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봉▲
극성을 부리던 추위가 한결 누그러 들었다. 며칠째 감기로 골골하는 몸을 끌고 조촐한 인원이 청풍호반의 옥순봉을 찾아간다. 고향의 뒷산처럼 자주 오른 산이지만 정규탐방로만을 고집하였는데 오늘은 늘 궁굼하면서도 참아왔던 비지정탐방로를 돌아 볼 계획이다.
옥순봉.구담봉 등산지도▲
옥순봉.구담봉 산행기점은 장회나루 서쪽에 위치한 계란리 계란재가 산행들머리다. <토정비결>의 저자이자 조선시대 문신인 이지함 선생이 금수산에 올라 내려다보니 마치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계란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계란재는 봉화대 오티리에서 봉화를 받아 단양으로 전하던 요충지로 단양과 제천을 경계로 하는 곳이다.
단원 김흥도의 옥순봉도▲
월악산국립공원구역내에 위치한 옥순봉 들머리에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옥순봉도가 있다. 정조의 초상화를 잘 그린 덕분에 괴산 연풍의 현감으로 부임한 1796년에 <옥순봉도>를 그려 그의 대표 작품인 <병진년화첩>에 한폭으로 남아 있어 보물 제782호로 지정되어 있다.
375봉 오름길▲
들머리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다. 녹지 않은 눈으로 조금 미끄러운 곳도 있으나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다. 임도를 걸어 채석장에 다다르면 동동주와 음료수등을 파는 비닐하우스가 있으나 굳게 닫혀있다. 봄부터 가을로 이어지며 산객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 것에 비하면 겨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비교적 적은편으로 등산로는 한산하기까지하다.
옥순봉에서 본 375봉▲
임도가 끝나고 채석장부터는 통나무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수목이 울창한 375봉에 오르면 동쪽으로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청풍호반이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이고 호반 건너 암반으로 이루어진 "새바위"가 있는 둥지봉이 보이고 둥지봉 너머로 가은산 마루금이 늘어서 있고 멀리 금수산이 뾰족하게 조망된다. 모두가 청풍호반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산들이다.
구담봉(전)과 말목산(후)▲
375봉은 옥순봉과 구담봉 갈림길이다. 375봉에서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내려서서 유순한 암릉길을 걸으면 다시 가파른 암릉을 타고 침니 구간인 구담봉 안부에 다다른다. 안부에서 암봉으로 오똑한 구담봉의 직벽을 타고 오른다. 직벽구간엔 쇠줄이 달려 있어 짧은 체력을 요구하고 위험하지만 그리 어려운 구간은 아니다. 직벽을 기어 오르면 구담봉에 오르게 된다. 구담봉에 서면 주변의 조망이 일품이다
구담봉 가는길 암릉길▲
첫번째 철난간구간▲
안부 암릉길▲
언 제 : 2013년 1월 19일(토) 흐림
누구와 : 창민산악회(5명)
어데에 : 옥순봉.구담봉(계란재~375봉~구담봉~작은구담봉~옥순봉~375봉~계란재)
소요시간 : 4시간
구담봉은 물아래 비치는 모습이 거북이 뭍으로 기어 올라가는 듯하다 하여 구담봉이라 부른다. 높이가 330m의 작은 암봉이지만 그 수려함은 어느 산에 비하여도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옥순봉과 구담봉을 설악을 닮았다 하여 소설악, 또는 금강산을 닮았다 하여 소금강이라고도 부른다.
구담봉▲
구담봉 어느 암봉의 꼭대기에는 거북을 닮은 바위가 있는데, 이를 찾아 바라보면 100수를 누리며 장수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 보아도 내눈에는 거북바위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에 서면 "아! 절경이다" 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작은 구담봉▲
구담봉 안부내림길▲
구담봉 오름길▲
지나온 암봉▲
장회나루와 제비봉▲
구담봉 정상표지석▲
정상 암봉▲
작은 구담봉▲
구담봉 정상에 오르면 말목산과 제비봉을 비롯하여 금수산으로 이어져 나가는 둥지봉과 가은산의 암릉이 호반과 어우러지고, 장회나루 선착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유람선 안내방송으로 시끌하겠지만 얼어붙은 선착장의 유람선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어 고즈넉하다.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풍경을 감상하고 옥순봉으로 향한다.
옥순봉과 구담봉 근처에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장회나루에 유람선을 타는 것도 좋으며 제비봉, 둥지봉, 가은산 등을 둘러 보는 것도 좋고 계란리 부근을 둘러보고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계란교 우측 200미터 지점에는 도둑에 얽힌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도둑바위, 도둑굴, 도둑발자국 등이 있다.
작은구담봉▲
임진왜란 때 피난민들이 일시에 몰려들자 도둑들이 괴곡리에서 계란리로 넘어오는 사람들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계란리로 넘어가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과 같이 가라고 만류했으나 급한 일이 있다는 이유로 할머니 혼자 길을 나섰다. 도둑이 어김없이 나타나 할머니의 보따리를 뺏으려하자 오히려 할머니가 도둑을 두들겨 패 도망치게 했다.
걱정이 된 마을 사람들이 뒤쫓아 와보니 이미 할머니는 사라진 뒤였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도둑들이 없어지고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신선이 할머니로 변신하여 도둑들을 쫓아냈다고 생각했다. 그 때 도둑들이 있던 바위가 도둑바위, 도둑들이 남긴 발자국을 도둑발자국, 도둑들이 숨어 지내던 곳을 도둑굴이라 한다.
