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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덮은 주론산 팔왕재-박달재자연휴양림

바위산(遊山) 2012. 12. 31. 17:45

어제는 미끄러운 길을 구불구불 달려 월악산 신륵사코스를 찾았지만 산은 운무로 가득 차있어 오리무중이고  포근한 날씨가 설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홀로 터벅터벅 인적없는 산길을 걸어서 중턱까지 오르다 하산하여 사우나로 대신하였다.  밤새 내리던 눈이 그치고 햇살이 화창한 아침에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 오자며 집을 나섰지만 제천의 날씨는 매우 차갑고 바람마져 분다.

내린 눈이 얼어 붙어 멀리 출타하기도 어려워 제천에 있는 주론산을 찾아간다. 주론산은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치악산 남단에 자리한 남대봉(91,187m)에서 서남쪽 백운산(1,087m)으로 이어져 내리던 능선이 백운산 정상을 2km남겨둔 981봉에 이르면 남쪽으로 가지를 쳐 구학산(970m)을 솟구친 후 남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4km더 내려와 주론산을 빚어 놓았다.

주론산의 들머리는 제천시 봉양읍 구하리 배론성지와 박달재터널 아래에 자리한 박달재자연휴양림이다. 몇년전 베론성지에서 눈덮힌 주론산에 올라 본 적 있으므로 이번에는 박달재휴양림을 기점으로 하여본다. 베론성지는 한국 천주교사에서 길이 기억될 유서깊은 곳이다. 신유박해때 황사영이 북경의 주교에게 당시의 천주교 박해상황과 천주교도의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속에 숨어 집필한 곳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서양 교육기관인 배론신학교가 있던 곳으로 현재는 성역화되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랑산▲

 

경은사.리솜리조트 들머리▲

 

길은 미끄럽고 산천을 뒤덮은 백설이 분분하다. 경은사를 한 번 둘러보고 리솜리조트로 향한다. 리솜리조트에서 주론산에 올라 휴양림으로 하산을 할까 했지만 리조트에서 진입을 거부한다.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왔으나 휴양림도 주차를 거부한다. 오락가락 다시 경은사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휴양림 산책로인 임도를 따라 오른다.

경은사 들머리엔 노송이 어우러진 커다란 암봉이 있고 암봉위로 석탑이 서 있다. 주위의 암벽에도 해묵은 노송이 바위틈 사이를 비집고 서 있고 노송의 가지마다 흰눈이 덮어 좋은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경은사와 박달재자연휴양림 주변은 아름드리 송림이 빼곡하게 군락을 이루는 곳으로 솔향기를 맞으며 송림사이를 걷는 아주 좋은 산책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경은사 암봉과 석탑▲

 

경은사▲

 

경은사 비석▲

 

주론산 산행기점인 박달재휴양림은 충주쪽 38번 국도를 따라 제천으로 들어가다 박달재터널 아래 자리하고 있다. 휴양림으로 오르는 주론산은 평탄한 등산로와 편리한 교통, 시설 좋은 자연휴양림이 있어 중,장년층의 송년산행이나 가족산행으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휴양림에서 산책로로 개설해 놓은 임도를 따라 오른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은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달랑 두개의 발자욱만 나있는 눈길은 걷기가 매우 힘들다. 등줄기가 축축해질때까지 한참을 오르니, 중년부부가 앞서 오르고 있다. 부부산객을 뒤로 따돌리고 나니, 눈덮힌 임도는 개척산행이나 마찬가지다. 눈길을 처음 뚫고 오르는 것은 맨땅을 걷는 것보다 두배 이상의 체력이 소모되는 것 같다.

 

 

 

 

 

 

 

 

 

 

 

 

한시간 반 정도 걸어 팔랑재에 다다른다. 팔왕재부터는 산상으로 상고대가 화사하게 피어 있고, 팔왕재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매우 차갑다. 오늘따라 가까운 곳에 간다고 방한복을 챙기지 않고, 달랑 등산티에 혿재킷하나 걸쳤으니, 산 아래서 흥건히 솟던 땀은 쏙 들어가고 걸어도 춥고, 사진을 찍는다고 자주 노출한 손은 얼어 붙을 듯 시리다.  

송진채취 흔적▲

 

팔왕재▲

 

 

 

주론산 동릉 상고대▲

 

당겨보면~▲

 

팔왕재에서 동쪽으로 내려서면 베론성지다. 몇 년 전 홀로 눈쌓인 이길을 걸어 주론산에 올랐다가 길을 잘못들어 몇십리 밖으로 내려서는 바람에 몇번이나 차를 얻어타고 주차지까지 돌아 온 경험이 있다. 팡랑재에서 주론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눈으로 깊게 덮혀 있고, 가끔 산진승들의 발자욱만 보일뿐 사람의 발자욱 하나 없다.

 

 

주론산 북서릉 상고대▲

 

팔왕재에서 20~30분이며 주론산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이곳에서 하산을 한다. 눈길을 헤치고 산에 오르기도 힘겹겠지만 주론산 정상은 잡목지대로 별로 볼만한 풍경도 없거니와 조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상으로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은 체온을 저하시킨다. 심설산행을 하면서도 손이 얼고 발이 시림은 처음인 것 같다. 

주론산 북서릉 상고대▲

 

리솜리조트▲

 

하산은 박달재 방향 탐방로를 따른다. 내려오다 보면 박달재로 뻗어 나가는 남릉과 북서릉이 하얀 상고대로 덮혀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청명한 하늘에 반짝이는 상고대,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이 보석럼 반짝이며 하늘을 난다. 추위와 푹푹 빠지는 눈길만 아니라면 종일을 걸어도 즐거울 듯한 풍경이다. 

 

 

백운과 멀리 천등산▲

 

 

 

 

 

 

 

휴양림 날머리▲

 

 

 

 

 

 

 

오후가 되어도 좀처럼 기온은 오르지 않고 바람은 매우차다. 달달떨며 휴양림 날머리까지 내려와서 동쪽 언덕을 넘어 경은사에 도착하며 짧은 산행을 마친다. 백발처럼 주론산 자락을 하얗게 덮은 상고대 숲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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