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한국의 100대명산, 충북알프스 <구병산>

바위산(遊山) 2012. 9. 16. 16:28

산에는 삶의 이치와 진리가 스며 있다.  산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어서 남을 가리지 않고 묵묵하다. 그래서 산은 늘 그리움 같은 것을 만들어 놓는다. 이제는 조금씩 삶의 무게를 덜어 삶의 이치와 진리를 깨우치고, 산 만큼이나 묵묵하고 너그러운 포용을 얻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산을 그리워 하고 오늘도 산에 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병산>

무더위로 인하여 두어달 쉬었던 병원산악회 산행을 다시 시작하였다. 11명이라는 조촐한 인원이 충북알프스 3구간에 속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이라는 보은의 구병산을 찾아간다. 구병산은 국립공원인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그리 많이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요즘들어 산행인구도 늘고 교통도 좋아지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다.    

<적암리 → 위성기지국 가는길>

구병산은 예전에도 아내와 함께 두 번 오른적이 있는 산이다. 마지막으로 오른 것이 족히 7~8년은 된 것 같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에 남은 것이라고는 적암휴게소에서 오르는 길이 매우 가파랐다는 것과 정상에서의 암봉과 조망이 좋았다는 것 뿐이다. 산행 들머리인 적암휴게소에 도착하니, 마을 옆으로 고속도로휴게소도 자리하고, 한적하던 마을 옆으로 호사스런 마을회관과 함께 작은 운동장도 조성되어 있다.

<위성기지국>

휴게소에서 콘크리트 포도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니 마을이 시끌하다. 경찰도 출동하고 소방구조대들도 몰려왔다. 어제 이 곳에서 팔십대 노인이 버섯을 따러 산에 올랐다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등산과는 달리 버섯을 따려고 올랐다면 이 크고 넓은 산판에서 노인을 찾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을 발견하면 연락바란다는 마을 주민의 부탁을 받고 산으로 향한다. 

<구병산>

적암마을 중간에서 좌측으로 꺽어들면 위성기지국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평범한 농로길 옆으로 가을꽃도 피어 있고 누렇게 익어가는 논밭의 풍경이 정겹다. 위성기지국에서 산으로 접어들면 목조다리가 나오고 목조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오른다. 바위돌이 널린 계곡을 따라 얼마 오르지 않아 울창한 숲과 협곡을 만나게 된다. 이 깊고 울창한 산에서 어찌 실종된 노인을 찾을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홉폭의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하다 하여 불리어진 구병산(876m)은 속리산 줄기 형제봉(828m)과 비재 중간지점에 위치한 690m봉에서 분기한 산줄기가 남서쪽으로 약 12km를 뻗어가다가 마로면 적암리와 경북과의 도계에 웅장하고 아름답게 솟구친 산이다. 단애를 이루고 있는 암릉과 울창한 수림, 그리고 정상에서의 빼어난 조망 등 경관이 수려한 산이다. 곳곳에 깍아지른 절벽지대가 있어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고 산행을 하여야 한다. 

<왕초 염소>

바위돌이 너덜을 이루고 있는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 않으나, 중턱부터는 가파른 된비알을 주능선까지 계속 치고 올라야 하므로 조금은 식상하고 빡시게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오르는 중에 쌀난바위를 만나게 된다. 예전에 이 곳에서 쌀이 나왔다고 하여 쌀난바위 또는 쌀바위라고도 부른다. 

<쌀난바위>

쌀난바위 암벽에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내리고, 바위 아래로 작은 굴이 있어 기도터로 이용되고 있다. 기도터 아래로 염소 몇마리가 나타나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농가에서 기르던 염소들이 탈출을 한 것 같은데, 왕초 숫놈의 뿔이 부러진 것으로 보아 주도권 싸움에서 진 숫놈이 암놈을 데리고 탈출한 것 같다. 이놈들은 등산객들이 익숙한지, 사람들을 보아도 피하지 않고 여유를 부린다.  

우거진 숲에는 유독 단풍나무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구병산은 우거진 숲과 맑은 물로 여름산행지로 좋으나, 가을단풍이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가을산행지로도 아주 좋을 듯하다. 구병산 산행과 함께 근거리에 있는 서당골관광농원과 서원, 만수계곡, 삼가저수지와 계곡 위주로 자리잡고 있는 99칸의 선병국 고가를 비롯하여 역사의 산교육장인 삼년산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8경의 하나인 속리산 등을 같이 둘러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언   제 : 2012년 9월 15일(토)

누구와 : 창민산악회 11명

어데에 : 보은의 충북 알프스 '구병산' (적암리~숨은골~구병산~853봉~적암리, 5.5시간)

 

쌀난바위 위로 철계단이 나오고 철계단 옆으로 이끼바위에서 흘러 내리는 실폭포의 모습이 아름답다. 예로부터 보은에서는 속리산의 천황봉은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삼산이라 일컫는다. 보은군에서는 속리산 묘봉과 상학봉을 거쳐 관음봉과 문장대에 이르는 서북능선과 문장대에서 입석대, 청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형제봉을 지나 구병산을 연결하는  43.9km 구간을 '충북 알프스'로 등록하여 관광상품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으며, 충북알프스는 건각이라도 족히 3일은 잡아야 종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속리산 서북능선과 주능선, 그리고 구병산을 둘러 보았으니, 형제봉 구간을 빼고는 충북알프스의 알짜배기는 모두 돌아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회가 된다면 형제봉 구간도 한 번 둘러 보아야 할 것 같다.