작은 구담봉에서 본 구담봉▲
계란리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피난터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 곳에는 100여명이 쉴 수 있는 넓은 바위가 있으며 장수의 발자국과 여러 형상의 바위들이 있다. 임진왜란 때 한 장수가 전장에 나가기 전 바위를 거닐며 발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싸우던 중 부상을 당한 장수는 몸을 이끌고 와 이 곳에서 목숨을 끊었으며, 한이 서린 장수는 바위로 변했다고 하며 장군바위라고 일컫는다.
말목산▲
또한 장수가 타고 다니던 말은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벼랑에서 떨어져 죽으려하자 바위로 변했다고 전해지며 이를 말바위라고 부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애기 둘 업은 할미바위가 있는데 이 것 또한 장수의 죽음을 전해들은 할머니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으려하자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작은 구담봉 내림길▲
구담봉에서 작은 구담봉으로 향한다. 출입금지 표지판을 무시하고 구담봉 북릉을 타고 내려온다. 이곳은 비지정탐방로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으로 몇개의 발자욱만이 눈위에 찍혀 있어 등산로임을 말한다. 작은 구담봉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작은 구담봉 암봉으로 오른다.
작은 구담봉에 올랐다가 호변으로 하산을 한다. 하산길은 몇군데의 위험한 난코스가 있다. 밧줄이 달려 있다면 괜찮겠지만 이곳은 위험구간에도 밧줄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몇번을 버벅대며 내려오면 호변으로 내려서게 된다. 이곳부터는 완만한 두개의 지능선을 넘으며 걷게 된다.
며칠째 감기로 고생을 하였지만 콧물과 기침의 방해가 산행의 재미를 그리 줄이지는 못한다. 아니 가본 길,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희열같은 것을 만들어 준다.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상쾌한 바람, 처음 만나는 풍경들, 그런 것들이 시간만 나면 산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너럭바위전망대▲
구담봉-375봉 능선▲
호변으로 여맥을 가라 앉히는 두개의 지능선을 넘어 옥순봉 남동릉으로 오른다. 조용하던 산판이 갑자기 시끌해진다. 장회나루에 숨죽이고 있던 유람선이 얼음을 깨며 유람에 나섰다.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와 안내방송소리까지 더한 소음이 정적을 깨트린다.
둥지봉▲
얼음을 깨고 달리는 유람선▲
옥순봉 아래로는 단양출신 명기인 "두향"의 묘가 있다고 한다.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부임하였을때 퇴계를 모시던 두향은 퇴계가 단양군수의 임기를 마치고 떠났어도, 그를 잊지 못하여 수절하였고 죽고 난 뒤에 이곳에 묻혔다. 사람들은 두향의 절개를 높이사서 지금도 단오날이면 <두향제>를 지낸다고 한다.옥순봉 상단▲
퇴계를 사모하여 평생 퇴게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았으나, 두향은 퇴계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도 같다. 단양 출신인 두향이 당시 청풍군 관할인 옥순봉을 단양군 관할로 해달라고 퇴계에게 간곡히 청하였으나 청풍군수의 반대로 이루지 못하자, 퇴계는 이 절벽에 <단구동문>이라 각명하여 단양의 관문으로 정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옥순봉 하단▲
말목산,구담봉▲
▲옥순봉 오름길▼
옥순봉 남동릉을 타고 오르는 길은 아기자기하다. 유순한 암릉길을 타고 오르다보면 지나온 구담봉이 아스라히 뒤로 보이고 옥순봉의 아름다운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수려함에 호반이 어우러져 옥순봉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남동릉의 끝으로 출입금지표지가 달린 옥순봉 정상 아래에 다다른다.
옥순봉▲
옥순봉은 단양과 제천의 경계로 하여, 단양8경에도 속해 있지만 제천10경에도 속해 있다. 대나무순이 다발로 솟아 오른듯 암봉이 솟아 오른 옥순봉은 연산군때의 문신인 "김일손"이 <여지승람>에 그 절경을 극찬 하였으며, 청화자 "이중환"도 <산수록>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옥순봉 단애 암봉위에는 한팀의 산객이 점심을 먹고 있다.
옥순봉 상단▲
옥순봉에서 본 청풍호반▲
옥순봉 정상▲
정상 북쪽으로는 옥순대교 조망터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옥순대교와 철풍호반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시야를 파고든다. 조망을 즐기고 간단히 정상주 한잔 하고는 구담봉 갈림길인 375봉을 넘어 계란재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친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청풍호반의 산, 그 중심에 옥순봉과 구담봉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사랑길 암릉▲
옥순대교▼
<옥순봉 주변의 산 둘러보기-주소클릭>
둥지봉.새바위 산행기: http://blog.daum.net/suhan55/15963026
옥순봉.구담봉 단풍산행 : http://blog.daum.net/suhan55/15962714제비봉 암릉 산행기 : http://blog.daum.net/suhan55/15748327
말목산 종주 산행기 : http://blog.daum.net/suhan55/10549575
충주호 유람선 관광기 : http://blog.daum.net/suhan55/15962655
가은산 종주 산행기 : http://blog.daum.net/suhan55/9750450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산행.여행 > 충 청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지만 강하고 아기자기한 <가은산> (0) | 2013.02.25 |
---|---|
1박2일이 찾은 청풍호 전망대 비봉산 (0) | 2013.01.30 |
백설이 덮은 주론산 팔왕재-박달재자연휴양림 (0) | 2012.12.31 |
아름다운 청풍호반의 산 <둥지봉.새바위> (0) | 2012.12.17 |
소백산의 사계 (봄.여름.가을.겨울 풍경) (0) | 2012.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