직원들과 태백산을 오르기로 하였으나 자주 가기도 하였고 넘 밋밋하니 함백산으로 향한다. 함백산으로 향하는 길에도 눈발이 날리고 길이 미끄러우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차창으로 내다 보이는 눈내린 산야의 풍경이 아름답고도 정겹게 보이나 바람이 숲에 쌓인 눈을 날려 올리는 모습이 산정에는 예사롭지 않은 강풍을 예고 하는 듯하다.

정암사를 조금 지나쳐서 산행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경사가 심한 곳을 올라야 한다.

눈 쌓인 등산로를 우리가 처음 뚫고 올라 간다. 대략 난감한 것이 직원들만의 산행으로 알았는데 직원 가족분들이 다섯명이나 동행을 하였고 그 중 어린이가 세명이니 겨울산의 혹독함을 잘 아는터라 걱정이 앞서나 안되면 중도탈출을 하더라도 이곳까지 왔으니 올라가 보기로 한다. 조금 오르니 샘터가 나오고 이곳에서 냉수 한잔씩을 마시고 산행을 이어간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도 오른다. 초딩 고학년인 하늘이는 산행을 많이 해 보았는지 걷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고 산행팀 중에 가장 막내둥이 남헌이는 초딩 2학년으로 홍실장가(家)의 대주감인데 걱정이 많이 된다. 건장한 산객이 몇명 있으니 워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니 걸음은 느리지만 씩씩하게 오른다. 오르기 전에 무사히 다녀오면 상금을 주겠다고 해 놓고는 힘낼 것을 독려 한다.

 

첫번째 안부에 오르니 안내판이 나온다. 초심자나 겨울산행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아이들까지 함께하니 걱정이 된다. 겨울산행이 장비와 체력싸움인데 스틱이나 아이젠을 챙기지 않은 사람도 있고 바람을 막아 줄 방한모나 방한장갑도 챙기지 않은 사람도 있으며 스패츠나 마스크는 거의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이거야 말로 최악의 오합지졸로 구성된 산행팀이다.

오를수록 아름다운 눈꽃의 풍경이 눈에 들어 오고 산행의 재미는 더하나 막내둥이 남헌이가 자꾸 처지니 공수출신 최과장이 전담마크를 해보나 녹녹치가 않으니 나도 함께 가세를 해본다.

등산로가 눈에 덮혀 있어 발자욱도 없으니 무릅까지 푹푹 빠지는 등산로를 리본을 찾아 길을 만들며 전진한다. 오늘 나한테서 스패츠 한개 선물 받은 엄기사가 스패츠 찬 죄로 앞장을 서서 등산로를 뚫으며 나간다....힘이 너무 들었는지 하산 후에 엉치와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집에 가도 일주일은 야간업무는 못 할 듯하고.....^^*

눈발은 잠시 주춤하다 다시 내리기를 거듭 한다. 수목이 우거진 산은 조용하나 숲의 윗 부분에서 거센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날리니 나무가 없는 능선과 정상부분의 칼바람이 대단함을 예측할 수가 있다.

중함백이 가까워 질수록 내리는 눈도 양을 더하고 바람도 제법 거세어 지나 잠시 눈보라가 주춤한 사이에 중함백의 부드러운 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희미하나마 함백산의 모습이 보인다.

구간에 따라서는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 있으니 쬐그마한 남헌이가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홍실장도 초보인데....오늘 모자가 합동으로 극기훈련은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중함백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면서 주목과 고사목 군락지가 나온다.

눈꽃이 핀 주목의 모습도 멋지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고사목에도 눈꽃이 피어 있다.

그러나 주목군락지에는 주목의 훼손을 염려하여 철조망을 처 놓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주목군락지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흰눈에 키작은 잡목만이 듬성듬성 있으며 예상하였던 것처럼 칼바람이 눈보라를 만들어 놓으니 고개를 들기도 어렵다. 모두들 먼저 올라 가고 남헌이 때문에 힘겹게 뒤를 따른다.

몰아치는 눈보라가 거세니 시야를 가리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으니 아이들 때문에 이대로 강행을 하기에는 어려울 듯하다. 열심히 선두에 붙어서 강행을 한 하늘이의 신발은 양말과 함께 얼음으로 더덕더덕 얼어 붙어 있어 동상이 걱정이 된다. 급히 예비용으로 가져온 양말을 갈아 신긴다.

함백산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함께 KBS송신소가 있고 KT중계탑을 관리하는 관리소가 있다.

사진으로는 조용해 보이나 실제로는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 치고 있는 모습이니 동영상을 보지 않고는 실감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맨 아래 동영상을 올려 놓았으니 보시면 칼바람 소리와 함께 눈보라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점심도 먹지 못하였으니 배고프다는 사람도 있고 모두들 힘들어 하니 잠시라도 쉴 곳을 찾아야 할텐데 마땅한 곳이 없어 KT 관리소의 문을 두들기니 직원분이 반갑게 맞이하여 들어 오라고 한다. 라면을 끓여 준다고 하는데 밥을 싸가지고 왔으니 밥과 간식으로 간단히 시장기를 메우고 라지에타에다 젖은 양말과 모자등도 말리고 새롭게 무장을 한다. 친절하게 일일이 배려하고 도와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후일 꼭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

배낭 가득히 챙겨 온 비상용품들을 모두 나누어 주고나니 배낭에는 달랑 비상약품통만 남았다. 출입문을 열고 나오자 고개를 들기조차 힘들게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친다. 그러나 더 늦으면 추위와 어둠과 싸워야 하니 비상도로를 타고 하산을 서두른다.

아래 사진은 올라 가는 사진이 아니고 눈보라를 피하여 등을 돌리고 뒤로 걸어서 내려오는 장면이다. 다행이 도중에 제설차량을 만나 남헌이 모자를 태워서 하산시키고 뒤를 따른다. 4시간 30분을 예상한 산행은 폭설과 눈보라와 아이들 때문으로 6시간을 소비하고 산행을 마친다.

준비 없는 오합지졸들의 눈보라속 산행은 혹독했으나 좋은 추억과 함께 좀 더 성숙해 지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산행에 동참해 주신분들 고생 많이 하셨고 어린나이에 끝까지 굴하지 않고 산행에 임한 남헌이와 하늘이가 자랑스러우니 살아가며 어려운 일에 닥칠때 인내할 수 있는 힘이 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남헌이, 하늘이 화이팅!

함백산은 해발 1,573m로 태백산의 진산이며 태백산 보다는 조금 높다.

태백과 영월군과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는 강원동부의 최고봉이나 태백산의 명성에 묻혀 있어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으며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다. 보통 싸리제에서 망항제까지 종주산행을 하는데 소요시간은 3시간 반정도 소요되나 겨울철 눈이 쌓인 정도나 기후에 따라서는 시간이 배가 될 수도 있다. 주목과 고사목 군락지가 있고 정상에는 송신소가 있다. 송신소 직원의 말로는 종종 조난자가 생긴다 하니 조난이 걱정된다면 KT관리소를 찾아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비상도로를 탈출구로 삼으면 좋을 듯하다.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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