 

<급경사 오름길>

 

<백운대.853봉.신선대>

철계단을 지나면 계곡을 덮은 너덜길은 부드러워 지나, 가파른 된비알을 계속하여 지그재그로 치고 올라야 한다. 대부분의 산에서 능선이 가까워지면 나타나는 아리랑길, 이 산도 마찬가지로 이 가파른 아리랑길은 주능선 안부까지 이어져 조금은 지루하고 식상하리만치 산객들의 체력을 고갈시킨다.  

<정상오름 암릉길>

주능선 안부에 다다라 잠시 쉬었다가, 100m쯤 남은 구병산 정상으로 치고 오른다. 이 길은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가파른 암릉으로  중간에 구병산 동릉과 적암리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우회로가 있으므로 위험한 암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북쪽으로 속리산 능선이 마루금을 이루고, 암릉으로 이루어진 서릉이 장쾌하고, 백운대를 지나 815봉과 신선대로 향하는 암릉이 그 수려함을 자랑하며 동쪽으로 뽇어 나가며, 남으로는 산행기점인 적암리와 위성기지국과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그러나 오늘은 뿌연 개스로 인하여 멀리 있는 풍경을 정확히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상에서 바라본 적암리>

 

<구병산 동릉>

 

<구병산 서릉>

 

<백운대>

정상에는 한팀의 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정상표지석 한옆에 자리를 잡고 오여사님의 수고와 정성이 깃든 맛있는 주먹밥과 삼각깁밥에 이슬이를 반주로 하여 점심을 먹는다. 정상에서 서원계곡방향 30m지점에 풍혈이 4개나 있어 여름에는 찬바람,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고 하며, 울릉도와 진안에 있는 풍혈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풍혈로 꼽힌다고 하나, 내려가 보지 않았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쉰 뒤 백운대로 향한다. 몇개의 암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암릉을 타고 전진하여야 한다. 수려한 구병산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다소 힘들고 위험하다 하여도 암릉을 타는 것이 좋을 듯하나, 대부분 우회로가 발달되어 있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암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구병산 정상>

 

암릉을 타다 암봉에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고 수백길 암벽위에 자리한 전망대에는 여지없이 멋들어진 노송들이 어우러져 있고, 바위틈 옆으로 들국화(구절초)가 청초하게 피어 가을을 말하고 있다. 백운대를 지나 길게 암봉을 우회하여 815봉으로 오른다. 

 

<전망대>

 

  <적암리>

 

<노송 암릉길>

815봉 암릉길은 우회하는 것이 좋다. 암릉의 끝이 단애지역인데다 밧줄도 없어 바위를 직접타고 내려오기는 불가능하다. 다행이 암벽 가까이에 자라고 있는 나무가 있어 나무를 타고 내려올 수가 있었다. 추락공포증에 추돌공포증, 건강염려증까지 있는 지원장님이 오늘은 펄펄 난다. 선두로 내달리며 나무를 타고 하강하는 것도 가뿐한 것이 오래된 고질병 하나는 몇 번의 산행으로 완벽하게 고쳐진 것 같다.

<나무를 타고 하산하여야 하는 암릉길>

 

815봉을 내려서서 안부로 다다르면 적암리로 하산하는 길과 853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암릉길이 나온다. 먼저 853봉으로 오른 지원장님을 따라 853봉으로 오르다 보니 이곳에도 우회로가 있다. 이 곳에 서울서 오셨다는 젊은 남여분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벌써 4시가 넘었는데, 이분들 구병산 정상에 오르고 싶어하나, 구병산에 올라 렌턴도 없이 숨은골로 하산하기에는 너무 늦고 위험하여 하산할 것을 권유한다.

<되돌아 본 구병산>

 

<전망대 노송>

853봉은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쪽이 천길 낭떠러지인 암릉으로 일망무제의 조망을 줄길 수 있는 곳이다. 남쪽의 적암리와 북쪽으로 톱날처럼 솟아 있는 속리산의 준봉들이 하늘금을 이루고, 가까이로 824봉과 신선대로 이어지는 암릉이 절경을 이루는 구병산의 백미로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이곳에 앉아 한 잔하며 여유롭게 머물면 시심하나 떠오를만한 좋은 풍경이다. 

<853봉.신선대>

 

<구병산 등산지도>

 

 

 

▲<853봉 오름길>▼

 

 

 

<853봉>

 

  <신선대>

다시 안부로 돌아와 하산하는 동료들과 합류한다. 내림길은 숨은골 오름길에 비하여 비교적 유순하고 돌도 적어 걷기가 좋다. 산은 독하리만치 억세고 장쾌한 멋도 좋지만 피로가 밀려올때면 가끔 이렇게 유순하고 부드러운 길이 그립고 즐거울때도 있다. 내려오는 중간에 정수암지 절터가 나온다.

정수암지 옹달샘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년전, 이 곳 정수암자에서 불도에 정념하던 스님들이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암자를 떠났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이 옹달샘물을 마시면서 정력이 넘쳐 주체를 못하므로 속세로 하산하였다고 한다. 또한 물 한모금을 마시면 칠일간 생명이 연장되엇다고 하니, 매주 한 모금씩만 마시면 불로장생 한다고 한다. 몇잔 연커푸 마시고 올 것을~ 수질검사가 불합격인지라....ㅠㅠ

<정수암지 옹달샘>

 

정수암지를 지나면 등산로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에서 잠시 흐른땀을 씻어내고 휴식을 취한뒤 하산한다. 구병산은 산이 그리 높지 않지만 그 장쾌하고 오똑한 산세가 녹녹치 않은 산행을 하여야 한다. 하산하여 땅거미가 드리우는 구병산을 떠나 제천에서 뒤풀이로 한 잔 한다. 산행에 참여하신 분들 수고 많이 하셨고, 특히 체력관리를 등한시 하시는 김주임님,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산행에 동참하신 이원장님과 소영씨의 노고와 인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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