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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산행지 <지리산 바래봉>

바위산(遊山) 2011. 6. 5. 22:22

산행일 : 2011년 5월 28일(토)

누구와 : 마누라

산행지 : 전북 남원의 지리산 바래봉

소요시간 : 4.5시간(운봉리~팔랑치~철쭉군락지~팔랑치~정상~운봉리)

야간의 서늘함에 비하여 한낮의 햇살은 매우 따갑다. 대지는 아직도 봄의 기운을 잃지 않고 있으나, 양광은 이미 한여름의 뜨거운을 안고 있다. 산행을 하기엔 가장 좋지 않은 계절이 여름이다. 뜨거운 양광과 줄줄 흘러 내리는 땀으로 인하여 체력의 손실이 크고 지치기도 쉽다.

<산하단 철쭉군락지>

지리산 바래봉에는 철쭉이 만개하였다는데, 그러나 이 곳 제천에서는 너무도 멀다. 망서림~ 그러나 행하지 아니한다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을것이다. 3시간을 넘게 달려간 남원고을 운봉리는 한낮의 뜨거운 양광으로 달구어져 있고 철쭉꽃 축제로 인하여 시끄럽고 복잡하다. 주차장을 가득메운 차량들 한옆에 자리를 잡고 산으로 오른다.

운봉에서 바래봉으로 오르는 길은 계속 임도를 타고 올라야 한다. 약간의 흙길을 제외하고는 블럭과 돌길을 걸어야 한다. 그늘 없는 이 길은 식상함과 함께 뜨거운 양광을 바로 맞고 걸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젠장~ 오랫동안 산행을 하여 왔지만 이렇게 식상하고 재미 없는 산길을 걷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줄줄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하고 임도를 오르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 하드통을 메고 와서 하드를 파는 분이 계신다. 지리산 바래봉은 백두대간상의 고리봉(1,304m)에서 북동쪽으로 갈라진 지능선상에서 남원시 운봉읍과 산내면을 경계로 솟아있는 산이다.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하여 발악 (鉢岳)또는 바래봉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바래봉은 능선으로 팔랑치, 부은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로 이어진다. 정상에 서면 지리산의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맑은 날엔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황봉 까지 시야에 들어 온다.

산의 하단부터 이어지는 철쭉군락은 이미 꽃이지고 연록의 잎새들이 차츰 녹음을 더히고 있다. 비지땀을 흘리며 팔랑치에 올라선다. 팔랑치에서 정령치 방향의 철쭉군락지로 향한다. 그러나 지난주만 하여도 만개를 미루던 철쭉군락은 이미 꽃이지고 게으른 놈들만 아직 꽃잎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실망~ 꽃산행에서 만개철을 맞춘다는 것은 주말이나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장인들에겐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군데군데 남아있는 철쭉꽃에 위안을 삼으며 다시 팔랑치로 돌아온다. 뜨거운 양광이 산객들을 들볶아 산객들은 짬만 나면 그늘을 찾는다. 고도에 비해서 수량이 풍부한 바래봉샘을 지나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이를 보고 주목이라 부른다.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주목과 구상나무는 구분하기가 어렵다. 또한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와도 헷갈리기를 잘한다. 

지리산에서 가장 유명한 철쭉밭이라면 세석평전을 꼽는다. 그러나 지리산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산꾼들은 바래봉 철쭉이 더 낫다고 말한다. 바래봉 철쭉은 붉고 진하며 허리정도 높이의 크기에 마치 사람이 잘 가꾸어 놓은 듯한 철쭉이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 중간부 구릉지대, 8부능선의 왼쪽, 바래봉 정상아래 1100미터 부근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으로 팔랑치 부근이 가장 많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팔랑치에서 능선을 계속 따라 1,123봉으로 오르는 능선에도 철쭉이 군락을 이룬다. 이 바래봉 철쭉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과 호주간의 면양시범 목장설치로 인하여 면양 2,500두를 이곳에서 사육한 결과 면양은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를 않아 일반 잡초는 없어지고 철쭉만이 아름답게 남게 되었다

<멀리 보이는 반야봉>

 

<빛바랜 철쭉군낡지>

 

<운봉마을>

대부분 산행은 정령치에서 시작하여 고리봉, 세걸산, 세동치, 부운치를 거쳐 팔랑치에 이른 뒤 정상에 오르고, 국립종축원옆 운봉마을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16㎞ 거리로,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짧은 코스로는 운봉리에서 시작하여 정상에 오른 뒤 팔랑치, 동남계곡을 거쳐 내령리로 하산하는데, 9㎞ 거리이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늘은 시간도 늦었고 컨션도 엉망이라 운봉리에서 직접 바래봉으로 오르게 되었다.

<고사목군락지>

 

<낙엽송(일본잎갈나무)군락지>

 

 <구상나무 꽃>

 

  

 <바래봉샘과 박새군락지>

 

<구상나무조림지>

 

구상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고는 배낭을 베게 삼아 잠시 누웠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산상의 바람은 시원하게 살갓을 두둘긴다. 구상나무 군락지에는 드문드문 박새가 군락을 이루고 야생화도 피어 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구상나무는 부드러운 연록의 잎새를 키워 꽃보다 눈을 시원하게 한다. 

 

 

<바래봉 오름길>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 바래봉으로 오른다. 바래봉 오름길은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에 군데군데 철쭉꽃이 피어 있으나 볼품이라고 찾아 보기 힘들다. 오르는 도중 동사면을 채우고 있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철쭉군락이 위로를 해준다.

<천왕봉>

 

<세걸산>

 

 

 

 

 

 

 

 

 

  

 

  

 

보통의 산 철쭉은 나무사이 제멋대로 자란 키에 드문드문 꽃이 달리고 연한 분홍빛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바래봉 철쭉은 거의 일률적으로 허리나 사람정도의 키에 군락을 이루어 빽빽하고 둥그스룸하게 잘 가꾸어 놓은 것 같고, 진홍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가끔은 연산홍의 모습도 보여 일부러 식재를 한 것도 같아 마치 공원이나 정원에 잘 가꾸어 놓은 철쭉을 옮겨 놓은 듯하다.

바래봉 정상엔 몇개의 작은 바위돌 옆으로 정상표지석이 있다. 몇분의 수녀님들도 산에 오르고 산판을 뒤덮을 듯 한 산객들은 대부분 하산을 하고 정상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산산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조망을 즐긴다. 고리봉을 뒤로하여 천왕봉이 장쾌하게 솟아 있고 대간을 따라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이너진다.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지리의 주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래봉이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는 하산을 서두른다. 역시 오름을 식상하게 한 임도를 따라 원점회귀로 내림을 한다. 철쭉꽃을 찾아온 먼길에 비하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산행, 여자한테 실망하여 다시는 연애하지 않겠다 하던 촌놈이 또 여자를 찾아 다니듯 꽃산행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또 꽃산행을 찾아 나서고는 역시나 하는 실망을 떨쳐 버리기가 어렵다. 산행은 오르고 내리고 오락가락 쉬고 먹고 5시간이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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